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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무기를 일거에 고철덩어리로…'서울 불바다'보다 무서운 EMP 공격

머린코341(mc341) 2017. 9. 21. 17:22

최첨단무기를 일거에 고철덩어리로…'서울 불바다'보다 무서운 EMP 공격


1962년 7월 미국이 태평양 존스턴섬 상공 400㎞에서 수소폭탄 실험을 하기 위해 1.44메가톤(Mt)급 폭발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 이후 1500㎞나 떨어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가로등 파손, 통신망 두절, 신호등 오작동 등과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3년이나 지난 1965년이 돼서야 미국 랜드연구소 과학자들이 원인을 파악해 학술지 '피지컬 리뷰'에 발표했다.



수소폭탄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핵폭탄이 사용된다. 논문에 따르면 상공에서 핵폭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고에너지 '감마선'이 대기 중 산소와 질소 등의 분자와 충돌하고 이때 전자가 튕겨져 나간다.


전자는 지구 자기장의 영향으로 원운동을 하면서 가속이 붙고, 이때 에너지가 '전자파' 형태로 방출된다. 이 전자파의 영향으로 주변에 있던 전자기기가 일시적으로 먹통이 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후 미국과 러시아 등을 비롯한 나라들은 이 원리를 이용한 전자기펄스(EMP·Electro Magnetic Pulse) 미사일을 만들었고 실전 배치했다.


지난 15일 오전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급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열고 단호한 대응과 함께 EMP 공격에 대한 대비 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뒤 EMP 공격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EMP가 도심지역에서 폭발하면 통신장비를 비롯한 전자장비가 일시적으로 마비돼 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EMP는 에너지를 갖고 있는 전자를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면서 전자장비를 마비시키는 기능을 한다. 이재복 한국전기연구원 전기환경연구센터장은 "가전기기가 방출하는 전계(electric field·전자가 갖고 있는 힘) 크기는 1m당 10볼트(V) 정도"라며 "하지만 핵폭탄에서 발생하는 전계의 크기는 1m당 5만V나 된다"고 설명했다.


전자기기에 과부하가 걸리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전자기기는 '파괴 전압'을 갖고 있다. 전압이 점점 높아졌을 때 절연물의 일부가 파괴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는 5V에서 작동하는데 이보다 높은 전압이 일시적으로 가해지면 회로가 끊어진다.


꼬마전구에 1.5V 건전지를 하나씩 늘려가며 연결하다 보면 빛이 밝아지다가 어느 순간 필라멘트가 끊어지며 불이 꺼지는 것과 같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태블릿PC 등의 전자기기가 EMP에 노출되면 역시 회로 내부에 순간적으로 많은 전자가 흐르면서 고장나거나 먹통이 될 수 있다.



EMP가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올해 5월 발표된 '한국전자파학회지'의 '핵전자기펄스 선원 해석' 논문에 따르면 "EMP를 이용하면 인명·낙진 피해 없이 광범위한 지역의 전자장비를 일시에 마비시켜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를 무력화해 전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박사는 "미국 군사장비는 EMP에 대비한 테스트를 통과해야만 전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과정이 없는 만큼 국산 무기는 EMP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통신망"이라며 "일시적으로 통신망이 파괴되면 이를 복구하는 데 수일이 걸리기 때문에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전에서 사용하는 무기는 대부분 전자화·디지털화돼 있기 때문에 EMP 공격 한번에 한국군의 주요 무기가 일시에 멈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 전력이 한국에 비해 열세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북한은 EMP를 이용해 전세를 한번에 뒤집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EMP는 지표에서 높은 곳에서 터트릴수록 효과가 좋다. 지표와 가까운 곳은 '대기'가 전자파의 진로를 막아 강하지만 전자기파가 미치는 범위가 좁아진다.


반대로 대기가 없는 성층권 이상 높이에서 터트리면 전자파가 수백~수천 ㎞까지 방출되며 영향력을 넓힐 수 있다. 이재복 센터장은 "높은 곳에서 터트린 EMP는 넓은 지역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강도는 약해진다"며 "건물 안에 있는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이 동시에 먹통이 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변전소나 발전기 등 민감한 기기라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차폐막 설치와 같은 대비를 사전에 해놓는다면 통신이 먹통이 되는 등의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우리 군이 EMP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은 국방 연구개발(R&D) 시스템이 지닌 문제점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국방 기술은 국방과학연구소(ADD)를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지나치게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책 결정자들은 필요시 ADD와 국방기술품질원에 자문을 구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립대의 한 교수는 "국방 R&D에 참여하면 논문 발표도 어려울 뿐 아니라 지식재산권도 국가에 귀속되는 등 타 부처 과제와 비교했을 때 연구자 보상이 상당히 불리한 면이 있다"며 "실력 있는 과학자, 공학자들이 ADD와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MP 방어는 결국 이를 막을 수 있는 '소재'와 연결된다.


하지만 소재는 원천기술에 속해 상용화에 치중하고 있는 국방 R&D 시스템 아래서는 연구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국방기술 연구는 기획과 과제 발굴 등에 있어 절차가 복잡할 뿐 아니라 ADD가 주로 대학들과 연구하는 만큼 기업, 정부연구소 등과의 협력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매일경제] 201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