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불량 헬기' 전락한 수리온, 다시 날개 펼 기회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이렇게 문제가 많은 헬기라면 즉시 운항을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한국형 기동헬기인 ‘수리온’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에 대한 군 내 반응이다. 감사 결과 대로라면 수리온은 성능 미달의 ‘불량품’이다.
감사원은 수리온에서 △엔진과속 후 정지 △메인로터 블레이드(프로펠러)와 동체 상부 전선절단기 충돌 △전방유리(윈드실드) 파손 △동체 프레임(뼈대) 균열 등 문제가 잇따랐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상착륙 2회·추락 1회 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결빙 성능 검증 생략으로 판단하고 비행 안정성을 갖추지 못한 항공기로 평가했다. 감사원은 수리온 전 기체에서 내부 빗물 유입 사실도 있다고 했다.
감사 결과를 접한 수리온 조종사들의 심정은 어떨까. 조종사 가족들의 불안감 역시 상당할 것이다. 하지만 수리온 헬기를 운용하고 있는 육군 측은 비행 중단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수리온을 개발한 한국항공우주(047810)(50,800원 200 -0.39%)산업(KAI)과 수리온 도입 사업을 주도한 방위사업청도 감사원에서 지적한 결함들은 대부분 보완 조치가 끝난 것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억울하다고 했다. 문제들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육군 특공부대원들이 수리온 헬기에서 패스트로프를 이용해 강하하고 있다. [사진=육군]
정말 수리온은 성능 미달의 불량 헬기일까.
우리 군은 육·해·공군이 총 690여대의 헬기를 운용하고 있는 세계 6대 헬기 보유국이다. 하지만 수리온이 전력화 되기 전까지는 모두 외산 헬기를 사용했다.
구입 뿐 아니라 운영유지 역시 해외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외화 유출 문제도 컸다.
특히 우리 육군의 기본헬기인 ‘UH-1H’와 ‘500MD’ 노후화에 따른 부속품 지원 문제도 심각했다. 2001년 한국군의 요구 성능에 맞는 한국형 헬기 개발을 결정한 배경이다.
수리온 개발에는 주사업자인 KAI 외에도 한화, 삼성테크윈(現 한화테크윈), LIG넥스원(079550)(70,700원 200 -0.28%) 등 98개사가 협력업체로 참여했다.
해외 협력업체도 유로콥터 등 49개사나 된다. 18개 대학과 10개 연구소가 함께한 대형 프로젝트였다.
통상 헬기 개발에는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수리온 개발은 육군의 요구에 따라 6년이라는 짧은 기간 내에 마무리 해야 했다. KAI는 국산 완제기인 KT-1과 T-50의 개발 경험을 갖고 있는 회사다.
이를 바탕으로 설계와 생산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함께 진행하는 동시 공학 설계를 적용해 설계의 오류와 개발 기간을 단축시켰다고 한다.
1년 만에 기본설계를 마무리해 헬기의 외형을 확정한 개발진은 상세 설계와 함께 2007년 11월 부품가공을 시작으로 사업착수 3년 2개월만인 2009년 1월 시제 1호기를 출고했다.
시험평가를 거쳐 지난 2013년 5월 수리온 전력화 행사가 개최됐다. 전 세계 11번째 헬기 자체 개발국가 반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수리온 헬기가 상대의 공격을 교란시키는 플레어를 발사하며 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수리온은 운용 과정에서 각종 결함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수리온의 뜻은 독수리의 ‘수리’에 숫자 100의 완벽함을 의미하는 순우리말 ‘온’에서 따온 것이다. 이름이 무색하게 ‘항상 수리중’(수리+ON)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러나 군 당국과 KAI 등 방위산업계는 무기 체계의 경우 실전에 배치된 이후에도 하자 개선과 성능 개량 등의 과정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가는게 일반적이라고 했다.
해외 명품 헬기와 전투기 등도 수십년에 걸쳐 이같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유독 국산 무기체계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가혹하다고 억울해한다.
KAI의 경영 비리 정황과 방산 비리 의혹으로 수많은 연구진의 피와 땀이 어린 수리온은 ‘문제 헬기’로 전락했다. 비리 의혹이 해당 업체의 기술력까지 의심케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원의 이번 발표로 수리온을 운용하는 우리 군의 사기도 크게 저하된게 사실이다.
방위사업청과 육군 등은 이번 감사원 결과에 대한 소명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소명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이미 성능 미달 헬기로 낙인 찍힌 수리온이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너무 성급하게 불량품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긴건 아닌지 안타깝다.
[이데일리] 2017.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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