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이 궁금해?] 미군 항모전단이 울릉도 간 까닭이...
[정치부 카톡방담] 10월 한반도 정세 점검
한미 정상회담ㆍ안보협의회 등
北은 언제든 도발 가능한 상황
러시아서 남북 당국자 접촉?
우리 정부는 퇴짜 맞을까 우려
트럼프 1박 일정에 뒷말 무성
한국만 국회 연설… 메시지 봐야
文대통령, 트럼프와 골프 치면
“때가 어느 땐데…” 비판 나올 것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가운데)과 구축함 스테덤함(위)이 우리 해군 구축함 세종대왕함과 함께 기동하는 하는 장면이 로널드 레이건호 페이스북에 18일 공개됐다. 연합뉴스
10월 10일, 18일은 다행히 북한의 도발 없이 넘어갔다. 그러나 미군 항공모함 전단과 핵잠수함이 한반도 인근에 집결하자 북한도 격한 말폭탄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중국의 19차 당대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한중일 방문 등 11월까지 주요 외교 일정도 진행된다. 정중동(靜中動) 분위기의 한반도 정세를 점검하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안보팀 기자들이 카톡방에 모였다.
달빛 사냥꾼(달빛)= 북한이 노동당 창건일인 10일이나 중국 당대회가 열리는 18일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넘어갔죠.
내년에도 가을야구(가야)= 10일과 18일 전후로 온갖 추측이 나돌았죠. 심지어 북한 지역 날씨까지 매일 챙겨볼 정도였습니다.
아무래도 비가 오면 미사일을 쏘기 어려우니까요. 17일 밤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8일 오전 일정을 모두 비웠다는 소식이 전해져 북한이 도발하는 것 아니냐며 한바탕 소동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면 늘 우리보다 먼저 총리관저 지하벙커에 들어가서 포즈를 취하는 게 아베 총리였으니까요. 북한 특유의 청개구리 심보 때문인지, 아니면 허를 찌르려는 뒤통수 전략인지 몰라도 도발설은 예상을 벗어났죠.
판문점 메아리(메아리)= 북한 핵무력은 완성 단계라는 게 안팎의 평가입니다. 그래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실전 배치하려면 아직 스스로 증명해야 할 게 남았다고 하니 언제든지 쏠 수도 있겠죠.
가야= 18일은 넘겼지만 28일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SCM), 내달 초 한미 정상회담 등 북한이 도발할 계기는 아직 줄줄이 남아있습니다. 북한 여러 곳에서 여전히 도발 움직임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죠. 당장 내일 북한이 미사일을 다시 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입니다.
달빛= 그 와중에 북한은 7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열어 김정은 체제를 정비했죠.
가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6년째입니다. 그간 장성택을 비롯한 온갖 피의 숙청도 있었고, 군부 인사들의 별을 뗐다 붙였다 하며 길들여왔죠.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친위 구조가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메아리= 김정은 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이 전면에 나왔습니다. 백두혈통 승계 구도 윤곽이 나왔다는 해석도 있어요. 당을 대표하는 최룡해와 내각을 대표하는 박봉주가 호명 서열상 군을 대표하는 황병서 앞에 온 것은 제재 장기화 대비 포석이라는 분석입니다. 경제 중시 인사라는 거죠.
달빛= 한반도 주변에 미군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이 대거 집결했는데 연례 훈련 차원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크죠.
가야= 통상 10월에 해상훈련을 하긴 하지만, 이미 3월 키리졸브 연습,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까지 연례적인 대형 훈련은 모두 끝났는데 이번 훈련에도 꽤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낸 걸 보면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내달 트럼프 대통령 방한을 앞두고 북한의 손발을 꽁꽁 묶으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메아리= 제재가 외교 경제적 압박이라면 무력 과시는 군사적 압박 차원인 듯합니다. 당분간 미국이 자국의 힘을 과시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달빛= 항공모함 전단도 동해상에서 북쪽으로 꽤 올라갔다면서요.
가야= 보통 항모는 포항 동쪽 공해상에서 훈련을 하는데 이번에는 울릉도 남방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이번 훈련을 앞두고 나왔던 예상보다는 많이 위로 올라갔죠. 북한 고성엔 온갖 지대함 무기가 집결해 있다고 합니다. 사거리가 대략 200여km인데, 울릉도 근처까지 닿기 때문에 항모가 더 올라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고 하네요. 물론 동해 먼 해상으로 돌아서 북한의 옆구리인 원산 쪽으로 갈 수도 있지만, 그리 되면 그야말로 전쟁 직전의 상황이 되는 거죠.
달빛= 중국도 차기 지도부를 구성하는 당대회가 한창이죠.
가야= 집권 2기의 닻을 안정적으로 올린 시진핑 주석과 제대로 첫 단추를 꿰야겠죠.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이 관건입니다. 당초 8월 25일 한중수교 기념일에 맞춰 방중을 추진했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논란 등으로 한중관계가 최악이었지요. 집권 기반을 더 공고히 할 중국이 여유를 갖고 우리의 손을 잡는다면 대북 압박에는 더할 나위 없는 지렛대가 되죠. 물론 중국이 어느 날 갑자기 평양에 특사를 보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과거 그런 식으로 우리 뒤통수를 친 적이 여러 번 있었죠.
달빛= 러시아에선 남북 외교부 당국자 접촉 가능성이 제기되는데요.
삼각지 미식가= 외교 필드에서 말하는 '조우'는 가능하겠지만, 의제를 놓고 이야기하는 대화는 여전히 어려워 보입니다. 북한이 남측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죠. 우리 당국도 모스크바까지 갔다가 북한에 퇴짜 맞았다 소리를 들을까 매우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입니다.
달빛= 11월 7, 8일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이 정해지는 과정에서 여러 뒷말이 나왔는데요.
가야= 당초 일본은 3박, 우리는 1박으로 알려졌지요. 머무는 시간이 뭐가 대수냐고 반문할 지도 모르지만 외교에서 형식은 중요하다고 봅니다. 더구나 아베 총리는 트럼프와 골프회동도 예정돼 있었으니까요. 정상간에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죠. 사실 정상회담을 해도 의제와 결론이야 실무협의에서 다 정해진 거고, 중요한 건 무대의 주역인 정상간 스킨십인데 체류하는 시간마저 부족하면 의미 있는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얘기가 있죠.
고구마와 사이다(사이다)=청와대와 외교당국도 체류 일정 조율에 무척 신경을 쓴 걸로 알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한일전에서 밀리는 것을 싫어하잖아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일본에 도착했다면 한일 양국이 각각 2박3일 일정으로 맞출 수 있었는데 결국 5일로 결정되면서 한일 중 한 국가가 1박2일로 정해질 수밖에 없었던 거죠.
큰기와집 더부살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방문 중 국회 연설은 한국이 유일하죠. 역대 방한한 미국 대통령 중에서도 국회 연설은 1993년 빌 클린턴 대통령 연설 이후 24년 만입니다. 국빈방문에 따라 만찬도 대통령 내외가 함께 식사를 하는데요. 한층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누며 두 정상 간 거리도 좁힐 것으로 청와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이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에 골프라도 치면 우리만 모양새가 초라해질 것이란 말도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쳤다고 가정해 보면 같은 잣대가 적용될 수 있을까요. ‘북한 핵 미사일 위협도 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있는데 한가하게 골프나 치고 있을 때인가’ 하는 비판은 없었을까요? 나라를 대표해서 외교를 하는 것인데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청와대 입장에선 실속을 챙기는 일정을 잡았다고 하지만, 그것도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와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느냐, 그게 한반도 평화나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떨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닐까요.
달빛= 트럼프 대통령 방한 시 비무장지대(DMZ) 방문 일정을 두고 설왕설래가 계속 되는데요.
가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2년 3월 방한해 판문점에 있는 올렛초소를 갔죠. 군사분계선에서 불과 25m 떨어져 있고, 북한군 초소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과 조지 W부시 대통령도 갔던 곳입니다. 한반도의 치열한 안보상황을 온몸으로 맞서며 일성을 한다는 취지인데. 글쎄요. 너무 식상한 코스여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입니다. 그보다는 문 대통령 앞에서 좀더 진정성 있는 말을 꺼내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요? 일성과 포효, 엄포와 협박은 이제 좀 지긋지긋합니다.
[한국일보] 2017.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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