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 ICBM 도발한 뒤 미군 항공모함 출동 못한 이유
레이건함은 호주, 니미츠함은 뱅골만에서 훈련 중
군 관계자 "미군 항모 한반도에 급파될 예정 없어"
미군, 항모 대신 B-1B 폭격기 한반도 출격시켜
북한은 지난 4일 오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같은 날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실험이 성공했다는 성명까지 발표했다. 북한의 도발 강도를 볼 때 한ㆍ미 연합군의 ‘단호한 조치’가 예상됐다.
더구나 북한의 ICBM 개발은 미국이 그어 놓은 레드라인(redline)으로 거론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의 관심은 미국의 항공모함(항모)이 언제 한반도에 급파되는 지에 쏠렸다.
지난 4월 칼빈슨함은 호주로 향하던 뱃머리를 돌려 한반도로 향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가져왔다. [사진 미 해군]
이튿날인 5일 한ㆍ미 양국은 미사일 연합 무력시위로 맞대응했다. 한국군에서는 탄도미사일 ‘현무-2A’, 주한미군은 ‘에이타킴스’(ATACMS)를 동원했다.
그러나 미국의 항공모함이 언제 한반도로 출동하는 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미군에 정통한 군 관계자는 “미군이 당장 항모를 한반도로 보낼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미 해군의 항모들은 오래전부터 예정된 훈련과 일정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군 관계자의 말이 사실인지 미군 항모의 구체적인 위치와 임무를 모두 추적해봤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항모는 총 10척인데 이 중에서 6척은 미 본토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앞으로 짧게는 수 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휴식과 정비 그리고 훈련을 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6척의 항모는 작전에서 빠져있는 ‘열외 된 전력’인 셈이다.
아이젠하워함은 지난달 29일 캐나다 핼리팍스에 입항 한뒤 친선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이어서 해외로 출항한 4척의 항모도 확인해봤다. 작전에 투입된 항모의 정확한 위치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항모와 같은 전략무기의 위치는 매우 민감한 군사비밀이어서다.
그러나 여러 정보를 분석해 보니 군 관계자의 말처럼 당분간 한반도에 급파되기는 어려운 상태다. ‘아이젠하워’(CVN-69)함과 ‘조지 H.W. 부시’(CVN-77)함은 각각 캐나다와 이스라엘에 입항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작전구역은 대서양이다.
지난 3일 벤자민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1일 이스라엘 항구도시 하이파에 입항한 부시함을 방문했다. [사진 미 해군]
따라서 미 해군의 7함대 소속 항모가 한반도에 투입될 가능성이 남는다. 7함대의 작전구역은 서태평양의 알래스카 끝에서부터 인도양 뱅골만까지다. 태평양 지역에 전진 배치된 ‘레이건’(CVN-76)함이 가장 먼저 한반도에 투입되는 1차적 임무를 맞고 있다.
일본 요코스카항을 기지로 두며 주요 작전임무에는 한반도가 포함돼 있다. 그러나 현재 레이건함의 위치는 호주 부근 쇼울워터만으로 파악됐다.
미국과 호주는 올해로 7번째를 맞는 연례 합동군사훈련 ‘텔리즈먼 세이버’(Talisman Saber)를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다. 레이건함은 지난 9일부터 참가했고 훈련은 이번 달 말에 끝날 예정이다.
레이건함 지난 9일부터 '텔리즈먼 2017'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가운데 F/A-18F 슈퍼호넷 전투기가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태평양에는 또 다른 항모가 배치되어 있다. 미 해군 7함대의 임무를 보면 “레이건함은 연중 절반을 바다에서 보낸다”면서 “미 해군은 1척의 항모를 ‘임시전력’으로 추가 배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임무를 맡았던 미 해군 3함대 소속 ‘칼빈슨함’(CVN-70)이 지난달 샌디에고 기지로 돌아갔지만 교대전력이 공백을 메웠다.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임무를 건네받은 항모는 지난달 1일 출항한 미 해군 3함대 소속 ‘니미츠’(CVN-68)함이다. 지난달 21일 7함대 작전구역으로 들어왔다.
니미츠함은 4년 전에도 인도양과 서태평양에 배치된 적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한국 해군과 연합훈련을 한 뒤 부산항에 입항한 경험도 있다.
니미츠함은 한반도 해역이 낯설지 않다는 말이다. 작전에 투입될 경우 원활하게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니미츠함도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연례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미국과 인도 그리고 일본은 오는 17일까지 인도 뱅골만에서 ‘말라바’(Malabar) 연합훈련을 한다.
니미츠함이 지난 6일 싱가포르 해협을 지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레이건함이 이미 지난달 29일 적도를 넘어 호주로 향했던 것은 칼빈슨함 때문이다. 칼빈슨함이 지난 4월 호주로 향하던 뱃머리를 돌려 한반도에 급파되는 바람에 당시 예정됐던 미국과 호주의 훈련은 취소됐다.
당시에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칼빈슨함이 한반도로 떠났다”며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나은 조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었다.
이번에 레이건함이 호주로 간 것은 지난 4월 칼빈슨함이 하지 못했던 훈련을 하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 때문에 레이건함은 지난달 초 출항한 직후 동해 부근에서 귀항하던 칼빈슨함을 짧게 만났고, 같은 달 21일에는 싱가포르에서 훈련을 마친 뒤 곧바로 호주로 향했다.
니미츠함은 지난달 말부터 서태평양 미국령 괌 부근 해역에서 훈련을 했었다. 예정된 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말라카 해협을 거쳐 필리핀으로 가던 길이었다. 항모는 이미 계획된 일정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미국은 지금의 한반도 상황을 항모의 일정을 취소할 만큼 심각한 상황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겸 한ㆍ미 연합군사령관이 지난 4일 북한이 화성-14형 ICBM을 발사하던 당시에 한국에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한ㆍ미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 조짐을 수 일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빈센트 사령관은 이를 알고도 미 국방부에서 열리는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일 한국을 떠났고 이어서 여름 휴가를 시작했다.
미군 관계자는 정확한 복귀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 통상적인 휴가 기간을 볼 때 이번 주중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전략폭격기 B-1B가 지난 8일 괌에서 한반도로 날아과 한국 공군의 F-15K, 미 공군 F-16 전투기의 공중 엄호를 받으며 폭격훈련을 실시했다. [사진 공군]
항모를 대신해 전략폭격기가 한반도에 들어왔다. 지난 8일 한ㆍ미 공군은 북한의 주요 시설들을 폭격하는 연합 훈련을 했는데 괌에서 한반도로 출격한 B-1B 편대도 참가했다.
‘죽음의 백조’라는 별칭을 가진 전략폭격기다. 미군은 항모를 당장 보낼 수 없다고 손을 놓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B-1B 편대는 동해 상공으로 진입해 실사격 훈련을 한 뒤 군사분계선(MDL)에 근접 비행하며 북한에 무력 시위를 이어갔다.
그렇다고 미군이 한반도에 항모를 배치할 계획이 없다는 것도 아니다. 군 관계자는 “위기국면을 지나치게 올릴 필요는 없지만 한반도 상황에 따라 미군의 항모는 언제라도 투입될 수 있다”며 “북한은 항모가 멀리 있다고 오판하지 않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park.yonghan@joongang.co.kr
[중앙일보] 201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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