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파크 관광자원화 방안] 1. 포항의 현충시설과 문제점
충혼탑 6곳·전적비 5곳···뿔뿔히 흩어진 현충시설 공원화 모색
포항시 북구 기계면 성계리에 위치한 기계.안강지구 전투 전적비. 6.25전쟁 당시 기계.안강전투 최후 격전지에서 산화한 참전용사를 기리기 위해 세워졌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용덕리 해병 1사단 내 11인의 해병 충혼탑.
1950년 6월 25일 기습적인 북한군의 남침에 서울을 점령당한 한국군은 남으로 남으로 후퇴를 거듭했다.
파죽지세로 내려오는 북한군을 저지하고 반격의 교두보를 만든 곳은 낙동강 방어선이었다.
낙동강을 경계로 동쪽으로 넘어오는 적을 막고 칠곡 왜관을 중심으로 영천, 경주, 포항, 영덕에서 북쪽에서 쏟아져 오는 북한군의 공세를 막아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도 낙동강 방어선을 따라 이날의 흔적이 경북 곳곳에 산재해 있다.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4대 정체성이 경북의 혼’이라는 김관용 경북도지자의 말처럼 전국 독립유공자 1만4천574명 가운데 경북지역 유공자가 2천125(14.6%)명이나 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독립유공자를 배출한 지역이기도 하다.
그 만큼 호국시설도 곳곳에 산재해 있지만 일상생활과 동떨어진 호국보훈의 행사에만 반짝하는 시설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6.25 전쟁 당시 격전지 중 하나인 포항은 이후 해병대의 요람으로 거듭났지만 전쟁 추모 시설은 곳곳이 흩어진데다 해병대 역사관마저 이들 추모시설과 단절돼 군사 호국 도시라는 아이템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일보는 4차례 보도하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포항을 비롯한 경북도의 호국시설을 점검하고 칠곡, 영천 등 각 지자체가 이들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살펴본다.
또 전쟁참전 역사를 세세히 남기고 이를 보존한 미국 테네시주 내쉬빌 시를 벤치마킹하고 부산 UN기념공원 활용도 확인한다. 편집자 주
△포항의 호국시설
포항은 ‘기계-안강 전투’를 비롯해 ‘기계-포항 쟁탈전’, ‘안강-포항 피탈’, ‘형산강 돌파 작전’ 등 6.25 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 전투가 펼쳐진 곳이다.
특히 영화 ‘포화 속으로’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포항여자중학교는 학도의용군 71명이 11시간 동안 북한군의 침공을 저지하며 포항시내 진출이 지연시켜 국군 제3사단 사령부와 기타 지원부대 및 경찰, 그리고 행정기관이 무사하게 안전지대로 철수해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이를 기리기 위한 비슷한 의미를 지닌 전적비는 뿔뿔이 흩어져 있다.
포항을 사수하다 전사한 학도의용군의 전공을 기려 1977년 현 포항여자고등학교 교문 앞에 가로 3.5m, 세로 2m, 높이 3m 크기의 학도의용군 6.25 전적비를 세웠다.
포항 송도동 코모도호텔 맞은 편에는 학도의용군 전투를 포함한 1950년 8월 10일부터 31일까지 포항지구에서 용감하게 싸운 국군의 전투상을 기념해 1959년 육군 제1025건설 공병단이 세운 포항지구전투전적비가 있다.
또 포항지구 전투를 기념하고 국군과 학도의용병을 기리기 위해 국제관광공사에서 1979년 12월 30일 용흥동 탑산 334㎡ 부지에 가로 4.7m, 세로 5m, 높이 10m 크기의 포항지구 전적비가 들어섰다.
덕수공원과 구룡포에 각기 세워진 충혼탑을 비롯해 각종 위령비도 비슷한 상황이다.
6.25 전쟁 격전지 기계·안강지구 전투 전적비, 형산강도하작전 연제근영웅 특공대군상 등 특정 장소에 세워야 하는 이유가 없는 시설이 곳곳에 흩어진 것이다.
그나마 현충시설물이 인접한 곳은 용흥동 탑산이다.
전국에서 제일 많은 학도의용군이 희생된 격전지인 이곳은 전적비와 함께 6.25전쟁 때 산화한 1천394명의 포항 지역 학도의용군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전몰학도충혼탑과 그들의 유물을 전시해놓은 학도의용군전승기념관이 있다.
전승기념관의 경우 면적 4천62㎡에 연면적 903㎡의 2층 건물로 16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돼 2002년 건립됐으며 당시 학도의용군들이 사용했던 각종 무기류와 착용했던 복장을 비롯해 일기장, 사진 자료 등 귀중한 유물 200여 점이 전시 중이다.
전시된 자료 중에는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로 시작된 유명한 이우근 학도병 편지도 있고 이를 세긴 편지비도 함께 세워졌다.
하지만 이들 현충시설은 고질적인 주차시설 부족으로 방문객들에게 불편함을 안기고 있다.
1950년 8월 17일 새벽 6시. 포항 함락으로 후방이 차단된 상황에서 국군 제3사단이 사단병력과 경찰, 그리고 피난민들을 구룡포로 해상 철수시킨 곳.
△3.1운동과 항일의병, 그리고 해병대
학도의용군으로 인해 유명한 포항이지만 포항이 기억해야 할 이들은 이 뿐만이 아니다.
많이 알려지진 않은 사실이지만 포항은 경북에서 가장 빠른 3.1 운동의 진원지었다.
3월 8일 대구에서 있었던 독립만세 시위운동소식이 전해지자 포항 장날인 3월 11일 낮부터 수백 명의 군중이 포항장터에 운집해 만세를 부르고 독립선언서를 벽에 내걸며 시위를 했고 시위는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만세운동은 영일군 각 지역으로 불길처럼 퍼져나가 청하와 송라면에서 대대적인 만세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이런 역사적인 사실을 기념하는 행사나 조형물은 송라면 대전리 마을에 세워진 대전 3.1의거 기념관과 대전3.1의거기념비 뿐 다른 시설물은 찾아 보기 힘들다.
의병활동 역시 산남의병의 숭고하고 청사에 길이 남을 항일독립정신을 기리고 그분들의 명예선양과 후세들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애국심을 높이고자 1967년 영일민속박물관에 건립한 한말의병 항왜혈전 기념비가 있을 뿐이다.
3.1운동, 항일의병이 과거의 전쟁을 기리는 것이라면 해병대 관련 현충 시설은 의미가 조금 다르다.
희생된 군인을 기억하고자 하는 의미는 같지만 현재에도 앞으로도 계속 되야 할 호국 문화와 연관이 있다.
포항시 북구 덕수공원 내 세워진 충혼탑. 포항중학교와 결연을 맺어 신년참배,현충일 등 현충시설을 이용한 교육에 이용되고 있다.
1965년 12월 13일 해병대1사단 1연대상륙단 수색중대 소속 고 강대현 중위 등 5인의 해병은 ‘해룡작전’에서 상륙훈련에 앞서 적 해안 수색정찰 임무를 맡게 됐다.
수송함에서 7인승 고무보트를 이용해 정찰조로 투입된 이들은 이날 오전 7시 15분께 가상 적 해안에 은밀하게 침투하던 중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독석리 앞 해상에서 갑자기 불어온 돌풍과 험한 파도에 휩쓸려 현장에서 목숨을 잃어 이를 기리고자 5인의 해병충혼탑을 세웠다.
또 1984년 3월 24일 새벽 4시께 한·미연합 상륙기습훈련 중 영덕 시루봉 일대에서 야간헬리콥터 저공침투를 감행하다가 악천우로 순직한 병대 1사단 72대대 11인 해병대원의 정신을 길이 받들어 11인의 해병 충혼탑을 1984년 9월28일 해병대1사단 해안대대장병들의 작업으로 건립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한 훈련과 이 과정에서 생겨난 희생을 기록으로 남겼다.
그러나 해병대 관련 시설 대부분은 해병대 1사단 영내에 위치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앞으로의 운영방향
경북남부보훈지청은 지난 6월 포항시와 포항여고와 시설 관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6.25전쟁 때 펜 대신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학도의용군들의 넋을 위로하고 활약상을 기리기 위해 세운 학도의용군 6.25전적비를 호국공원으로 조성해 공개한 것.
이들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 ‘포화 속으로’의 주요 장면을 아트타일로 조성했고 300여 명이 합동 분향을 할 수 있는 시설과 편의시설을 갖췄다.
그러나 현충일이나 6.25 등 호국의 날에만 찾는 시설에서 벗어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포항의 현충시설은 기념관 2곳을 비롯해 충혼탑 6곳, 전적비 5곳, 위령비 3곳, 기념비 2곳 등 각종 비석이 22곳이 있다.
고지를 중심으로 전투가 벌어진 다른 지역과 달리 시가지가 점령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가지를 탈환하기 위해 전투가 이어진 포항은 그 특성상 각종 호국 시설이 개인 사유지를 피해 곳곳에 흩어져 있을 수 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소한다면 호국의 도시인 포항이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언제든 열려있다.
경북남부보훈지청 관계자는 “포항지역의 경우 현충시설이 여기저기 흩어진 곳이 많다”면서 “이것들을 모아 단순한 비석이 아닌 공원화 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일보] 2017.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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