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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길 먼 방산强國①]규제 시스템 혁신해야 민·관 동반성장

머린코341(mc341) 2019. 9. 29. 06:53

도약·퇴보 갈림길 선 韓 방산…미국·이스라엘에 답 있다


[갈길 먼 방산强國①]규제 시스템 혁신해야 민·관 동반성장


"일할 맛 나는 환경부터" 제도 개선 주문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편집자주 우리나라 방위산업이 도약과 퇴보의 갈림길에 놓였다. 무기개발 예산확대로 도약의 기회가 왔지만 과거의 규제 일변도 제도가 방위산업 육성을 가로막고 있다.


수많은 동맹국에 무기를 수출하며 어마어마한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진 방위산업 모델에 비하면 우린 아직 갈 길이 멀다. 자주국방은 물론 수출형 산업구조 전환에 따른 일자리 창출을 위해 국내 방산 부문이 풀어야할 숙제를 짚어본다.


그래픽=최수아 디자이너ⓒ News1


#이스라엘은 단단한 방산기업의 나라다. 국토규모는 우리나라 20% 수준에 불과한데 무기 수출액은 한국을 앞선다. 중동전쟁을 거쳐 국가를 세운 이스라엘 국민은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이는 정부와 민간이 첨단 무기 개발에 협력하고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군사대국인 미국은 지난해 동맹국에 1923억달러의 무기를 수출했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반을 넘는다. 안보와 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정부·민간이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맺으며 무기개발에 주력한 결과다. F-35가 대표적이다. 전력화가 6년이나 지연됐지만 제조사인 록히드 마틴은 어떤 제재도 받지 않았다.


한국 방위산업이 갈림길에 놓였다. 첨단전력 증강에 중점을 둔 정부가 무기 체계 획득 및 보강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기로 결정하면서 군 고도화는 물론 방위산업 도약의 계기는 마련됐다.


이같은 기회요인에도 정작 방산업계는 현재 시스템대로라면 기술추격형 사업모델을 넘어서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기저에는 독점적 수요자인 정부가 발주하면 방산업체가 단순 하청에 머물러 개발·생산을 담당하는 과거 방식의 한계가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이나 이스라엘 등 방산 강국은 무기 개발과정에서 수출을 염두에 두고 민간과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는 반면 우리나라는 산업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


정부가 방산업체를 하청 정도로 여기다보니 지체상금(기간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지불하는 벌금 성격의 금액), 부정당업자 지정 등 목줄부터 채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관련 예산 확대만으로 첨단 무기 국산화와 전력 고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중첩된 규제를 타파하고 왜곡된 방산비리 프레임을 걷어내 "일할 환경부터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배경이다.


◇무기 원조국에서 수출국 됐지만…한계 직면한 韓 방산


한미연합공중훈련(Vigilant ACE)에서 F-35 스텔스 전투기가 이륙하는 모습(뉴스1DB)ⓒ News1

 

2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에 따르면 2017년 한국의 무기 수출액은 31억2000만달러다. 세계 무기수출국 중 12위 수준으로 2002년 1억4000만달러와 비교하면 120배 이상 증가했다.


K-9 자주포는 유럽과 인도 등에 500여대가 팔렸다. FA-50 경전투기도 필리핀 및 이라크에서 활약하고 있다.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국산 호위함과 잠수함을 주력 함정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 방위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을 자축할 만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국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이다. 구매력이 크지 않은데다 품목도 재래식 무기 위주다.


첨단 전투기와 이지스 구축함 등은 미국과 유럽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F-35만 91대를 타국에 인도했고 이스라엘은 소형 군사위성, 센서 및 미사일 등 첨단기술을 기반으로 한 핵심 무기체계들을 수출한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기술 부문에서 87%(2017년 기준, 방위산업 경쟁력 실태조사) 수준으로 조사됐다. 가격과 품질은 각각 85%, 90%다. 선진국 기술추격형 모델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로 틈새시장 수출에 성공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방산비리 프레임에 규제 목줄까지 '방산 육성' 걸림돌


국내 방위산업 도약을 가로막는 장애물로는 방산 비리 프레임에 갇힌 과도한 규제가 꼽힌다. 첨단무기 국산화와 수출선 확보를 위해서는 개발에 총력을 기울여야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규제 목줄부터 채우니 투자 및 개발에 나설 유인이 낮다.


무기개발이 첫 단계에서 성능요구조건을 만족할 확률은 5%에 불과하다. 몇 차례 실패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개발·양산이 조금이라도 지연되면 지체상금부터 부과하며 방산업체에 책임을 전가한다.


더욱이 독점적 수요자인 정부기관의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군납비리, 해외무기 도입비리가 '방산비리' 프레임으로 왜곡돼 민간 기업 발목을 잡고 있다.


무기개발 과정에서 하자나 지연이 발생해도 비리 프레임으로 책임을 추궁한다. 야전용 침대를 과도하게 구매하는 등의 의혹은 무기개발과 무관하다. 그런데 개발 과정에서 지연이 발생하면 비리로 몰아붙이는 풍토가 기업을 옥죄고 있다. 개발 의욕이 꺾일 수밖에 없다.


우월적 지위의 정부가 품목을 일방적으로 정하고 하청인 방산기업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과거 방식도 이같은 풍토를 조성했다.


◇방산강국 미국·이스라엘…책임 떠넘기기보다 '협력' 초점


그래픽=뉴스1DB 

 

도약과 퇴보 갈림길에 놓인 국내 방위산업이 체질을 개선하려면 실패를 피하기 위해 안정만 추구하는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이는 방위산업에 대한 접근방식과 시스템 혁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답은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방산은 미국의 주요 산업으로 고용만 전체 제조업에서 10%를 차지한다. 1%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10배다.


수많은 동맹국에 무기를 수출하며 어마어마한 일자리를 창출한 미국은 정부와 기업이 호흡을 맞춰 전략적으로 무기개발에 접근한다. F-35는 6년이나 전력화가 지연됐으나 제재 없이 개발이 이뤄졌다.


방산강국 이스라엘은 국방부 산하 획득생산국(PPD)이 무기 제작과 개발을 감독한다. 국가 주도로 무기개발이 이뤄지지만 개발 계약을 체결할 때 민간 수출까지 염두에 두고 업계 고위급 관계자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와 달리 민·관이 파트너십을 맺고 첨단무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의미다.


일할 맛이 나니 명품 무기라면 민간도 협업을 마다하지 않는다. 정부 지원 및 허가 없이는 어려운 일이다. 실제 라파엘과 IAI 산하 엘타사는 아이언 돔의 탐지레이더와 전투통제소, 통신탑 등을 공동 개발했다.


철의 방공망으로 불리는 아이언 돔은 2010년 초반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발사한 로켓과 박격포탄 대부분을 요격하며 성능을 입증했다.


국민들의 지지 및 믿음도 이스라엘이 방산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군납비리 등을 방산비리 프레임으로 묶어 무기개발 하자 및 지연을 비리로 내모는 우리나라와 분위기 자체가 다르다.


이같은 자긍심은 교육제도에서도 드러난다. 이스라엘군은 우수한 인재가 군복무 기간에 과학기술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탈피오트 프로그램'을 운용중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재는 최상위 고교 졸업생 50명으로 국가 핵심 두뇌로 성장한다.


안영수 한국산업연구원 방위산업연구센터 센터장은 "산업 정책 관점에서 방위산업 기업 스스로가 유인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임해중 기자 haezung2212@news1.kr

  

[뉴스1] 2019.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