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라덴 수장시킨 美항모 한국에… 표적 500개 한번에 타격
떠다니는 군사기지 미군 핵추진항공모함 칼빈슨함(10만 t)이 15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 입항했다.
칼빈슨함은 FA-18 슈퍼호닛 전투기 등 중소 국가의 공군력에 맞먹는 규모인 군용기 80여 대를 탑재할 수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한미 양국은 칼빈슨함이 한반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뉴시스
2011년 5월 초 아라비아해 북부 해상. 무거운 추를 매단 시신 수습용 가방이 거대한 함정에서 바다로 천천히 내려졌다. 이슬람교 의식을 치른 시신은 이내 물속에 잠겨 심해로 가라앉았다.
시신의 주인공은 9·11테러를 기획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미국 특수전 부대가 사살한 그의 유해는 미 핵추진항모인 칼빈슨함으로 극비리에 옮겨져 수장(水葬)됐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15일 칼빈슨함은 빈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한 데브그루(네이비실 6팀) 등 특수전 병력을 태우고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해군작전사령부 기지에 입항했다.
이달부터 시작된 한미 연합 키리졸브(KR)와 독수리훈련(FE)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1983년에 취역한 칼빈슨함은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 인도적 구호작전을 수행했다.
미군 관계자는 “항모 승조원들이 입항 전 인근 해상에서 취역 35주년을 자축하는 케이크 커팅식 등 조촐한 행사를 가졌다”고 전했다.
통상 한미 연합훈련에는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의 미 7함대 소속 항모가 참가해 왔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이 커지자 3함대 소속 칼빈슨함이 전진 배치됐다.
다른 관계자는 “미국을 공격한 알카에다 지도부를 궤멸시킨 항모와 특수부대가 한국에 전개된 것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북한 수뇌부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말했다.
앞서 미군 당국은 14일 경북 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실시한 칼빈슨함의 훈련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항모의 축구장 3배 크기 갑판은 고막을 찢는 굉음으로 가득했다.
1분 간격으로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전투기들의 엔진 배기구에서 내뿜는 매캐한 연기가 회오리처럼 휘몰아쳤다. 갑판 곳곳에선 빨강과 노랑, 녹색 유니폼을 입고 보안경을 쓴 승조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아파트 25층 높이의 선체는 ‘떠다니는 군사기지’라는 별명을 실감하기에 충분했다. 칼빈슨함은 FA-18 슈퍼호닛을 비롯한 군용기 80여 대를 싣고 있다.
슈퍼호닛은 대공방어와 정밀폭격, 공중지원 및 정찰임무를 수행하는 전천후 전폭기다. 합동정밀직격탄(JDAM) 등 정밀유도폭탄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와 전쟁지휘부를 족집게 타격할 수 있다.
무게가 16t에 달하는 슈퍼호닛이 70여 m의 항모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비결은 캐터펄트(catapult)라는 특수장치 덕분이다.
함내 원자로에서 배출되는 고압의 수증기로 전투기를 새총처럼 하늘로 튕겨 올리는 원리다. 착륙은 어레스팅 와이어라는 여러 겹의 강선(鋼線)이 활주로에 내리는 전투기의 꼬리 부분 걸쇠에 걸리면서 급제동 방식으로 이뤄진다.
갑판 한쪽에선 S-3A 바이킹과 SH-3H 대잠헬기, E-2C 조기경보기도 출동 대기태세를 갖췄다. E-2C는 수백 km 밖의 적기를 추적 감시하는 레이더를 갖고 있다. 다른 함재기들에 대한 공중 지휘통제소 역할도 수행한다.
칼빈슨함 뒤편 해상으로 항모를 호위하는 함정들이 보였다. 미사일순양함인 레이크 챔플레인함과 이지스구축함인 마이클 머피함, 웨인 이마이어함이 ‘호위무사’처럼 칼빈슨함의 뒤를 쫓았다.
이 함정들은 칼빈슨함에 대한 적 항공기와 미사일 공격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미군 관계자는 “칼빈슨함이 이동하면 수중에선 공격용 핵추진잠수함도 따라붙는다”고 말했다.
미 해군의 1개 항모강습단이 움직이면 반경 1000km 이내는 적국의 어떤 전력도 얼씬거리지 못한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1개 항모강습단은 한 차례 공격으로 북한 전역 500곳 이상의 핵심 표적을 타격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칼빈슨함을 이끄는 제1항모강습단장인 제임스 킬비 미 해군 준장은 “한국 해군 함정들과 다양한 훈련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와 북한의 위협에서 한국을 방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동아닷컴]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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