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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양해군' 시대를 연 한국형 구축함 '을지문덕함'

머린코341(mc341) 2017. 6. 20. 11:45

[e-무기]'대양해군' 시대를 연 한국형 구축함 '을지문덕함'


KDX-1 사업 통해 첫 3000t급 한국형 구축함 건조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광복 후 우리 해군에는 쓸 만한 군함이 없었다. 해안경비를 위해 미군으로부터 인계받은 상륙주정(인원 및 장비 수송용)과 일본군이 사용했던 소해정(기뢰제거함정) 몇 척이 고작이었다. 이들 함정은 크기가 작아 함포를 장착할 수도 없었다.


이에 장병들은 전투함 확보를 위한 모금운동을 전개했다. 해군 장병 부인들은 삯바느질로 힘을 모탰다. 이렇게 모인 돈이 1만5000달러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4만5000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해군 제독이었던 손원일 전 국방부 장관에게 주며 미국에 가서 전투함을 사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전투함정을 해외에 판매하지 않는다는 미국 방침에 따라 당시 12명의 전투함 인수 요원들은 수소문 끝에 미 해양대학교에서 퇴역한 구잠함(PC)을 실습선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 해군은 이 실습선을 1만8000달러에 구매해 정비했다. 3인치 포 1문을 장착하고 포탄 등을 실어 1950년 4월 10일 진해항에 입항했다.


우리 해군 최초의 전투함인 ‘백두산함'이다. 백두산함으로 무장한 우리 해군은 2달 후 발발한 6.25 전쟁에서 북한군을 격멸했다.


을지문덕함 항진 모습 [사진=해군]


◇한국형 구축함 사업 시작, 연안해군에서 대양해군으로


미 대학에서 실습선을 사와 개조해 사용하던 우리 해군은 1972년 우리 손으로 첫 함정을 개발했다. 전국 800만 학생과 20만 교직원들이 모은 애국방위성금이 기반이 된 70톤급 고속정 ‘학생호'다. 이후 1974년부터 시작된 ‘율곡사업'으로 우리 해군은 국산 전투함을 보유하게 됐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울산급 호위함과 포항급 초계함이 국산 기술로 건조됐다. 이를 기반으로 미사일 수직발사시스템 및 근접방어무기체계와 헬기탑재 격납고를 갖춘 국산 구축함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KDX(Korea Destroyer Experiment)-Ⅰ 사업으로 탄생한 광개토대왕급 구축함이다.


KDX-1을 통해 탄생한 구축함은 1번함인 광개토대왕함과 2번함 을지문덕함, 3번함 양만춘함 등 3척이다. 한국형 구축함 시대를 연 3000톤급 KDX-Ⅰ으로 인해 우리 해군의 전력은 크게 향상됐다. 북한에 대응한 연안해군에 머물렀던 우리 군을 대양해군으로 나아갈 수 있게끔 한 시작점이었다.


당초 KDX-Ⅰ을 통해 총 12척의 한국형 구축함을 제작할 예정이었지만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사업이 쪼그라들었다. 이후 KDX-Ⅱ 사업은 4000톤급으로 배 크기를 더 늘리고 스텔스 기술과 다층방공체계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진행됐다. KDX-Ⅱ 사업을 통해 탄생한 충무공이순신함급 구축함은 총 6대다.


이후 KDX-Ⅲ 사업에서는 이지스 전투체계가 탑재된 7000톤급의 한국형 구축함 3척이 건조됐다. 첫 번째 함정인 세종대왕함 진수식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행사장을 찾아 축사를 하기도 했다. 현재는 KDX-Ⅲ의 2차 사업이 진행 중으로 총 3척의 이지스구축함이 건조될 예정이다.


을지문덕함이 서해상에서 함대공유도탄 시스패로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해군]


◇살수대첩의 영웅 을지문덕, 해군 함정으로 재탄생


구축함은 대함 및 대잠 공격을 주임무로 하는 중대형 함정이다. 어뢰로 적의 대함(大艦)을 물리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해군은 구축함명으로 역사적 영웅이나 국난극복에 크게 기여한 호국인물의 이름을 사용한다.


KDX-Ⅰ의 경우 모두 고구려 시대 영웅들의 이름을 따와 함명을 지었다. 고구려 때가 우리 역사상 최대 영토를 지배했던 시대인 만큼 대양해군으로 뻗어나가자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KDX-Ⅰ의 2번함인 을지문덕함 역시 마찬가지다. 을지문덕 장군은 고구려를 침력한 수나라 30만 대군을 살수에서 몰살시켜 강대했던 수나라를 멸망에 이르게 한 영웅이다. 을지문덕함은 이같은 장군의 기개와 용맹함을 본받은 함정이다.


대우조선해양(042660)에서 건조한 을지문덕함은 해군 제2함대사령부의 함정을 지휘하는 기함이다. 1997년 진수를 거쳐 2000년 작전배치됐다. 길이 135.4m, 높이 14.2m, 폭 14.2m의 축구장 1.5배 크기다. 순항거리는 4500 마일로 인도네시아까지 왕복할 수 있는 성능이다.


을지문덕함장인 김학민 대령(해사 47기)은 “을지문덕함은 무장 및 센서를 제외한 분야에 5개국 기술이 적용돼 있지만 기본설계에서 부터 상세설계 및 건조까지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국산 구축함”이라면서 “대함 및 대공작전은 물론 대잠수함까지 입체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함정”이라고 설명했다.


을지문덕함의 127mm 함포 사격 모습 [사진=해군]


◇대함·대공·대잠까지 입체 작전 수행


을지문덕함의 무장은 mk48 모드2 수직발사시스템에서 발사되는 시스패로(Sea-Sparrow)가 특징이다. 시스패로는 함정으로 접근하는 저고도 비행표적을 요격할 때 사용하는 단거리 대공무기로 속도는 마하1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그동안 우리 해군 하정의 결점이었던 대공미사일 부재를 해결한 것으로 을지문덕함은 총 16발을 탑재하고 있다.


또 함대함유도탄인 ‘하푼'과 127mm(5인치) 함포 1문을 장착하고 있다. 30mm 골키퍼라고 하는 근접방어무기체계(CWIS) 2문도 탑재하고 있다. 전방위로 분당 4200발을 쏠 수 있는 최종수비수 역할을 하는 무기체계다.


이와 함께 잠수함과 적 수상함 공격을 위한 사거리 11km의 국산 어뢰 ‘청상어'도 보유하고 있다. ‘다가이'(Dagaie)라고 불리는 유도탄기만체계도 장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사격통제레이더, 대공레이더, 피아식별기 등의 첨단 레이더를 탑재한다.


‘링스' 해상작전헬기를 2대까지 고정적으로 탑재해 북한 잠수함에 대한 대잠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어뢰음향대항체계(TACM)를 장착해 함정의 소음과 유사한 수중 소음을 내는 기만기를 투하해 어뢰를 교란시킨다.


[이데일리] 2017.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