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집결하는 미 항모, 항모 타격 노리는 김정은
트럼프 방한에 김정은 결전준비
북한 11월엔 핵탄두 제작 들어가
북한 KN-18 미사일로 일제사격
동해에 가상항모 놓고 시험타격
핵탄두 섞어 쏠 땐 미 항모 큰 부담
한반도 위기 다시 고조, 정부 무대책
[중앙일보] 북한이 보름이 멀다 하고 쏘아대던 미사일 발사를 중단한 채 한 달 반 이상 숨을 죽이고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다음달 초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한·중·일 연쇄 방문을 두고 관망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지만 마지막 결전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순방 뒤 나올 최종 결심에 맞서 큰 ‘한 방’을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 만한 김정은의 대응카드는 뭘까.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도발을 잠시 접어두고 지난 19일 평양 만경대 구역의 신발공장을 방문하는 등 여유 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미국과의 결전 준비가 사실상 완료 단계라는 관측이 있다. 그 결전 준비의 첫 번째가 핵무기 생산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지난 9월 3일 6차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마친 북한은 조만간 핵탄두를 생산할 전망이다. 북한은 6차 핵실험에서 수소탄 성공과 함께 수소탄을 작동시키는 기폭장치인 플루토늄탄도 터뜨렸다. 따라서 북한은 과거 다섯 차례의 핵실험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플루토늄탄을 4∼5번 실험한 셈이다.
그 결과 이제는 플루토늄으로 만든 정교한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6차 핵실험을 마친 뒤 “이제 핵무기를 꽝꽝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김 위원장의 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핵무기 제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과거 핵무기를 연구했던 원자력연구소 관계자에 따르면 핵실험을 실시한 뒤 수집한 핵폭발 에너지 자료(cross-section data)를 분석·정리하는 데 1개월가량 걸린다고 한다.
이 데이터는 핵폭발 때 중성자가 플루토늄 원자와 고속으로 충돌해 나오는 고준위 에너지를 비롯해 연쇄반응 횟수 등에 관한 자료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 핵탄두 내에 장치될 플루토늄 조각의 크기와 모양, 설치할 위치, 플루토늄탄을 터지게 하는 고폭약의 구조를 비롯해 각종 장치를 미세 조정한다.
따라서 이런 대량의 자료를 정리해 핵무기 설계에 반영하는 데 1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그런 뒤 핵무기 제작에 1∼2개월이 더 소요된다는 게 공학적인 판단이다.
그렇게 보면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실시한 9월 초에서 두 달 뒤인 11월 초면 핵탄두 제작을 위한 모든 설계 반영이 끝난다. 핵무기 제작에 돌입할 수 있는 시기다. 이런 과정을 거쳐 12월께부터는 탄도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표준화된 첫 번째 핵탄두가 나올 수 있다는 추정이다.
트럼트 대통령이 서울에 오는 다음달 7일에는 북한이 이미 핵탄두 제작에 들어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국장이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국가안보포럼에서 “북한이 핵무기 능력을 완성하기까지 수개월밖에 남지 않았다”고 언급한 배경에는 이런 고민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핵무장을 마지막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간도 이제 1∼2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김 위원장이 준비 중인 두 번째 카드는 미 항공모함 타격 계획으로 보인다. 전 국방대학교 권용수 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중국과 이란을 벤치마킹해 미국의 항모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일제사격(salvo strike)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이달 초 황해북도 황주 지역에 배치됐던 스커드미사일 수십 기를 서해 남포 지역으로 이동한 정황이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정보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마침 한반도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전후로 미 항모 3척이 집결하고 있다. 지난주 동해에서 기동훈련을 마친 미 7함대 소속 로널드 레이건함과 미 샌디에이고에서 출발해 한반도 인근에 온 루스벨트함, 중동지역에서 IS 격퇴작전을 마친 니미츠함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한 선제타격을 실시할 경우엔 이 3척에 항모 칼빈슨함을 추가로 투입할 전망이다.
항모를 호위하는 이지스함과 핵추진 잠수함 등으로 구성된 항모강습단 4개에는 토마호크 2000발과 300여 대의 항공기가 실려 있다. 토마호크 2000발이면 북한의 전쟁수행 기능을 마비시킬 수 있다. 따라서 북한으로선 미국의 항모가 가장 부담스러운 존재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은 지난달 24일 칼빈슨함이 북한 탄도미사일에 맞아 화염에 휩싸이는 합성사진을 공개한 적도 있다. 이런 상황을 우려해서인지 레이건함은 최근 동해에서 북한 탄도미사일 대응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이 항모 타격을 위해 개발한 대함탄도미사일(ASBM)은 KN-18이다. 이 ASBM은 스커드의 사거리를 연장하고 정확도를 높인 스커드-ER을 한 번 더 개조한 것이다. 지난 5월 시험발사했다. 이 ASBM은 추진체와 탄두가 표적 가까이에서 분리되는 최신 구조다.
탄두에 달린 전자광학(EO) 탐색기와 작은 날개(카나드)를 이용해 종말유도된다. 북한 발표에 따르면 정확도가 7m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란과의 커넥션에서 유도기술을 도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북한은 미 항모가 동해로 진입하면 이 탄도미사일 수십 발을 일제히 사격하는 전술을 갖고 있다고 권 교수가 말했다.
그 가운데 하나만 맞혀도 항모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북한이 이런 시나리오로 동해에 가상 표적을 설치해 시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으로선 해안에서 수백㎞ 떨어진 동해 원해에 있는 항모의 위치를 알 수 없는 게 문제다.
북한이 항모를 찾기 위한 장거리 해상감시 레이더나 무인정찰기, 정찰위성 등을 갖고 있지 않아서다. 그래서 항모의 위치를 모르는 상태에서 탄도미사일로 명중시키는 것은 눈을 감고 100m 거리에서 동전을 맞히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북한이 KN-18에 핵탄두를 장착할 땐 상황이 달라진다. 핵탄두를 수십㎞ 고공에서 터뜨리면 강력한 전자기파(EMP)가 나와 항모는 물론 이지스함, 항모에 탑재된 전투기까지 손상된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항모작전 자체가 어려워진다.
또 북한이 일반 탄도미사일들 속에 핵장착 탄도미사일을 섞어서 쏠 땐 더 심각하다. 항모강습단의 이지스함은 날아오는 모든 KN-18을 SM-3 미사일로 요격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KN-18의 사거리가 450∼700㎞여서 미 항모가 동해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곤란해진다. 이지스함에서 사거리 2500㎞인 토마호크는 쏠 수 있지만 항모에서 출격하는 전투기의 공습작전은 작전반경 때문에 제한을 받는다.
이처럼 김정은의 발걸음은 한가해 보이지만 한반도엔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엄중한 국면에서도 정부엔 긴박감이 없다. 앞으로 다가올 위기상황에 대한 설명도 없고 구체적인 대비책도 보이지 않는다. .
[중앙일보] 2017.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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