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핵무장론
핵 ICBM 능력 비교 미·러·중은 박사급, 北은 중학생급
北 ICBM 미 워싱턴 타격 충분… 2년 내 탄도미사일 잠수함 실전배치도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WMD대응센터장
지난 7월 28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 형을 발사했다. 북한은 자신이 핵무장 국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증거를 하나둘 세계를 향해 꺼내 보이고 있다.북한의 ICBM 능력은 미국, 러시아, 중국과 비교해 어느 수준에 도달한 걸까.
북한은 스커드미사일을 도입하며 탄도미사일 개발을 시작했다. 1960년대 스커드미사일을 소련에서 직도입하려다 실패하고, 1970년대엔 중국과 단거리 탄도미사일 공동개발을 추진했지만 이것도 실패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이집트로부터 스커드-B 미사일 샘플을 확보한 북한은 역설계를 통해 1985년 첫 탄도미사일을 생산했고, 1988년 드디어 실전배치했다. 이후 사정거리를 500km까지 늘린 스커드-C를 개발했고, 일본까지 타격할 수 있는 노동미사일을 개발해 실전배치했다.
스커드(노동)미사일 기술이 무르익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도전했다. 시작은 대포동1호로 1998년 8월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대포동1호는 사거리가 최장 2800km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ICBM으로 부르기엔 턱없는 수준이었지만, 한·미·일 당국은 ‘대포동 쇼크’에 빠졌다. 이후 북한은 2006년 7월 4일 ICBM급 외양을 갖춘 대포동2호(북한명 은하2호)를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2차 핵실험이 있던 2009년에도 발사했는데, 사거리는 최장 6700km로 추정됐다.
제2세대 미사일 등장
핵전력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SLBM을 만들어냄으로써 이제 북한은 대한민국이든 주일미군이든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은 2012년 3차 핵실험을 앞두고 대포동2형을 발전시킨 ‘은하3호’를 개발해 4월 첫 발사는 실패했지만 12월 2차 발사에 성공했다. 또한 4차 핵실험 직후인 2016년 2월에는 은하3호 계열인 ‘광명성4호’ 발사에 성공했다.
하지만 은하3호의 성공은 ICBM의 가능성을 연 것이지 ICBM 자체로는 평가되지 않는다. 인공위성이든 핵탄두든 은하3호의 탑재중량은 100kg 수준에 불과하다. 힘이 부족한 노동미사일의 엔진 4개를 묶어 클러스터링 하다 보니 로켓 자체의 중량이 너무 무거워 막상 탑재해야 할 탄두의 중량이 작아져버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500kg~1t으로 추정되는 현재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경량화 수준으로는 은하3호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차세대 미사일을 개발했다. 구소련의 붕괴로 직장을 잃은 러시아 미사일 기술자들을 섭외했고, 암시장에 나온 미사일 관련 무기체계는 무엇이든 사들였다. 그 결과 구소련제 R-27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을 표준으로 사정거리 3500km의 ‘무수단’(북한명 ‘화성-10’) 을 만들었다. 스커드보다 훨씬 강력한 추력 엔진에 미사일 길이도 짧아 SLBM은 물론이고, ICBM의 2·3단으로 쓸 수 있어 무수단은 스커드를 뛰어넘을 차세대 미사일로 적격이었다. 무엇보다 북한은 무수단을 개발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3000~5500km) 능력을 얻었다.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들이 주둔한 괌 앤더슨 공군기지를 때릴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무수단의 가치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애초 무수단의 개발 원형인 R27 미사일은 SLBM이었다. 즉 무수단 개발에 성공하면 SLBM도 동시에 개발되는 셈이다. 그리고 SLBM을 발사할 잠수함만 만들면 된다. 북한은 2015년부터 북한판 SLBM인 ‘북극성’의 발사 실험을 했다. 그런데 개발하다 보니 기존 액체연료는 SLBM용으로 불편했다. 그래서 고체연료로 바꿔서 개발했고, 2016년 8월 24일 드디어 발사에 성공했다.
핵전력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SLBM을 만들어냄으로써 이제 북한은 대한민국이든 주일미군이든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북한의 ‘고래급’ 잠수함은 디젤-전기 추진 방식이어서 오랜 잠항이 불가능한 데다가 미사일을 1발 밖에 쏠 수 없다. 이에 더 큰 덩치에 2발 이상의 SLBM을 장착할 수 있는 신형 잠수함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건조 정황이 포착되었고, 머지않은 시기에 그 정체를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잠수함에 장착할 수 있도록 길이를 줄인 새로운 미사일인 ‘북극성-3’도 개발 정황이 포착되었다.
한편 북극성 SLBM은 사정거리 2000km 이하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에 해당한다. 그래서 북한은 북극성을 지상에서 쏘기로 하고, 전차의 차대 위에 발사관을 올리고 ‘북극성-2’를 발사했다. 2월 12일 발사가 성공하면서 북한은 노동미사일을 뛰어넘는 우수한 성능의 MRBM을 갖게 되었다. 북극성-2는 고체연료 미사일이라 액체연료를 쓰는 스커드나 노동과 달리, 곧바로 발사할 수 있다. 더 이상 남측의 ‘킬체인’ 공격에 떨지 않고, 빨리 쏘고 빨리 도망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진화하는 북한의 ICBM
북한은 무수단에 만족하지 않았다. 무수단과 북극성의 개발로 ICBM의 2단과 3단 추진체는 확보했지만, 정작 무거운 ICBM을 대기권 밖으로 쏘아 올릴 1단 추진체는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1단에 해당할 로켓엔진이 지난해 9월 20일 공개됐다. 약 80t포스 출력의 신형 엔진은 ‘백두산’ 엔진으로 불리는데, 지난해 9월 메인엔진의 출력 테스트에 이어 올 3월 19일 메인엔진에 보조엔진 4기가 결합돼 최대 100t포스의 출력을 낼 수 있는 완성모듈이 공개되면서 ICBM 발사가 예고되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일 만인 5월 14일 새로운 미사일이 발사됐다. 발사된 미사일은 ‘화성-12’형으로 ICBM이 아니라 중거리 미사일이었다. 하지만 고각발사로 시험비행한 ‘화성-12’형은 고도 2111.5km, 사거리 787km를 비행하면서 당시까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멀리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약 5000km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ICBM의 사거리인 5500km에는 약간 못 미치는 준(準)ICBM으로 평가되었다.
대기권 재진입 성공
2차 발사에서 화성-14형은 현저히 향상된 성능을 과시했다. 도대체 24일 만에 어떤 기술적인 진전이 있었기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을까?
그러나 화성-12형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ICBM 완성을 위한 플랫폼이라는 점에 있다. 한마디로 화성-12형은 북한 ICBM 개발에 있어 가장 큰 과제인 1단 추진체를 검증하기 위한 성격의 미사일이기도 했다. 화성-12형은 1단으로만 구성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5000km 정도까지 비행할 수 있어, 여기에 2단만 더해도 충분히 ICBM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그리고 2개월도 안된 7월 4일 북한은 ‘화성-14’형을 발사했다. 첫 시험발사이기도 한 이날 발사에서 화성-14형은 최대고도 2802km를 찍고 933km를 날아갔다. 미사일은 2단 분리 방식에 탄두에 후추진장치(PBV)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됐다. 화성-14형을 정상 각도로 발사할 경우, 7000~8000km 정도 비행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사거리로 본다면 누가 뭐래도 ICBM이었다. 그러나 북한에서 워싱턴을 때리기 위해서는 1만km 이상은 비행할 수 있어야만 하므로, 화성-14형은 미국 본토를 공격하기 위한 ICBM으로는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3주 후인 7월 28일 북한은 또다시 화성-14형을 발사했다. 2차 발사에서 화성-14형은 47분12초간 비행하면서 고도 3724.9km 거리 998km를 기록했다. 1차 발사보다 약 900km를 더 올라가, 무려 8분이나 더 비행했다. 사거리 1만1000km라는 평가가 나온다. 화성-14형으로 미국 본토를 때릴 수 있다는 북한의 주장이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1차 발사 이후 화성-14형은 사거리가 못 미치거나 대기권 재진입 능력이 부족해 ICBM으로서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국가정보원은 7월 12일 국회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ICBM의 핵심 능력인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아직 획득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2차 발사에서 화성-14형은 현저히 향상된 성능을 과시했다. 도대체 24일 만에 어떤 기술적인 진전이 있었기에 이러한 차이가 나타났을까?
그 비결은 탄두 무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1차 발사를 설명하면서 북한은 “새로 개발한 대형 중량핵탄두를 탑재했다”고 했다. 아마도 5차 핵실험에서 위력을 과시한 기존의 핵탄두보다 더 무겁고 파괴력이 강한 핵탄두의 탑재를 상정하고 발사했을 것이다. 그러나 2차 발사에서는 그러한 표현이 없다. 결국 신형 대형 탄두가 아니라 폭발력이 10~20kt으로 추정되는 기존의 핵탄두를 장착하고 시험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탄두의 중량이 가벼워진 만큼 사정거리가 는 셈이다. 즉 24일 만에 엄청난 기술적 진전을 이뤄낸 것이 아니라, 위력이 약한 대신 가벼운 탄두로 바꿈으로써 미국 본토까지의 사정거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하지만 사정거리 말고도 북한이 시험발사에 고려한 사안이 바로 재진입 능력이다. 1차 발사 당시에 재진입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시되자 굳이 야간 발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야간에 발사하면 엄청나게 달궈진 재진입체가 마치 유성처럼 떨어지는 것이 맨눈에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화성-14형의 재진입체는 NHK 홋카이도 지부의 옥상에 설치된 CCTV에 포착됐다.
이 CCTV 궤적을 보고 화성-14형의 재진입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자들도 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마이클 엘먼 선임연구원은 재진입체가 고도 6∼8㎞ 상공에서 최고 섬광을 낸 뒤 3∼4㎞ 상공에서 빛을 잃고 빠르게 사라졌다는 점에서 대기권 재진입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은 2차 발사에서 대기권 재진입 후에 공중폭발을 시켰다고 이미 밝혔으며, 탄착 지점이 일본 EEZ 내라는 점에서 인명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공중폭발은 필수였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발사는 성공이었다고 평가해도 무방하다.
북한은 화성-14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함으로써 미국, 러시아, 중국을 제외하고 이스라엘 다음으로 사정거리 1만km급 ICBM 개발에 성공한 국가에 편입됐다. 그러나 당장 실전배치된 무기도 아닐뿐더러 미국과 러시아에 비하면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미·러·중은 전략폭격기-ICBM-SLBM이라는 ‘핵전력의 3요소(nuclear triad)’를 모두 완비하고 있다. 북한은 이 3가지 중 어느 것도 실전배치에 이른 것이 없어서 현시점에서 당장 본격적인 핵무장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러·중의 ICBM
북한이 7월 28일 화성-14형을 발사하자 미국은 당장 현지 시간 8월 2일 미니트맨III 미사일의 발사실험을 실시했다. 미니트맨III는 미국이 보유한 ICBM이다. 사정거리 1만3000km로 통상 파괴력 475kt의 W87 핵탄두 3개를 장착하는 MIRV(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이다. ICBM 한 발로 여러 목표를 동시에 무력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미국은 1000발이 넘는 미니트맨을 생산했는데, 현재 약 450발이 일선을 지키고 있다. 미니트맨III로 북한을 때리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한 것으로 알려진다. 미니트맨III는 정확도가 약 100m급으로 ICBM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정확도다.
러시아는 SS-18 사탄, SS-19 스틸레토, SS-25 토폴, SS-27 토폴-M 등 다양한 ICBM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46발을 보유한 SS-18 사탄(러시아명 R-36M2 보예보다)은 무려 750kt의 핵탄두 10기를 내장해 단 한 발로 대한민국을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는 2017년 1월 기준으로 약 286발의 ICBM에 958발의 핵탄두를 실전배치했다. 미·러보다는 핵무기 보유 수가 현저히 적은 중국은 둥펑(DF)-5, DF-21, DF-31 등의 ICBM 150발을 보유하고 있다.
북한의 화성-14형은 이들의 ICBM에 비해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 우선 액체연료 미사일이어서 발사관에서 곧바로 운용하기 어렵다. 화성-14형은 이동식 발사차량에 실리지만 막상 발사할 때는 별도의 간이발사대를 설치해 발사해야만 한다. 이동식으로는 한계가 역력하다. 한마디로 실전 운용이 아직 어렵다. 화성-14형은 구소련 기준으로는 SS-11 정도의 경량 ICBM에 해당한다. 기술력으로 평가하자면 1970년대 초 수준이다. 게다가 미국 본토를 때릴 전략무기라면 수백kt 정도의 파괴력을 보유해야만 한다. 그러나 북한이 여태까지 과시한 핵탄두의 파괴력은 지난 5차 핵실험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10~20kt 수준이다.
탄도미사일 잠수함
한마디로 북한이 최신예 ICBM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러·중의 ICBM이 박사 수준이라면, 북한은 중고등학생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신속한 발사를 위해서는 고체연료로 ICBM을 전환해야 하고, 다탄두 공격 능력을 갖춰야 하며, 무엇보다도 전략핵미사일에 걸맞은 강력한 파괴력의 탄두를 갖춰야 한다. 미사일 자체의 능력이 갖춰졌다고 해도 더 큰 난관들이 있다.
화성-14형 수준에서 ICBM을 운용하려면 결국 지하 사일로에서 운용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사일로의 개수를 늘리고 상상 못할 곳으로 분산시켜야만 생존성이 보장된다. 이 과정에서 핵무기의 발사를 지시하는 핵 지휘통제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도 큰 관건이다. 미국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나가면 언제나 군사보좌관이 핵무기 발사 지령 장치인 핵가방(nuclear football)을 들고 다니듯, 북한도 정교한 지휘통제체계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북한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약한 국가다. 이런 국가가 ICBM을 개발하며 미국에 대항할 핵전력을 만들어왔다. 비록 1970년대 수준의 기술이라도 핵미사일이다. 맞으면 수십만, 수백만 명이 죽는다. 게다가 북한은 지난 4월 열병식에서 신형 ICBM 발사차량을 공개함으로써 고체연료 ICBM을 개발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SLBM 전력도 꾸준히 증강시켜 내년 이후에는 실질적 탄도미사일 잠수함이 실전배치될 전망이다. 북한식 핵전력이 하나둘씩 완성되고 있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쳐 꾸준히 핵을 완성해오는 사이, 대한민국은 정권 교체를 거듭하면서도 북한을 저지하지 못했다. 북한의 선의에 기대거나 혹은 북한의 역량을 무시해온 진보·보수 정권 모두의 리더십 잘못을 우리 국민이 책임지게 생겼다. 이제는 여야 좌우의 정치적 스탠스에 상관없이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정치 리더들이 제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전략적 불리함을 떠나 굴복을 당할지도 모른다. 특히 현 정부처럼 평화를 원하는 정부라면 더더욱 전쟁을 대비할 일이다. 특히 핵전쟁을 말이다.
[신동아 2017년 9월호]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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