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생활-3
중대전입.
두려움의 밤은 지나갔다.
앞으로 다가 올 700일이 훨씬 넘는 두려움의 밤이 기다리고 있지만 죽통,아구창,쭐대치기,오파운드로 난무하던 밤은 따뜻한 정이 흐르는 초코파이 두개로 끝났다.
구보를 끝마치고 돌아와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대대 이발소로 향했다. 거기에는 시골 장터앞의 이발소 마냥 한 인상 하는 선임들이 가득차 있었고 하나 같이 담배를 물고 고참들이 공감 할 수 있는 그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대대장님/중대장/중대선임하사 신고를 위해 단정하게 이발을 하러 온 것인데. 먼저 이발의자에 앉아 있던 고참으로 보이는 양반이 느듯없이 질문을 해왔다.
"야. 너 제대 언제냐?"
"네 저의 제대는 1996년 10월 24일 입니다." 라고 말하자
"씨*놈이 기합빠져가지고 쫄병이 제대일을 알고 있네...~~~"
라는 예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오고 날 인솔해 갔던 일병 선임의 인상이 굳어졌다.
'아~~ 쫄병은 제대일을 함부로 누설하면 안되는 구나...'를 깨닫고 되었고 그의 모범답안은 '네! 모르겠습니다.' 쯤으로 답을 해야 하는 것 같았다.
고참의 이발이 끝나고 내 차례가 되었는데 이건 이발이 아니라 강제로 머리를 뜯는 수준이다.
전기 바리깡이 아니라 수동으로 움껴쥐는 바라깡이었는데 이게 제대로 깍이지 않자. 일병을 단 이발병 (일명 깍새)선임의 손에 더욱 힘이 가해지고 머리카락이 반은 깍이고 반은 뜯기는 듯한 고통이 엄슴하면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왔다.
내가 움찔움찔 하니 뒤에 앉은 고참은 또 쫄병이 기합이 빠져서 그런다며 질책을 해왔지만 아직 앗세이라 주먹이 날아오거나 발길질이 날아오지는 않았다.
그 때 이발소 안에 상병을 달고 안경을 쓰고 있는 양반이 있었는데 당연히 선임인 줄 알았지만 이발을 마치고 돌아 올 때 그 양반 신분이 방위 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포항은 특성상 방위도 해병이다. 즉 "해병방위" 인 것이다.
다시 내무실로 돌아오자 하리마우의 손에 이끌려 조식을 위해 주계로 갔다. 아침 메뉴가 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해병의 파라다이스인 진해와는 많은 차이가 있었고. 매콤하게 달콤하게 뜨거운 밥에 쓱싹쓱싹 비벼먹던 고추장과 참기름은 보이지 않아 속상했다.
앗세이라 딱 봐도 뭐든 표시가 난다. 지나가는 선임들이 모두 힐끗힐끗 쳐다봤고 식사 준비를 거들던 각 중대의 식사당번도 눈만 마주치면 "눈 깔라 씹*야" 하는 듯 인상을 오만상 찌뿌리는 덕에 이건 뭐 밥이 코로 넘어가는 지 입으로 넘어가는지도 모르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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