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생활-4 대기병이 할일은 없다. 그저 누가 부르기 전에는 내무실 침상에 걸터 앉아 정자세로 앞만 응시하고 있으면 된다. 내무실에 아무도 없을 때는 몰래 자세를 풀고 내무실 구석구석을 천천히 둘러본다. 언제 지었을지도 모르는 병사에 사물함은 나무로 짜고 도배가 된 상태로 개인간의 구분이 되어 있다. 내무실 창은 나무 창틀로 겨울이 되면 제 기능을 할까 의심스러웠으며 여전히 내무실 천장은 중대 복도와 같이 높았다. 앞서 말했지만 각 내무실 출입구는 각목으로 짜서 그 위에 투명 비닐로 덮어 외부에서 내부가 관찰이 되도록 되어 있었다. 아마 취침시간에 벌어질 가혹행위를 단속하기 용의하도록 개방형으로 되어 있었는 것 같다. 사물함 밑에는 하이바를 비롯한 개인 무장이 올려져 있었고. 사물함 위에는 완전무장, 방독면이 든 케이스가 이름이 적혀 올려져 있었다. 하리마우의 자리 앞에는 작은 원탁이 있고 그 위에 tv가 올려져 있었는데 취침 시간이 지나면 최대한 소리를 줄여 하리마우만 tv를 시청할 수 있었고 하리마우의 배려에 의해 넘버2,3 까지는 깨알찬 대우를 통해 왠만한 인기 드라마는 모두 섭렵을 하고 있었다. 부럽기 그지 없었다. A급 전투복으로 환복하고 대대장 전령에 이끌려 대대본부로 가서 처음으로 뵌 대대장님께 신고를 하고 면담을 했다. 전령실에서 대대장님 신고를 위한 연습을 여러차례 진행을 했고 대대장님 방에 들어가서 최선을 다해 기합든 자세로 신고를 무사히 마쳤다. 개인기록카드를 보며 대대장님께서 이러저러한 질문을 하셨고 군생활에 대한 당부와 앞으로 소중한 군생활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격려를 받고 다시 중대로 복귀하여 중대장 신고까지 마쳤다. 당시 중대장의 계급은 대위였고 키는 그리 크지 않지만 다부진 체격에 말년 대위의 노련한 모습까지 묻어 났다. 중대선임하사의 신고까지 마치고 다시 대기하고 있으니 내무실 배치가 완료되었고 앞으로 제대할때까지 내가 생활한 곳은 6내무실이었는데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6내무실의 특정 기수 선임들은 중대 내에서도 유명한 사람들이었다. 체질 (군생활을 잘하고 구타도 잘하고 잘 맞고 작업도 잘하는)로 유명한 것이 아니라 문제로 유명한 것이었다. 6내무실로 이동하여 다시 더블백을 해체하고 지정된 사물함에 옷가지를 정리하고 누워 잘 위치를 배정 받았다. 내무실 하리마우는 704기 문진언 해병이었고 넘버2는 김동현 해병이었는데 기수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711기 선임인가 뭔가 그렇다... 그 다음 서열이 722기1명 / 727기1명 / 729기1명 / 731기2명 / 732기1명 / 734기1명 / 738기1명 / 하사 (반장)1명 나를 포함해서 총 12명이 한 내무실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제대한지 21년이 지나도 저 양반들의 기수와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머리가 휙휙 잘 돌아갈 스무살의 나이였고 외우지 못하면 무차별 가해지는 구타 앞에 당해낼 장사가 없는 것이다. 해병대 주계(식당)의 모습. 식사당번 오장 때의 모습인 걸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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