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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이 세계 현대사 50여년을 뒤바꿨다

머린코341(mc341) 2017. 10. 16. 22:21

[박수찬의 軍] 이 총이 세계 현대사 50여년을 뒤바꿨다



여기 두 개의 총이 있다. 냉전 시절 이 총들은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존재로서 세계 각지의 분쟁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재는 정부군?경찰과 테러리스트와 해적, 마약 밀수꾼을 비롯한 범죄자들의 전투현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총들이 바로 미국제 M-16과 러시아제 AK-47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나치 독일이 개발한 Stg44 돌격소총은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연합군에 큰 충격을 안겼다. 연발 사격이 가능한 기관총은 무거워 기동력이 떨어졌으며, 기관단총은 화력이 부족했고, 소총은 한 번 발사하면 다음 발사 준비를 위해 움직임을 멈춰야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한번에 해결해버린 Stg44 돌격소총은 현대 총기의 대표적 아이템인 M-16과 AK-47의 탄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M-16이 정확도와 휴대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AK-47은 신뢰성을 앞세웠다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현대사의 흐름을 바꿔버린 총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국 해군 수색팀 대원이 M-16 소총을 든 채 내부 수색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서방 세계 소총의 아버지, M-16


미군은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을 거치면서 새로운 형태의 소총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6.25 전쟁에서 중공군의 인해전술에 맞서는 과정에서 M-1 소총의 화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신형 소총 개발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미군은 M-1 소총을 개량한 M-14 소총을 도입했지만 보병이 휴대하기에는 무겁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때 등장한 것이 M-16이다.


미국의 총기설계자 유진 스토너가 1955년 개발한 AR-10 소총을 일부 수정해 1963년 미군이 처음 도입한 M-16은 강화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을 사용했다. 무게는 3㎏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반면 최대발사속도는 분당 700∼800발에 달하면서도 정확도가 높아 획기적인 신무기로 평가받았다.

 

미국 해군 수색팀 대원이 M-16 소총을 든 채 내부 수색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이에 미 육군은 M-16을 개량한 M-16A1을 도입, 베트남전쟁에 투입했다. 하지만 베트남전쟁 초기 M-16A1은 지나치게 혁신적인 외형 때문에 장병들 사이에서 ‘청소를 할 필요가 없는 총’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작동불량이 발생해 나쁜 평가를 받았다. 이같은 문제점은 기술적 개선과 함께 총기정비 교육이 강화되면서 해결됐다.


베트남전쟁 직후 M-16A1은 한 차례 변화를 겪는다. 베트남전쟁에서 탄약 소비가 지나치게 많았다는 지적을 반영, 1982년부터 미군은 M-16A2를 도입했다. M-16A2는 총기 발사 방식에서 자동기능이 사라지고 3발씩 발사할 수 있는 3점사 기능이 채택됐다.


이로 인해 탄약 낭비는 막았지만 돌발상황 발생 시 화력 부족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안전-반자동-자동 방식의 M-16A3가 만들어졌다. 이후 M-16의 상징인 운반손잡이가 제거되고 피카티니 레일이 결합된 M-16A4가 등장했으며, 2010년부터는 M-16의 길이를 대폭 줄여 휴대성을 높인 M-4 소총이 미군의 주력 소총으로 쓰이고 있다.

 

미국 육군 장병들이 M-4 소총으로 무장한 채 시가지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미 태평양사령부 제공


M-16은 미국의 동맹국들에게도 널리 퍼졌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이스라엘 등 우방국에 M-16A1을 제공하거나 자체 생산을 허락했다. 우리 군도 베트남 파병을 통해 약 3만정의 M-16A1을 미국에서 제공받았고, 1974~1985년까지 60만정을 국내에서 생산해 실전배치했다.


현재는 국산 K-2 소총이 일선에서 쓰이고 있으며, M-16A1은 후방부대나 예비군에서 사용된다. 이외에도 M-16의 5.56㎜탄을 사용하는 돌격소총이 유럽 각국에서 등장해 7.62㎜탄을 밀어내고 서방의 표준 탄약으로 자리잡게 하는 요인이 됐다.

 

아프리카에서 무장단체에 강제 징집된 소년병이 어깨에 매고 있는 AK-47 소총을 바라보고 있다. 게티이미지


◆공산이념 전파자에서 테러범의 핵심무기로


M-16이 자유진영의 대표적 총기라면 1947년 개발된 AK-47은 공산진영과 테러조직을 상징하는 총기다. 러시아의 총기개발자 미하일 칼라시니코프가 만든 AK-47은 정확도에서 M-16보다 낮았다. 무게도 4.3㎏으로 다소 무거웠다.


그러나 구조가 간단해 생산비용이 저렴하고 사용이 간편하며 신뢰성이 높아 북극권의 혹한부터 열대의 사막까지 지구 어디에서든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AK-47을 구성하는 부품은 80여개다. 이 가운데 가동부품은 8개에 불과하다. 이렇게 구조가 간단하다 보니 생산 단가도 저렴하고 운용하기도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러시아의 혹한을 고려, 개머리판과 손잡이 등을 나무로 제작했다.


러시아는 싸고 간편하며 튼튼한 AK-47을 공산주의 이념을 전파하고 미국을 견제하는 도구로 삼았다. 베트남전쟁 당시 북베트남군과 베트콩은 러시아에서 제공받은 AK-47로 M-16A1으로 무장한 미군과 남베트남군을 공격했다.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집트, 시리아 등 아랍 연합군은 AK-47로 무장한 채 사막에서 이스라엘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아프리카에서는 친미 성향 정부에 맞선 공산주의 반군들의 주력 소총으로 애용됐다.


동유럽 국가와 북한, 중국에서는 AK-47을 자체 생산했다. 북한은 아카보총(步銃)이라는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자체적으로 개량한 AK-47을 아프리카 등에 수출하거나 원조하기도 했다. 아프가니스탄 등 공업기반이 전무한 곳에서는 철공소에서 AK-47을 만들었다. 이렇게 수십년 동안 세계 각국에서 생산된 AK-47은 1억정에 달한다.

 

이라크군 병사들이 AK-47 소총으로 건물 내부 수색훈련을 받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많은 양이 생산된 만큼 AK-47은 지금도 전세계에서 널리 쓰인다. 특히 알카에다와 탈레반, 이슬람국가(IS)와 같은 이슬람 테러리스트들과 해적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2011년 5월 미군 특수전부대에 의해 파키스탄에서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은 생전에 AK-47을 사격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2011년 1월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군 특수전부대의 아덴만 여명작전에 의해 진압된 소말리아 해적들도 AK-47을 사용했다.


지난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발생한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 당시 범인이었던 스티븐 패덕도 AK-47을 범행도구로 이용했다. 내전중인 예멘에서는 알카에다 대원들이 병사를 모집하기 위한 이벤트에 상품으로 AK-47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숨진 탈레반 전사에게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AK-47을 언급했다. 이 전사는 아들 6명이 있었다. 6명의 아들은 한 명씩 미군에 맞서 싸웠다. 이들은 죽을 때마다 자신이 썼던 AK-47을 동생에게 전했다. 6명의 아들이 모두 사망하자 백발이 성성한 아버지가 AK-47을 들고 싸우다 숨졌다.


AK-47은 정부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후진국에서 핵무기보다 훨씬 심한 재앙을 유발한다. AK-47의 가장 큰 장점은 구조가 단순해 문맹자도 1시간이면 사격법을 익힐 수 있고, 특별한 정비 없이도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며 약간의 미국 달러만 있으면 손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로 값이 싸다는 점이다.


국민은 손쉽게 대량살상무기를 얻을 수 있지만, 이를 통제할 여력이 없는 정부는 국민들의 폭력을 막지 못한 채 사라진다. 정부가 사라지자 AK-47로 무장한 국민들은 ‘만인의 만인에 의한 투쟁’에 나서며 국가 역시 무너진다. 20여년째 혼란을 회복하지 못하는 소말리아와 5년 넘게 내전이 진행중인 예멘, 탈레반이 세력을 넓히고 있는 아프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AK-47로 무장한 이라크군 교관(오른쪽)이 병사에게 전술조치를 훈련시키고 있다. 미 국방부 제공


현재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 총기 시장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돌격소총과 탄약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최근 보도했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국무부 소관인 비군사적 목적의 소형화기 수출 감독권을 상무부로 이관할 계획이다.


국무부는 국제 범죄 조직의 위협이 지속되고 있어 무기 수출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상무부는 국익을 위해 무기 거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AK-47 소총 제작사인 러시아의 칼라시니코프사는 세계 최대 총기시장인 미국 시장이 2014년 대러시아 제재로 막히자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AK-47을 적극 판매, 지난해 3억달러(341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종류의 자동소총을 개발했지만 M-16과 AK-47의 명성을 뛰어넘은 총은 없었다. 국방예산 압박으로 세계 각국의 신형 소총의 개발이 주춤해진 상황에서 수십년 동안 그 성능을 입증한 M-16과 AK-47은 앞으로도 전세계 정부군과 반군의 주력무기로 계속 쓰일 전망이다.


[세계일보] 2017.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