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의 바다 속 자유는 꿈이었다"
육군특전사 SCUBA 훈련 체험
가로 50m·세로 25m·수심 10m 국내 최대 규모의 훈련장
“물은 자신있다” 호기로운 도전
30kg 장비에 놀라고 코에 들어오는 소금물에 놀라고…
물속 자유로움 만끽하며 악전고투 속 장애물 통과 성공
특전사 훈련이라고 하면 대부분 사람이 공수훈련만을 떠올린다. 하지만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반도의 지형적 특성상 해상침투는 작전상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 대한민국 특전사가 해상침투요원을 양성하고 있는 이유다. 해상침투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장거리 수영 능력, 잠수기술, 수상 강하 능력이 필수다. 특히 잠수기술 숙달을 위한 ‘스쿠버(SCUBA) 훈련’은 해상 훈련의 꽃으로 불린다.
막바지 겨울 추위가 기승을 부린 24일 오전 10시. 기자는 ‘SCUBA 훈련’ 일일 체험을 위해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육군특수전교육단을 찾았다. 특수전교육단은 특전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특전인들에게 ‘고향’으로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훈련을 받지 않고는 특전대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하의 기온에도 불구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훈련 받는 장병들의 함성을 들으며 교육단 안에 있는 ‘SCUBA 전문 훈련장’에 도착했다.
자동화 시스템 갖춘 국내 최대 규모 SCUBA 훈련장
훈련장 문을 열어젖히자 후끈한 열기가 가장 먼저 피부에 와 닿았다. ‘추운 날씨에 물에 들어가도 괜찮을까’라는 기자의 걱정은 단번에 사라졌다. “훈련장 수온은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31도로 일정하게 맞추고 있습니다. 교육생들이 감기라도 걸리면 잠수하는 데 제한이 되기 때문이죠. 또 염도를 5%로 유지해 최대한 바닷물과 유사한 조건을 만들고 있습니다.” SCUBA훈련장 관리관 손자붕 원사의 말이다.
훈련장은 가로 50m, 세로 25m, 수심 10m로 국내 최대 규모다. 통제실에 들어서자 6개의 모니터 화면이 눈에 들어왔다. 모니터는 수영장 곳곳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물속 사각 지역을 없애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물속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수중스피커를 통해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었다.
자신감 넘치던 기자, 수심 10m 설치된 장애물에 아찔
해병대 출신 기자는 후보생 시절 포항 바닷가에서 배운 수영 실력만 믿고 처음 접해보는 SCUBA 훈련에 도전했다.
‘이왕이면 내가 자신 있는 물에서 하는 체험을 하자’라는 생각으로 직접 선택한 훈련이었지만 막상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10m의 수심과 각종 장애물이 설치된 훈련장을 보자 두려움이 엄습했다.
"먼저 이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오시면 장비 소개를 진행하겠습니다."
오늘 체험은 베테랑 SCUBA 교관인 박진우 대위와 이현선 상사가 강사로 함께했다. 이 상사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이며 잠수복을 기자에게 내밀었다. 부대에서 준비해준 검정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이론과 장비 교육을 받았다. 이 상사는 이론교육을 통해 ‘침착’을 강조했다.
물속이라는 익숙지 않은 공간에서 당황하면 쉽게 대처할 수 있는 문제도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본지 안승회(오른쪽) 기자가 육군특수전교육단 이현선 상사에게 SCUBA 장비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조용학 기자
30㎏에 육박하는 장비 무게에 숨이 턱
이론교육을 마치고 다양한 스쿠버 장비와 마주했다. 공기통으로 불리는 압축공기 실린더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SCUBA 훈련의 핵심 장비다. 간혹 압축 공기 실린더를 ‘산소통’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다. ‘공기통’이 맞다. 공기통에는 산소 외에도 대기와 같은 양의 질소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공기통에는 11L의 압축공기가 들어 있습니다. 일반 공기 2000L에 해당하는 양이죠. 이 정도면 초보자들은 30분, 전문요원들은 1시간 이상 물속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상사의 설명이다.
스쿠버 훈련에서 또 하나 중요한 장비는 부력조절기다. 조끼 형태인 이 장비는 버튼을 이용해 간단히 공기를 넣고 뺄 수 있도록 제작돼 물속에서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30㎏에 육박하는 장비를 착용하고도 수면 위로 쉽게 올라올 수 있는 것은 이 장비 덕분이다.
공기통과 부력조절기를 어깨에 메고 중량(weight) 벨트를 착용했다. 각종 장비를 짊어지자 묵직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오리발까지 신으니 스텝이 꼬여 걷기도 힘들었다. ‘이거 쉽지만은 않겠다’라는 걱정이 든 것도 잠시 일단 물속에 몸을 맡기니 신기하게도 공기통과 잠수복의 부력 때문에 몸이 가라앉지는 않았다.
본지 안승회(오른쪽) 기자가 육군특수전교육단 이현선 상사에게 수중 호흡법을 배우고 있다. 조용학 기자
물속 숨쉬기부터 이퀄라이징까지
먼저 물속에서 숨쉬기를 시작했다. “어푸!” 코를 향해 강하게 들어오는 소금물에 놀라 물에 들어가자마자 번쩍 고개를 치켜들었다. 머리가 띵할 정도로 매웠다. 코로 물을 들이마신 것이다. 물속에서는 육지와 달리 입으로만 숨을 마시고 내쉬어야 한다.
“빨대로 컵에 담긴 음료를 빨아 마시고 내뱉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주 쉬워요.” 박 대위가 호흡법 노하우를 알려줬다. 겸손한 교육생의 자세로 다시 돌아가 박 대위의 말을 되새기며 물속에서 숨쉬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어느 정도 호흡에 익숙해지니 다시 자신감이 생겼다. 하지만 호흡에 익숙해졌다고 무턱대고 물속으로 들어가는 건 위험하다. 물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많은 것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시야도 좁아지고 몸의 움직임도 둔해진다. 말을 할 수 없으니 의사소통도 어렵다. 이 상사로부터 물속에서 소통할 수 있는 간단한 수신호를 배웠다.
“손으로 오케이 표시를 하면 좋다는 뜻입니다.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세우면 상승, 아래로 향하게 하면 하강, 주먹은 정지를 의미합니다.” 수경에서 물을 빼내는 방법과 이퀄라이징(equalizing)도 충분히 연습했다. 이퀄라이징은 코를 막은 후 귀에 숨을 불어넣어 쪼그라드는 고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물의 압력이 고막을 눌러 생기는 귓속 통증을 예방할 수 있다.
본지 안승회 기자가 수심 10m 밑에 설치된 원통 장애물을 통과하고 있다. 조용학 기자
침투훈련 돌입…귀의 통증도 사라지고
기초훈련을 마치고 본격적인 침투훈련에 돌입했다. 수심 10m에 있는 각종 장애물을 통과하는 훈련이다. 호흡기를 입에 단단히 물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물에 몸을 던졌다. ‘첨벙’ 수면에 거친 물보라가 일었지만 곧 한없이 고요한 물속을 만났다.
이 상사와 눈을 마주치고 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주고받으며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 물속 세상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도 잠시 왼쪽 귀에서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순간 당황했지만 이 상사에게 배운 대로 코를 막고 이퀄라이징을 하자 귀가 뚫리는 느낌이 나더니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어느덧 수심계의 눈금이 10m를 가리키고 있었다. 온몸을 휘감는 물의 압력이 느껴졌다. 이 상사로부터 수심 10m는 2기압의 압력이 온몸을 짓누르는 것과 같은 환경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중력으로부터 해방된 몸은 오히려 자유로웠다. 먼저 10m 길이의 원통 장애물과 계단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것 같은 사다리 장애물을 가뿐히 통과했다.
다음으로 그물망 장애물에 진입했는데 등에 메고 있는 공기통이 걸려 쉽지 않았다. 그물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몸을 옆으로 돌려 누운 자세로 헤엄쳐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적 잠수함 침투 및 탈출을 가정한 수직 터널 장애물을 통과하는 것으로 이날 훈련을 마쳤다.
[국방일보] 201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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