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속도 경쟁, 극초음속 무기 개발경쟁
방어를 무력화시키려는 극한의 속도 경쟁
극초음속 무기 개발경쟁
최현호 군사커뮤니티 밀리돔 운영자/자유기고가
무기 개발 선진국들이 속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빠른 속도를 지닌 무기는 적이 방어하기 어렵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은 적의 요격 확률을 떨어뜨리기 위해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대기권에서 마하 5 이상의 빠른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무기는 멀리 떨어진 긴급 대응 표적에 효과적이지만, 속도와 기동성으로 인해 요격이 어렵다. 새로운 공격무기지만, 방어의 어려움을 함께 안겨 준 극초음속 무기 개발 경쟁을 소개한다.
[사진 1] 미 공군의 극초음속 비행체 HTV-2 아티스트 컨셉
극한의 영역-극초음속
무기 선진국들이 더 빠른 속도에 도전하고 있다. 1947년 10월 14일, 미 공군 조종사 찰스 엘우드 예거(Charles Elwood Yeager, 척 예거Chuck Yeager)가 로켓 비행기인 X-1으로 인류 최초로 음속을 돌파하면서 초음속의 시대를 열었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967년 10월 3일에는 로켓 비행기 X-15가 유인 비행체 최고 속도인 마하 6.7을 기록했다. 현재 인간이 개발한 비행체 가운데 가장 빠른 것은 대륙간 탄도탄으로 이륙속도는 마하 9 이상, 낙하속도는 최대 마하 25에 이른다.
[사진 2] 유인 비행체 최고속도 마하 6.7을 기록한 X-15
비행체의 속도를 나타내는 ‘마하Mach’는 기체 속도(v)를 소리 속도(c)로 나눈 값으로 계산된다. 비행기가 음속으로 비행한다면 소리의 속도가 같으므로 마하 1이 된다. 하지만, 실제 음속은 온도와 밀도에 따라 크게 변한다. 예를 들어, 온도 20°C 해수면의 건조한 공기에서의 음속은 초속 343m(시속 1,235km)이며, 이 속도로 비행할 때 비행속도가 마하 1이 된다. 마하 1 이하를 ‘아음속Subsonic’, 마하 0.8~1.2를 천음속Transonic, 마하 1~5를 ‘초음속Supersonic’, 그리고 마하 5 이상을 ‘극초음속Hypersonic’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극초음속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사용하는 터보팬이나 터보제트 엔진은 터빈으로 압축기를 돌려 공기를 압축시킨다. 하지만, 초음속 영역으로 갈수록 유입되는 공기의 압력이 압축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로켓은 연소 효율이 터보팬이나 터보제트 엔진보다 낮아 수백km 이상 극초음속으로 순항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연료와 산화제가 필요하며 시스템의 크기가 커진다.
극초음속을 위한 엔진은 항공기가 초음속으로 날면 발생하는 충격파를 이용하며, ‘램제트Ram Jet’ 엔진과 ‘스크램제트Scram Jet’ 엔진이 있다. 두 엔진 모두 터빈과 압축기가 없어져 공기흡입구, 연소실 그리고 배기구로 구조가 단순해진다.
[사진 3] 램제트엔진과 스크램제트엔진 설명도
램제트 엔진은 1908년 프랑스의 ‘르네 로빈Rene Robin’이 특허를 출원하면서 기술적 개념을 정립했다. 램제트 엔진에서 공기 흡입구에서 초음속으로 유입된 공기가 충격파에 의해 아음속으로 속도가 늦춰져 연소실로 보내진다. 연소를 위해 늦춰진 공기 속도 때문에 램제트 엔진의 최고 속도는 마하 6 정도로 제한된다. 현재 램제트 엔진은 러시아의 ‘야크혼트Yakhont’ 대함미사일, MBDA의 ‘미티어Meteor’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등 많은 미사일에 채용되었다.
하지만 더 빠른 속도로 비행하기 위해서는 연소실에서 흘러 들어간 초음속의 공기가 그대로 연소되어야 한다. 이런 연소를 ‘초음속 연소Supersonic Combustion’라고 부르며, 이것이 적용된 램제트 엔진을 ‘초음속 연소 램제트Super-sonic Combustion Ramjet’ 엔진, 줄여서 ‘스크램제트Scramjet’ 엔진으로 부른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흡입구 앞에 V자 모양의 충격파가 생겨 공기가 압축되면서 온도가 올라간다. 연소실에 들어가는 공기는 1,700°C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이 공기에 수소나 탄화수소 연료를 분사하면 자체 연소해 엔진 뒷부분의 노즐을 통해 강력한 추진력을 발생시킨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1950년대부터 미국, 영국, 프랑스, 호주, 구소련 등에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풍동을 이용한 실험실 수준의 연구가 이어지다가 1991년 구소련이 SA-5 지대공 미사일에 장착된 비행체를 사용하여 첫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스크램제트 엔진의 이론상 최고속도는 마하 15 이상이다. 이런 이유로 현재 세계 각국에서 이루어지는 극초음속 관련 연구는 스크램제트 엔진 개발에 맞춰져 있다.
극초음속으로 비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첨단 기술과 연구가 필요하다. 스크램제트 엔진은 유입되고 배출되는 공기를 계속 초음속을 유지하면서 연료를 점화시키고 연소를 유지시키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빠르게 비행하는 비행체 표면은 공기와의 마찰로 높은 온도로 가열되기 때문에 첨단 소재가 필요하다. 비행체 내부 각 부분을 고온에서 보호하기 위한 재료의 개발과 냉각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는 램제트 엔진과 스크램제트 엔진 모두 초기 가속을 위해서 보조추진기관이 필요하다. 보통은 로켓 부스터를 이용하여 초음속까지 가속시키지만, 자체적으로 극초음속에 도달하기 위한 이중 모드Dual Mode 엔진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고 있다. 이중모드 엔진은 주로 극초음속 항공기용으로 개발되고 있다.
극초음속 무기의 효용성 그리고 종류
극초음속 무기의 효용성은 속도에서 나온다. 미국은 1950년대부터 스크램제트 엔진의 개발에 나섰지만, 극초음속 무기의 필요성은 냉전 이후 커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 초반 미군에게 전면전이 아닌 상황에서 이동하는 테러 지도부나 이동중인 대량살상무기와 같은 ‘시간에 민감한 표적TSTTime Sensitive Target’ 또는 ‘긴급 대응 표적TCTTime Critical Target’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었다.
전 세계 여러 곳에 기지를 두고 항공모함을 배치한 미국이지만 기존의 미사일, 전투기, 폭격기 등으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시간 동안 표적이 이동하거나 은폐/엄폐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빠른 대응속도는 필수적이었다.
미국이 보유한 가장 빠른 타격 수단은 대륙간탄도탄(ICBM)이지만, 핵탄두를 전술적인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있었고, 재래식 탄두를 탑재하더라도 중국과 러시아가 핵 공격으로 오인할 경우에 예기치 못한 핵전쟁으로 번질 위험이 있었다.
미국은 2001년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TCT에 대한 처리를 ‘즉시 전지구 타격PGSPrompt Global Strike’의 임무로 구분하고, 미 본토에서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 2006년부터는 미 전략사령부STRATCOMStrategic Command 산하에 PSG를 위한 ‘신속타격합동본부JFCC-GSJoint Functional Component Command-Global Strike’를 신설했다. 당시 JFCC-GS에서 연구하는 PSG용 무기체계는 재래식 탄두 장착형 ICBM,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우주 전투기 등 다양했다.
2009년 3월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위원회DSBDefense Science Board는 PGS 적용 대상을 ? 미국 위성 파괴에 나서는 경쟁국 저지, ? 테러 조직이 중립국에 배치한 핵물질 파괴, ? 중립국에 은닉된 소형 대량살상무기 파괴, ? 중립국의 모인 테러 지도부 공격 ? 미국의 동맹국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불량 국가로 나눴다.
이에 비해,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MDMissile Defense’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MD의 목표가 북한과 이란과 같은 불량국가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미국의 주장과 달리, 자신들의 탄도 미사일 공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극초음속은 탄도미사일이나 우주선처럼 로켓을 이용하여 달성할 수 있지만, 이번에 소개하는 극초음속 무기는 공기 흡입식 램제트나 스크램제트 엔진이 장착된 것을 위주로 소개한다. 대표적인 극초음속 무기로는 1회용인 ‘극초음속 미사일‘과 재사용이 가능한 ‘극초음속 항공기’가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다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ypersonic Cruise Missile’과 ‘극초음속 글라이더HGVHypersonic Glide Vehicle로 나뉜다. 두 가지 미사일은 극초음속에 도달하기 위해 로켓을 보조 추진시스템으로 사용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운용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사진 4] ICBM과 극초음속 글라이더 비행 패턴 비교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기존의 아음속Subsonic 또는 초음속Supersonic 순항미사일을 대체한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의 초기 가속에는 단거리 로켓이 사용된다. 기존의 순항미사일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에 상대방이 탐지하더라도 방어할 시간이 극히 짧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은 항공기, 군함, 잠수함에서 운용될 차세대 대함미사일이나 전술 지대지 미사일로 주목받고 있다.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탄도미사일 방어망을 뚫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부스터로 사용되는 탄도미사일이나 로켓 부스터에 실려 고도 100km 정도에서 분리된 후 성층권 내에서 비행하면서 목표로 돌진한다. 탄도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함께 내장하고 있어 장거리 미사일일수록 크지만,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탄도미사일을 극초음속 엔진 가동을 위한 부스터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시스템 크기를 줄일 수 있다.
탄도미사일은 ‘탄도 곡선Ballistic Curve’을 그리기 때문에 높이 올라갈수록 레이더에 탐지될 확률이 커지고, 요격 확률도 높아진다.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발의 탄두를 탑재하거나 미끼Decoy를 함께 탑재하는 방법으로 요격을 어렵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하나의 요격 미사일에 여러 발의 요격체를 탑재하거나 미끼를 가려내기 위한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발사가 탐지되더라도, 성층권 안에서 비행 코스를 바꾸는 활강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행궤적 산정과 요격이 매우 어렵다.
극초음속 항공기는 2020년대 중반 정찰기가 먼저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극초음속 순항미사일과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일회용이지만, 극초음속 항공기는 재사용을 위해 개발 난이도가 높다.
미 공군이 운용했던 SR-71 ‘블랙버드Black Bird’는 마하 3.3의 초음속 정찰기였지만,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 스컹크 웍스Skunk Works가 2013년 제안한 극초음속 정찰기 SR-72는 마하 6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속도가 새로운 스텔스다Speed is New Stealth’라면서 극초음속 능력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가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은 고고도를 비행하는 극초음속 정찰기를 요격하기가 매우 어렵다. 극초음속 항공기는 나중에 폭격기로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극초음속 항공기는 위성 발사를 위한 보조수단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극초음속 항공기가 자체 추진이 가능한 고도까지 올라간 후 위성이 탑재된 로켓 발사체를 분리하거나, 극초음속 항공기와 로켓이 합쳐진 하이브리드Hybrid 방식의 우주 발사체를 이용하는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항공기를 이용한 위성 발사는 지상에서 발사하는 로켓보다 준비시간이 짧고, 재활용이 가능하여 발사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현재까지 극초음속 무기의 최대 약점은 기동성의 제약이다. 극초음속 비행체는 급격한 기동을 할 경우 공기 흡입구로 들어가는 충격파가 변할 수 있다. 이 경우 연소실 내부로 흘러가는 유동을 불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동에 따른 공기 흐름의 변화와 상관없이 내부 연소실의 충격파를 안정화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각국의 개발 경쟁
◆ 미 국
초음속과 극초음속에 먼저 도달한 경험이 있는 미국은 2020년대 배치를 목표로 극초음속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극초음속 비행체의 실질적인 활용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초반 민군 겸용 궤도 발사체로 사용하기 위한 ‘국가 항공-우주 비행체NASPNational Aero-Space Plane’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NASP는 다중 스크램제트 추진 시스템을 사용하여 고도 24~45km에서 마하 5~14로 순항하도록 계획되었지만, 1993년 취소되었다.
NASP는 1990년대 후반 연방항공우주국(NASA) 주도의 극초음속 엔진 실증을 위한 ‘하이퍼-XHyper-X’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이를 위해 개발된 시험 비행체인 X-43은 페가수스Pegasus 로켓을 가속용으로 사용한 스크램제트 엔진 시험기로서 B-52 폭격기에서 공중 투하된다. X-43A는 2004년 11월 16일, 고도 33.5km 상공에서 마하 9.6을 기록했다.
[사진 5] 페가수스 로켓에 장착된 X-43A
이후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위한 연구가 이어졌고, 2010년 5월에는 보잉Boeing사의 ‘X-51 웨이브라이더WaveRider’가 마하 5 이상으로 200초 이상 비행했다. 2015년 5월, 미 공군 연구소AFRLAir Force Research Laboratory은 X-51 연구 성과를 활용하는 ‘HSSWHigh Speed Strike Weapon’라는 실용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을 2020년대 중반까지 배치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6]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개발용 미국의 X-51 웨이브라이더
현재 미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은 대부분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도하고 있다. DARPA는 2000년대 초반부터 ‘팰컨FALCONForce Application and Launch from CONtinental United States’이라는 극초음속 비행체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HTVHypersoinc Technology Vehicle’라는 시험기들을 제작했다. 2010년 4월 지상에서 로켓에 실려 발사된 HTV-2가 마하 20을 기록하고 하와이 인근 해상에 낙하했다.
[사진 7] DARPA의 Falcon 프로젝트 계획
[사진 8] 극초음속 글라이더 개발을 위한 미국의 HTV-2
DARPA와 록히드마틴은 HTV-2를 더욱 발전시켜 ‘HCVHypersonic Cruise Vehicle’를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팰컨 프로젝트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등을 위한 공통 플랫폼 개발을 위한 ‘X-41 CAVCommon Aero Vehicle’에 집중하고 있다.
HTV-2의 개발 성과는 미 공군이 협력하고 있는 공중발사 극초음 순항미사일 연구를 위한 ‘극초음속 공기 흡입 무기 컨셉 HAWCHypersonic Air-breathing Weapon Concept’과 전술급 공중발사 극초음속 글라이더 개발을 위한 ‘전술 부스트 글라이더 비행체TBGTactical Boost Glide vehicle’ 개발에도 활용되고 있다.
DARPA는 ‘미 육군 우주 및 미사일 방어 사령부USASMDCUS Army Space and Missile Defense Com mand’와 미 육군 전략 사령부ARSTRATArmy Forces Strategic Command’와 함께 PGS의 중요한 임무인 장거리 타격무기 개발을 위한 ‘AHWAdvanced Hyper sonic Weapon’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극초음속 글라이더로 분류되는 AHW 프로젝트는 2011년 11월, 하와이 ‘카우아이Kauai’ 섬에 있는 ’태평양 미사일 시험장PMRFPacific Missile Range Facility’에서 탄도미사일에 실려 발사되어 3,700km 떨어진 마셜Marshall 제도의 레이건Reagan 시험장의 목표 타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4년 8월 알래스카 코디악Kodiak 발사장에서 실시된 두 번째 실험은 실패했다.
계속된 연구 끝에 미국도 극초음속 무기 배치를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2017년 7월, 미 공군 군수사령부는 공중발사 극초음속 타격무기의 신속한 개발과 배치를 위한 업체 선정 공지를 발표했다. 이 사업에는 보잉, 록히드마틴, 노드롭 그루만Northrop Grumman, 오비탈Orbital ATK 그리고 레이티온Raytheon이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미 공군은 2020년대 중반에 공중발사 극초음속 무기를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록히드마틴은 2013년 11월, 마하 6 이상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SR-72’ 극초음속 무인정찰기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9] 재사용 가능한 록히드마틴의 극초음속 정찰기 SR-72 컨셉
SR-72는 터보팬 엔진과 스크램제트 엔진으로 구성된 ‘이중모드’ 엔진을 통해 로켓 부스터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이륙하고 극초음속으로 비행할 수 있다. 2030년까지 배치를 목표로 개발할 예정이며, 무인 폭격기로의 사용도 검토되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DARPA 및 관련 업체들과 함께 3단계 하이브리드Hybrid 엔진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결합 순환 추진체계Combined Cycle Propulsion System’로 불리는 이 체계는 제트엔진과 스크램 엔진을 결합한 것으로, 터보제트 엔진을 통해 마하 3에 이르면 램제트 엔진이 마하 5까지 가속하고 다시 스크램제트 엔진이 가동하는 구조다.
DARPA도 2017 회계연도부터 2011년 중단한 활주로 이착륙형 극초음속 항공기용 ‘터빈 기반 복합 사이클TBCCTurbine-Based Combined Cycle’ 추진 시스템 개발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사진 10] 터보팬과 스크램제트가 합쳐진 TBCC 개념도
◆ 러시아
미국과 함께 항공우주기술을 이끈 러시아도 오래전부터 극초음속 기술을 연구해 왔다. 1950년대 초반부터는 마하 3 이상의 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위한 램제트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토대로 다양한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대함미사일을 개발했다.
러시아의 스크램제트 엔진 개발은 1970년대부터 시작되었고, 1990년대 초반부터 극초음속 무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러시아의 첫 스크램제트 엔진인 GLL 호로드Holod는 1991년 11월 28일 마하 5.8을 달성했다.
오랫동안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대해서 침묵하던 러시아는 2013년부터 개발 사실을 외부에 알리기 시작했다. 2013년 8월 러시아 방산업체 관계자가 마하 4.5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고, 같은 해 10월에는 러시아 부총리가 극초음속 무기를 시험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는 1990년대 초반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을 뚫기 위한 극초음속 글라이더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Project, 또는 오브젝트 Object) 4202’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개발된 것이 Yu-70(102E 또는 15Yu-70), Yu-71 그리고 Yu-74다.
Yu-70은 1990년 2월 첫 시험을 한 후 몇 차례 더 시험되었다. 2011년 12월부터는 Yu-71이 등장했다. Yu-71은 RS-18A(나토코드명 SS-19 스틸레토Stiletto) ICBM에 실려 발사된 후 대기권으로 낙하하면서 극초음속 엔진을 가동한다. 핵탄두와 재래식 탄두 모두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는 2015년 6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Yu-71 극초음속 글라이더를 시험했다고 보도했다. Yu-74은 2016년부터 알려진 극초음속 글라이더로 발사체는 RS-18A를 사용했지만, 러시아의 신형 ICBM인 RS-28 사르마트(Sarmat, 나토코드명 SS-X-30)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의 극초음속 글라이더 개발 소식은 2001년에야 미국 국민에게 알려졌다. 2001년 7월 말, 러시아의 SS-25 ICBM 시험에서 탄두가 지구 대기권 안에서 고도 33,000m로 비행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미국 언론은 정보당국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러시아가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스크램제트 기술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그해 6월 X-43A 시험에 실패했다.
[사진 11] MAKS 2009에 전시된 러시아의 극초음속 비행체 모형
러시아가 처음으로 실전 배치할 극초음속 무기는 사거리 300km의 대함 순항미사일 3M22(또는 3K22) ‘지르콘(Zircon 또는 Tsirkon)’이다. 2010년대 초반부터 존재가 알려진 지르콘 미사일은 2016년 3월부터 시험을 시작했고, 2018년 실전 배치를 앞두고 속도를 마하 6에서 8로 끌어올렸다.
러시아는 지르콘 미사일을 2020년경 개량이 끝날 키로프Kirov급 순양함 표트르 벨리키Pyotr Veliky와 ‘허스키Husky’급 5세대 잠수함에 탑재할 계획이다. 지르콘 미사일은 현재 러시아 해군이 운용중인 P-800 ‘오닉스Onyx’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칼리바Kalibr’ NK 순항미사일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7월, 러시아군 관계자가 외기권에서 핵 공격이 가능한 극초음속 폭격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스크램제트 엔진을 이용한 것인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 중 국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시험은 미국 언론들을 통해 2014년 1월부터 실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미국 언론들의 보도에도 침묵을 지켰지만, 2016년 1월, 중국군 기관지 해방군보(解放軍報)는 중국이 지구상 어떤 목표도 한 시간 안에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비행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의 목표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미사일 방어를 뚫기 위한 극초음속 글라이더로 시작되었다. 미 국방부는 중국의 극초음속 글라이더는 처음에는 WU-14라고 명명했었지만, 현재는 중국 ‘둥펑Dongfeng’ 시리즈 탄도미사일 분류기호를 채용하여 DF-ZF로 부른다.
[사진 12] 중국 DF-ZF 극초음속 글라이더 추정 랜더링
DF-ZF는 2014년 1월 첫 비행에 이어 2016년 4월까지 7번의 시험비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고, 6번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2020년 무렵 DF-ZF를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중국은 미국보다 가까운 한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하기 위해 DF-ZF보다 사거리가 짧은 신형 극초음속 무기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본 언론들은 중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은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이 ‘프로젝트 089’라는 이름으로 수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인 도
인도는 2000년대 초부터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 Indian Space Research Organisation를 통해서 스크램제트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ISRO는 2006년 스크램제트 엔진 모형의 지상 점화 시험에 성공했다. 2010년부터 스크램제트 엔진을 장착한 연구용 ATVAdvanced Technology Vehicle 로켓을 사용한 시험을 시작했고, 2016년 8월 28일 AVT-2 발사 시험에서 스크램제트 엔진을 5초간 작동시켰다.
인도군의 극초음속 무기 보유 계획도 알려졌다. 2016년 5월 발표한 미래 해군 기술 계획은 2027년까지 전투함 200척과 항공기 600대, 레이저 무기와 함께 극초음속 미사일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도의 극초음속 무기 관련 연구는 국방연구개발기구DRDODefence Research and Development Organi sation가 진행하고 있는 HSTDVHypersonic Technology Demonstrator Vehicle 프로그램과 브라모스BrahMos Ⅱ프로그램이 있다.
순수 인도 자체 기술로 개발중인 HSTDV는 장거리 순항미사일로 계획되고 있으며, 인도-러시아 공동 프로그램인 브라모스의 후속인 브라모스-Ⅱ는 인도에서 개발중인 설계가 사용될 수도 있지만, 러시아의 지르콘이 기반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사진 13] 인도-러시아 합작 브라모스 Ⅱ 극초음속 미사일 컨셉
◆ 프랑스
프랑스는 핵 장착이 가능한 공대지 미사일 ASMP, MBDA의 미티어Meteor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등 램제트를 채용한 초음속 무기 개발에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극초음속 연구는 항공연구기관 onERA를 중심으로, 아에로스빠시알(Aerospatiale, 현 에어버스 밀리터리Airbus Military), 닷소 에비에이션Dassult Aviation, 스넥마Snecma 등 업체들이 참가했다.
onERA는 1993년부터 재사용 가능 우주발사체용 스크램제트 엔진 개발용 ‘Prepha Programme de Recherche et Technologie sur la Propulsion Hype rsonic Avance´e’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1999년 1월, 연구실 풍동에서 마하 7.5급 극초음속 연소 시험에 성공하고 막을 내렸다. 이후 꾸준하게 연구를 계속하던 onERA는 2015년 10월, ASMP-A 공대지 미사일을 대체할 ASN4G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 호 주
호주는 자체적인 극초음속 무기 연구보다는 국제 공동연구를 주로 하고 있다. 1998년부터 퀸즈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Queensland 극초음속 연구소를 중심으로 미국 항공우주국(NASA), 독일 항공우주연구소(DLR), 일본 항공우주연구소(JAXA), 한국의 서울대학교 ‘항공우주추진 연소연구실’ 등 6개국 관련 연구기관이 참가하는 국제 공동 극초음속용 스크램제트 엔진 프로그램인 ‘하이샷HyShot’을 시작했다.
프로그램은 퀸즐랜드 대학교와 영국 방산업체 ‘키네티크QinetiQ’가 개발한 두 가지 스크램제트 엔진을 사용하여 이루어졌다.
하이샷 프로그램은 2001년 10월 첫 시험에 실패했지만, 2002년 7월 두 번째 시험은 성공했다. 2차 시험은 스크램제트 엔진이 장착된 로켓을 고도 314km로 수직 발사한 뒤 수직 하강시켜 고도 35~23km 구간에서 스크램제트 엔진을 작동시켰다. 5초 동안 연소가 일어났으며 세계 최초로 실제 비행고도에서 초음속 연소에 성공하는 기록을 수립했다. 하이샷 프로그램은 2006년 3월까지 총 네 번의 시험이 실시되었고, 이 때 연구 결과를 토대로 2007년 6월 ‘하이카우스HyCAUSE’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HyCAUSE 프로그램은 호주 국방과학기술기구DSTODefence Science and Technology Organisation와 미국 DARPA가 협력하는 프로그램이다.
2007년 DSTO는 미 공군 연구소AFRLAir Force Research Laboratory과 협력하여 ‘하이파이어HiFire Hypersonic International Flight Research Exper imentation’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2009년 첫 비행시험이 실시되었다. 2016년 HiFiRE 5B가 고도 278km 상공에서 마하 7.5를 달성하는 등의 성과를 얻었다.
이들 국가들 외에도 독일, 일본, 영국 등이 극초음속 추진체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로 민간 항공기용 연구개발이며 무기 개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방어 노력
극초음속 무기는 공격 측면에서는 발전이지만, 방어 측면에서는 큰 고민을 안겨 준다. 탄도미사일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는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극초음속 글라이더 무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미사일 방어 심포지엄에서 핵심 주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극초음속 무기를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기존 종말단계 요격체인 THAAD의 사거리를 늘린 THAAD-ER과 같은 성능 향상 연구와 함께 레이저와 레일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러시아는 곧 배치를 앞둔 S-500 지대공 요격 미사일을 극초음속 무기에 대한 대책으로 보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방어무기는 레일건Railgun과 레이저다. 레일건은 미 해군이 공격 무기 외에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방어용으로도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에 극초음속 무기 방어에도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레이저 무기는 소형 선박이나 무인기를 무력화할 수 있는 100kW급 수준이지만, 탄도미사일 방어에 필요한 1MW급 레이저가 개발된다면 극초음속 무기 방어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방어무기를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장거리 탐지 레이더 등의 조기경보 자산, 그리고 신속한 요격 명령을 내릴 지휘부의 결심 능력, 마지막으로 시스템들을 연결할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상으로 세계 각국의 극초음속 무기 개발 노력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우리나라도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초고속 공기흡입엔진 특화연구실’을, 방위사업청은 2014년 12월 18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초음속과 극초음속 관련 연구를 수행할 ‘초고속비행체 특화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우리나라의 극초음속 관련 연구는 선진국보다 늦었지만, 미래 위협에 대한 대비와 함께 항공우주기술에 대한 중요도에서 볼 때 꾸준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유용원의 군사세계]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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