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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고체연료 기술, 이란·파키스탄 통해 北에 흘러간 듯

머린코341(mc341) 2017. 6. 8. 09:54

中 고체연료 기술, 이란·파키스탄 통해 北에 흘러간 듯


北 SLBM, 지대지 방식 잇따라 개발
2년여 만의 성공에 기술 원천 주목
“강력한 국제 공조로 통제 강화해야”

예상 뛰어넘은 北 미사일 개발 속도


지난달 21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극성 2형. 이 미사일은 중국의 둥펑 미사일을 개량한 이란의 세질 미사일 1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키스탄도 둥펑의 개량형 샤힌 미사일 2 을 개발했다. [중앙포토]


북한은 2015년 5월 8일 잠수함발사미사일(SLBM·북극성 1형)의 수중 사출시험 현장을 처음 공개했다. 그해 11월과 12월 같은 시험을 반복한 뒤 지난해 8월 고각 발사로 500㎞를 비행한 SL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첫 시험발사에 나선 지 15개월 만이자 여섯 차례 시도 끝의 성공이었다.


이 미사일은 당초 액체연료 방식을 채택했다가 지난해부터는 고체연료로 바꿨다. 군사·정보 당국과 무기 체계 연구자들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렇게 액체형에서 고체형으로 바꾼 지 불과 1년도 안 돼 지대지 방식으로 개조한 북극성 2호 미사일을 개발해 실전배치 수순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군 소식통은 “짧은 시간에 도약적 발전을 이룬 것은 북한 단독으로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기술 원천이 어디에 있는지 크게 주목을 받았다”고 전했다.
 
고체연료 사용, 조기 경보 더욱 힘들어져


한·미 정보 당국은 북한의 SLBM 개발 과정을 밝혀내는 데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고체연료 엔진 기술이 어떤 기술적 도움을 받아 어떻게 완성됐는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상을 뛰어넘는 개발 속도의 비밀은 이란·파키스탄에 전수된 중국 기술의 도입에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한이 그동안 개발해온 미사일·로켓 개발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북한은 1981년 초 이집트로부터 들여온 러시아제 스커드 미사일을 역설계해 스커드-A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선보인 스커드 시리즈와 대포동 1·2호, 은하3호, 광명성4호 등 주요 미사일과 로켓은 스커드-A 미사일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돼 액체연료를 쓸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북한은 90년대 소련으로부터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SLBM인 R-27 미사일의 엔진을 모방해 무수단미사일을 만들었다.


이후 세 번째로 고체연료 엔진을 쓰는 소련의 SS-21 미사일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거리 120~140㎞의 KN-02 미사일이 개발됐다.


하지만 출력이 제한적이라 이를 기반으로 대형 미사일을 만들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액체연료 엔진은 밸브의 여닫이를 조절해 추진력을 통제할 수 있지만 고체연료의 경우 추진력을 조절하려면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때문에 기술 습득에 제약이 많았던 북한은 액체 엔진 개발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북한이 2~3년 만에 고체연료를 쓰는 북극성 2형(KN-15)의 실전배치를 선언했다.


지난달 21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북극성 2형은 최대 사거리 2000㎞에 달하는 준중거리 미사일이다. 고체연료 엔진과 ‘콜드 론치’ 방식의 SLBM(북극성 1형)을 기반으로 지상 발사용 지대지미사일로 개량했다.
 
특히 발사 준비에 걸리는 시간도 5분 정도로 1시간30분 이상 걸리는 액체연료 미사일에 비해 훨씬 짧다. 궤도차량으로 옮겨다니다 자리를 잡고 발사대를 세우는 정도의 시간이다. 조기 경보가 어렵기 때문에 선제타격 전략의 근간을 뒤흔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북극성 2형의 기반 기술인 고체 추진제와 콜드 론치를 바탕으로 한 지대지미사일 개발 기술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에 대해 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고체연료 SLBM을 개발하면서 지상형 미사일도 병행 개발했는데 이때 중국의 개발 경험을 북한이 흡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70년대 중국은 SLBM인 쥐랑 1호를 개발한 뒤 이를 지상형 모델(둥펑 21·31호)로 개조했다. 콜드 론치를 위한 지상 실험을 거듭하면서 축적된 기술을 지대지 미사일 개발에 적용한 것이다.


이 미사일들은 고체 추진제를 장착했다. 78년 미사일 개발을 총괄하던 장아이핑 국방과학기술위원회 주임이 현장 요원들의 의견을 모아 덩샤오핑에게 보고했다. 그러자 덩샤오핑은 “일탄양용(一彈兩用·하나의 기술로 두 개의 미사일 개발)”이라며 적극 추진을 지시했다.
 
이후 중국은 90년대 둥펑 미사일의 수출형인 M-11과 M-9을 이란과 파키스탄에 수출했다. 이란은 M-11을 개량해 2단 고체연료 미사일인 세질을 개발했다.


파키스탄은 80년대 중국의 지원으로 고체 추진체인 HTPB 생산 공장을 설립했다. 인도고등연구원(NIAS)도 보고서에서 “중국 업체가 파키스탄에 고체 추진제 제조를 위한 부품 명단을 제공하고 단계별 조립 공정을 전수했다”고 지적했다. 파키스탄은 M-11과 M-9 미사일을 기반으로 샤힌1·2 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북 미사일 부품·장비 대부분 중국서 수입


북한은 파키스탄·이란과 수십 년간 미사일 기술을 주고받아 왔다. 이란의 샤하브3호 미사일은 북한의 노동 미사일(KN-05)을 수입해 개발한 것이다. 북한은 이란에 중장거리 미사일인 무수단미사일(KN-07)도 수출했다.


초기 북한과 이란 미사일 교류는 북한이 주도하는 양상이었지만 최근엔 흐름이 역전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고체연료를 쓰는 북극성 1형의 엔진 지름이 1.25m라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이란이 실전배치한 세질 탄도미사일과 제원이 같다는 분석이 나오는 게 대표적이다.


사거리 2000~2400㎞인 세질 미사일은 2단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한다. 중국→이란→북한으로 미사일 기술이 흘러갔다는 추정이 강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고체연료 생산 기술도 같은 흐름으로 추정된다. 군 당국도 북극성 1·2형의 고체연료를 HTPB 기반의 복합 고체 추진제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춘근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중국과 파키스탄·이란의 고체 추진제 기술과 관련 설비들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HTPB 기반 추진제는 비날론 생산과 유사해 석탄을 활용한 북한의 화학공업 체계에서 생산 가능하고 기술 흡수도 빨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사일 기술의 국제적 흐름이 이같이 파악되면서 북한의 고체연료 생산을 막기 위해 보다 강력한 국제 공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체 추진제에 들어가는 첨가제와 생산설비·부품, 시험평가 장비 등의 거래망을 추적해 이들이 북한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통제의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이 HTPB 추진제 관련 소재와 설비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핵 미사일 개발 저지에 중국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중앙일보] 2017.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