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신형 미사일 알고보니…미국 본토ㆍ하와이 맞춤형
러시아 최신 핵탄두 ICBM 비슷해
사거리 1만㎞ 넘어 미 본토 공격 가능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 사거리 7000㎞
하와이 진주만 미 항공모함 타격 노려
고체연료 사용해 기습적 발사 가능
김일성 출생 105주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는 북한의 신형 미사일 몇 종이 등장했다. 미사일 종류에 따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얼굴 표정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15일 김일성 광장에 신형 ICBM이 등장하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표정이 밝게 변했고 바로 옆 황병서 군총정치국장과 담소를 나눴다. [사진 중앙포토]
지난해 8번 발사해 7번이나 실패했던 무수단 미사일이 등장하자 김정은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러나처음 선보이는 형태의 미사일이 광장에 들어서자 김정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새롭게 드러난 미사일을 분석해 보니 김정은이 반색했던 세 가지 이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15일 공개된 북한의 신형 ICBM은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밀하게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어 위협이 커졌다. [사진 중앙포토]
첫째. 북한은 언제라도 미국 본토를 공격할 준비를 마쳤다.
열병식 마지막에 등장한 미사일에 전문가들의 관심이 쏠렸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신형 미사일이다.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보였다. 북한이 ICBM 개발을 완성할 경우 태평양 건너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이어 ICBM까지 보유할까 노심초사 걱정한다.
자세히 보니 미사일 엔진이 고체연료로 추정됐다. 한ㆍ미 군 당국의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한 것도 이 대목이다. 액체연료 엔진은 연료 주입과 발사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기준으로 30분~1시간 정도 걸린다고 알려졌다. 사거리가 긴 ICBM은 더 많은 연료를 주입하기 때문에 준비시간이 더 길다. 발사를 준비하는 동안 위치가 노출되면 실패할 수 있다. 한ㆍ미 군당국은 미사일 발사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타격해 파괴한다는 계획이다.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2월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콜드런칭 방식으로 시험발사했다. [사진 중앙포토]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발사 준비를 마칠 수 있다. 한ㆍ미 군 당국의 작전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2월에 ‘북극성 2형’ 발사실험을 공개해 고체연료 발사 시험을 보여준 바 있다.
이상민 한국국방연구원 박사는 “항법장치(자이로 센서)를 신형(레이저)으로 개량했다면 연료 주입 이후 필요한 발사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에서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었다.
러시아 신형 ICBM 'Topol-M'은 핵무기를 탑재하며 2008년 배치된 전략무기다. 사거리는 1만 500㎞ 수준이며 북한의 신형 ICBM과 크기와 외형 특징이 비슷하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은 2008년에 배치된 러시아 전략로켓군의 최신형 핵탄두 ICBM을 모방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RT-2UTTKh’미사일(Topol M ㆍ나토명 ‘SS-27)도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사거리는 1만 500㎞ 수준이며 길이 22.7mㆍ직경 1.86mㆍ탄두 무게 1.2t으로 알려져 있다.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의 신형 ICBM과 비교하면 크기가 매우 비슷하다. 군 관계자는 “신형 ICBM의 사거리는 1만~1만 1000㎞ 수준이고 1t 규모의 핵무기 탑재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연료 소재와 미사일 길이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5일 공개된 신형 ICBM(왼쪽 사진)ㆍ중장거리 미사일(가운데 사진)은고체형 엔진,개량형 'KN-08'(오른쪽 사진)은 액체연료 엔진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엔진 사출구 부분은 고체형과 액체형 엔진에 따라 형태가 다르다. 중장거리 미사일은 개조된 일반 차량에 탑재했기 때문에 사출구에 보조장치를 달아 안정성을 높인것으로 보인다. [사진 중앙포토]
북한의 신형 ICBM은 콜드런칭 방식으로 발사된다. 발사체에서 밖으로 튕겨낸 뒤 엔진이 점화되는 기술을 말한다. 미사일 하단의 사출부분을 보면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KN-08'과 형태가 다르다. 액체연료 엔진에서 분사된 물질이 옆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면과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나 콜드런칭 방식은 지면과 밀착해 발사된다. 차체가 튼튼하게 고정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미사일을 발사할 때 자세를 제어하기가 유용하기 때문이다. 열병식에 공개된 미사일 측면에는 사각형의 장치가 눈에 들어온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발사에 필요한 통제장치와 배터리가 들어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의 발사차량은 일반 차량을 개조한 것으로 보인다. 군에서 사용하는 미사일 발사차량(TEL)은 대북제재의 금수품목에 들어가 수입이 막혔다고 한다. [사진 중앙포토]
둘째, 북한은 미국 태평양 함대의 핵심 거점인 하와이를 공격하는 맞춤형 미사일도 공개했다.
또 다른 신형 미사일(트레일러에 탑재)도 앞의 신형 ICBM과 같이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며 콜드런칭 방식으로 발사된다고 보인다. 다만, ICBM급 미사일 사거리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형 ICBM(22m) 보다 전체 길이가 짧아(18m) 그만큼 고체 연료가 적게 탑재된다. 줄어든 길이 때문에 사거리는 700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 사거리면 하와이 타격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신형 중장거리 미사일은 사거리 7000㎞ 수준으로 미국 하와이 공격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 국방백서 재구성]
미국의 하와이 진주만에는 미 해군의 함대가 주둔한다. 미국의 군사 전략적 거점이다. 아시아 지역 및 한반도 유사시에 동원될 주요 전력이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은 진주만을 기습 공격하며 미국과 전쟁을 시작한 바 있다. 일본은 진주만의 함대가 일본을 공격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전략이었다. 김정은이 일본의 전략을 답습할 수 있다.
'KN-14'는 2015년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15일 열병식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사진 중앙포토]
이번 열병식에서 ‘KN-08’의 개량형 미사일 ‘KN-14’는 자취를 감췄다. 2015년 10월 열병식에 등장해 처음 공개된바 있다. 액체연료를 사용하며 사거리는 1만㎞ 수준으로 추정됐다. 트레일러에 실렸던 신형 미사일을 ‘KN-14’의 개량형으로 분석한 전문가도 있지만 가능성은 작다.
엔진 소재가 다를 뿐 아니라 이번에 등장한 신형 ICBM이 ‘KN-14’가 사용했던 발사차량(TEL)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중국에서 수입하던 TEL은 대북제재의 금수품목에 포함됐다. 따라서 북한의 미사일 수량은 늘어났지만 운반할 차량은 부족하다. 새로운 미사일에 차량을 내준 것으로 보인다.
15일 열병식에 등장한 'KN-08'은 개량형으로 보인다. 탄두부분에 변화가 있었다. [사진 중앙포토]
셋째, 기존 미사일 성능도 개량했다.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KN-08’도 개량한 것으로 보였다. 탄두 부분의 형상 변화가 있었다. 기존 보다 비행 효율이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사거리가 1만 2000㎞ 수준으로 ICBM에 속한다. 북한은 액체형과 고체형 엔진 ICBM을 모두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기술적 성숙도가 낮은 가운데 실패 가능성이 남아있어 위험을 분산한다는 전략이다. ‘KN-08’은 기존과 다른 차량에 실려나왔다.
무수단 미사일을 운반하는 바퀴 5개 달린 차량이다. 측면을 장갑으로 보호한 것은 달리진 점이다. 바퀴 8개로 움직이던 기존 차량을 빼서 신형 ICBM에 집중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KN-14' 발사차량도 바퀴 8개 같은 기종이었다.
그러나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선보인 신형 미사일들이 “속 빈 깡통 일 수도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콜드런칭 방식이라 겉으로 미사일 자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원형 통속에 들어있어 안을 들여다 볼 방법이 없다.
2007년에 열병식에서 처음 공개됐던 무수단 미사일도 ‘쏴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이미 고체연료 엔진 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시기의 문제일 뿐 개발 성공 가능성은 크다는 분석도 있다.
박용한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중앙일보] 2017.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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