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전투기·드론 해병대… 미래戰爭 승패 로봇기술이 좌우한다
3부. 정책 대전환 - ③ 국방·안보 분야
‘휴대용 킬러로봇’ 등 현실화, AI가 베테랑 공군교관에 승리
美, 상륙작전 드론떼 활용 추진, 6세대 전투기엔 인공지능 탑재
2030년엔 보병로봇 투입 전망 “인류위기 올수도” 윤리논쟁도
▲ 이스라엘 제너럴로보틱스사가 올해 대테러전이나 근접전투 표적 발사용으로 개발해 실전배치를 앞둔 12㎏ 무게의 휴대용 킬러로봇 ‘도고(DOGO)’. 스스로 움직여 목표물을 찾아내는 도고는 8개의 고성능 소형 카메라로 모든 방향을 감시하며, 원거리 사격이 가능한 ‘레인저 원격통제 장치(RCU)’를 통해 14발의 실탄을 발사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지난 10월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4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통해 미래 전장을 누빌 ‘전투 로봇’과 인공지능(AI) 자율 기술을 공동개발하기로 협력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28일 복합임무용 착용형 근력증강 로봇 기술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국방과학기술 신무기 개발을 주도하는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은 “미래의 전장은 효율적인 군용 로봇을 먼저 개발하는 쪽이 이기게 될 것”이라며 AI 및 로봇공학을 기초로 다양한 로봇 무기체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ARPA는 민간 기술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거액의 상금을 내걸고 대학과 연구소, 민간기업 대항 기술경연대회를 열고 있다.
◇미래전쟁은 로봇 전쟁이 주도=1927년 최초로 AI로봇 ‘마리아’를 등장시킨 독일영화 ‘메트로폴리스’를 시작으로 ‘터미네이터’ ‘로보캅’ ‘바이센테니얼맨’ ‘아이언맨’ ‘스타워즈’ 등에 등장한 로봇은 공상과학(SF)물의 전유물이 아니라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 국경방호 로봇 가르디엄과 암스타프, 미국이 중동전에 투입한 팩봇 등 다양한 로봇, 하늘을 떠다니는 미국의 MQB-1 프레데터 무인기는 상상을 현실로 이룬 대표적 사례다. 이스라엘의 제너럴 로보틱스사는 대테러전이나 근접전투에서 교전이 가능한 휴대용 킬러(살상용) 로봇을 개발했다. 무게 12㎏의 킬러로봇 ‘도고(DOGO)’는 9㎜ 실탄을 장전한 권총과 8개의 소형 카메라를 탑재한 채 스스로 적을 추적해 공격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내년부터 도고로봇을 경찰 대테러부서와 군에 납품할 계획도 갖고 있다.
▲1999년 개봉된 ‘바이센테니얼맨’에 등장하는 가사로봇 앤드루. 인간과 교감하며 인간 같은 지능을 갖게 된 앤드루는 인간을 동경해 인간이 되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사랑의 감정까지 갖게 된다.
미국의 사이버네틱스사가 개발한 AI 프로그램 ‘알파(ALPHA)’가 미 공군의 베테랑 교관과의 공중전투 시뮬레이션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외신 보도도 눈길을 끈다. ‘알파’는 눈을 깜박이는 것보다 250배 이상 빠른 속도로 상대 의도와 행동을 분석, 모의 공중전에서 인간 ‘탑건’을 꺾고 승리한 것이다. 알파는 스스로 비행하면서 적기와 지상표적을 파괴하는 무인전투기(UAV)인 드론 시대의 예고편에 불과하다.
◇AI 탑재 ‘드론 떼’ 해병대 상륙전과 6세대 전투기 선봉= 미래전쟁 상륙전에서 맨 먼저 목표 해안에 오르는 것은 미국의 정예 해병대원이 아니라 메뚜기떼처럼 표적을 향해 달려드는 수십 대의 소형 드론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해병대가 이미 개발된 ‘저비용 무인기 군집기술’(LOCUST)을 이용, 드론 떼를 장차 상륙전에 선봉으로 내세우는 통합전술작업을 추진한다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미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테크(DT)는 로버트 월시 미 해병대 전술사령부 사령관(중장)의 말을 인용, 미 해군연구소(ONR)가 개발한 LOCUST 기술을 통합해 수중 드론, 무인 수상함, 수중기뢰제거 장비 등을 상륙작전 시 선봉에 내세워 인명 피해를 줄이면서 적의 방어선을 공략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5일 보도했다.
F-35 등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대체할 6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을 본격화한 DARPA는 6세대 전투기에 △AI 탑재 유·무인전투기체계 자율통합 △레이저 등 지향성 에너지 무기 △광대역 스텔스 기술 등 4차산업 혁명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과 유럽의 해·공군은 AI 기술로 유·무인 전투기를 통합한 전투체계 개발을 연구하고 있다. 유인 전투기 한 대가 원격조종 저비용 무인항공기 20대를 이용해 공격하는 형태다. 무인항공기는 표적 획득정보를 제공하면서 미사일 운반 장치 역할을 한다.
◇국방로봇, 드론 개발에 국가총력전 = 미래전쟁은 로봇을 중심으로 한 자동 무기체계 간의 전투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면서 미국 등 세계 각국 국방선진국들은 국가가 총력을 기울여 투자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무인로봇과 무인 무기체계 개발에 5억 달러를 투자했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기관총과 감시카메라, 센서를 장착한 로봇을 만들어 미사일 기지에 배치할 계획이다.
늦어도 2030년을 전후로 전투보병을 대체할 인간을 닮은 AI형 킬러로봇이 대량생산돼 전장에 투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윤리 논쟁도 가열되고 있다. 부상당한 장병이나 민간인을 구출하는 데 사용되는 ‘구호 로봇’은 논란의 소지가 없지만 킬러 로봇은 첨예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센서를 통해 자연 속의 바이오매스나 초목 등으로 스스로 연료를 만들고 충전하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작전을 펼치는 등 인간의 손을 떠나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이트르(EATR)’ 같은 로봇이 인간처럼 진화한다면 논란거리다. 로봇이 스스로 피아를 식별해 화기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사태를 방치한다면 인류사회가 큰 위험에 빠질 것이란 경고도 나오고 있다.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 등 과학자들은 지난해 7월 “AI형 킬러로봇이 암울한 미래를 초래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킬러 로봇 반대 의사를 표시해 화제가 됐다.
[문화일보]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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