★해병대 역사/해병대 예비역들

해병대전우회, 전국 17개 연합회 229개 지부… 해외 24개국 88개 지회 활동

머린코341(mc341) 2016. 1. 30. 09:16

마침내 ‘빨간 명찰’ 달던 날 뜨거운 눈물 흘러내렸다네


해병대전우회
전국 17개 연합회 229개 지부… 해외 24개국 88개 지회 활동

특유의 결속력으로 방범순찰부터 재난구조까지 사회봉사 앞장



대한민국 해병대 장병들은 ‘해병’이란 두 글자만 들어도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 꿈틀대는 것을 느낀다. 바로 자부심과 명예심일 것이다. 특이한 것은 전역해서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해병장교 출신인 기자 역시 3년 동안 해병대의 구성원이었다는 사실에 여전히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천자봉 행군을 마치고 그토록 갖고 싶던 빨간 명찰을 왼쪽 가슴에 달았던 순간, 자신도 모르게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은 참 뜨거웠다. ‘내 인생 가장 치열했던 도전’으로 기억되는 그 순간 기자 옆에는 모든 것을 함께한 전우가 있었다. 해병들에게 전우란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끈끈한 사이’인 이유다. 해병대전우회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어지고 있는 비결이기도 하다.


지난해 6월 인천지역 해병 344기 동기회는 대청도에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해병 후배를 찾아 위문품을 전달했다. 해병대전우회 제공


20대부터 백발 노병까지 하나로…


‘해병 출신 3명만 모이면 전우회가 결성된다’는 말이 생겨날 만큼 해병대 예비역들의 단결력은 대단하다. 해병대전우회의 규모를 살펴보면 입이 쩍 벌어질 정도다. 서울에 있는 해병대전우회중앙회 산하에는 광역시·도별 17개 연합회가 형성돼 있으며 각 시·군·구에는 229개 지부가 자생적으로 생겨나 활동하고 있다. 해외에도 24개국에 88개의 지회가 있다. 참여하는 회원들을 살펴보면 타군 전우회와 차이점이 있다. 중장년층 위주로 운영되는 다른 예비역 단체와 달리 해병대전우회는 방금 전역한 20대의 젊은 회원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이들은 주로 직장과 학교에서 동호회 형식으로 움직인다.


20대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병까지 ‘해병’이라는 이름으로 뭉친 이들에겐 나이보다 단일화된 기수가 중요하다. 포항에 있는 하나의 훈련소에서 배출되는 해병들 사이에선 단 하루라도 먼저 들어오면 선배다. 생면부지의 해병 출신이라도 만나서 기수를 확인하면 바로 선후배 사이가 된다. 이 문화는 전역해서도 여전히 이어진다. 예비역끼리도 일체감이 형성되는 이유다.


전우회의 활동 내용도 다양하다. 재난구조활동, 방범순찰, 교통정리, 청소년 선도 및 불우이웃 돕기, 환경 정화, 보훈병원 국가유공자 위문 등 각종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해병대 참전 전승기념 및 추모제를 주최하고 있다. 또 해외에 해병대 재난 긴급대응단을 파견해 구호 및 재난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해병대전우회중앙회는 지난해 10월 청룡부대가 마지막으로 주둔했던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에 있는 한 중학교를 찾아가 장학금을 전달했다. 해병대전우회 제공


후배 해병 위해 험한 바닷길 뚫고 간다


 해병대전우회는 지역별 소모임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가까운 지역에 거주해 자주 모일 수 있고 규모가 작은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인천지역 해병 344기 동기회는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운영으로 내실을 다지고 있다. 매월 정기모임을 하고 번개 만남은 수시로 진행된다. 애경사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전우애를 과시한다.


전우애는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어진다. 환경이 비교적 열악한 부대를 주기적으로 찾아 위문품을 전달하고 지난 군 생활 경험을 들려주며 현역 장병들에게 자부심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지난여름에는 4시간 동안 뱃멀미를 참아가며 대청부대를 방문해 후배들을 만났다.


1186기 이준혁 병장은 “선배 해병들께서 후배들을 위해 멀고 험한 바닷길을 헤치고 이곳 대청도까지 찾아와 주신 데 크게 감동했고 해병대의 끈끈한 전우애를 느낄 수 있었다”며 “선배들이 만들어주신 강하고 자랑스러운 무적해병의 역사를 우리 후배 해병들이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태경은 동기회장은 “올해로 전역 36주년을 맞았지만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라는 문구를 항상 가슴속에 품고 살아 왔다”며 “우리 뒤를 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들다는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조국을 지키고 있는 후배 해병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해병대 성남시지회 회원들이 지난해 여름 성남시 분당구 백현교 인근 탄천에서 수중 정화활동을 하고 있다. 해병대전우회 제공


인터뷰 - 이상로 해병대전우회중앙회 총재

 


늘 현역 같은 열정의 ‘해병 혼’… 아프리카에도 전우회 있죠


지난 26일 서울 재향군인회관에서 만난 해병대전우회중앙회 이상로(예비역 해병대 중장) 총재. 9년 전 기자가 해병 소위로 임관할 당시 사령관이었던 그를 취재원으로 다시 만났다. 둘 다 예비역 신분이지만 기자는 기수를 밝히고 묵례가 아닌 경례로 선배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기 때문이었다.


“해병대 구성원은 누구나 훈련소에 입대한 그 순간부터 해병을 떠날 때까지 자부심이 있습니다. 예비역이 된 이후에도 영원한 해병으로 남기를 소망하죠.” 이 총재 역시 인터뷰 내내 ‘영원한 해병’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어서 “지난해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예비역 3명이 전우회를 결성했다고 연락이 와 임명장을 수여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직장이나 대학교 등 어딜 가나 규모는 다를지언정 해병대 출신끼리는 똘똘 뭉칩니다.”


그는 예비역들도 결속력이 유지되는 원인 중 하나로 ‘해병 혼’을 들었다. “‘해병 혼’은 목숨이 걸린 전투현장에서 싸워 이기며 이룩한 선배들의 숭고한 업적과 빛나는 전통, 그리고 명예심을 존중하는 독특한 정신이 그 바탕을 이루고 있습니다.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는 해병대의 전통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전역 후에도 현역 못지않은 열정을 갖게 되는 것이죠.”


이 총재는 최고의 단결력과 조직력을 자랑하는 해병대전우회를 지역사회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최대 사회봉사단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저는 사령관을 역임하기까지 해병대에서 많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예비역 신분으로 해병대의 발전과 조국의 안보를 위해 봉사할 계획입니다.”


[국방일보] 201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