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실무생활-6 첫 번째 훈련

머린코341(mc341) 2019. 10. 5. 10:37

실무생활-6


첫 번째 훈련


고달픈 쫄병의 하루하루가 지난다.


시간이 늘어가면 늘어 갈 수록 뭔 놈의 그런 주의사항이 많은지 정신이 하나도 없다.


몸이 피곤하고 마음도 피곤하다. 눈치 보는 것만 는 것 같다. 항상 긴장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


시도때도 없이 선임들의 주먹이.. 발길질이 날아오니 아무런 대응 없이 맞다간 죽을 것 같아 항상 몸에 힘을 넣고 있으니 취침과 동시에 단잠의 나락으로 한 없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실무 배치를 받은 지 한달여 가량 지났으니 위로휴가가 나올 법 한데 아직까지 휴가를 준비하란 말은 없다.


쫄병이 휴가를 기다리고 동경하다간 바로 아구창이나 쭐대치기 지만 간혹가다 멋있게 정복을 차려 입고 휴가 출발을 하는 선임의 뒷 모습을 바라보면 정말이지 너무 부럽다.


하루 종일 이리저리 정신없이 불려다니다 내무실에 복귀하니 목요일날 1박2일 행군이 잡혔다고 한다.


선임들은 고참들의 무장을 꺼내 정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드디어 실무 첫 훈련이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유독 행군이 힘들었다.


훈단 때 수료의 대미를 장식하는 50km 무장행군 때 정말이지 죽을 뻔 했다.


지나가는 차에 뛰어 들고 싶었고 산속에서 절벽을 향해 점프를 하고 싶었다. 어깨를 짓누르는 20kg가 넘어가는 낡은 무장을 맨채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앞 사람의 발자국을 보면서 간격이 넓어지지 않게 정신없이 걷고 또 걷고.. 그러다 발 바닥에 통증이 시작되어 10분간의 휴식시간에 세무워커를 벗으면 양발바닥 가득히 누런 물들이 가득찬 물집이 밤알 만큼 혹은 그 보다 더 큰 사이즈로 잡히곤 했다. 


물집이란게 정말이지 한발 한발 딛을 때 마다 엄청난 고통을 준다. 물집이 많이 잡히면 차라리 10분간 쉬어 시간이 더 고통이다. 배낭을 내려 놓고 편히 쉬어 가는 시간이지만 다시 행군이 시작될때는 한 동안은 엄청난 고통이 밀려 온다.


그래서 훈단때는 남들 쉴 때 그냥 배낭만 벗은 채로 일어나 제자리 걸음을 하곤 했다. 


남들보다 유별스럽게 물집이 많이 잡히고 사이즈도 크다. 물집이 잡힌 발에 물이라도 들어가면 곪는다.


곪는 것을 그냥 방치하면 봉화지염? 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는데 치료는 메스를 물집에 들이대어 생살을 찢고 고름을 빨아 들인 후 소독약을 바르고 항상제를 먹고 하지만 심해지면 병원으로 입원을 하는 케이스도 있다.


발바닥이 썩어 발목을 자르내 뭐내 하는 유언비어도 파다 했지만 봉화직염으로 발목 아래를 절단하는 건 구라다. ㅎㅎ



행군의 일정은 대강 이렇다.


목요일 점심을 먹고 대대를 출발. 어디 어디 산을 돌아 어디에서 1박 숙영을 하고 그 다음날 아침을 먹고 다시 대대로 복귀하는 일정인데 정확하게 몇 km를 걷는지에 대한 정보는 쫄병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고참들의 배낭싸기가 시작되었는데 내무실 하리마우의 배낭에 깔깔이가 총 동원 되어 쑥쑥 들어가더니 이내 각이 잡힌다.


아... 고참 배낭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배낭에는 가볍디 가벼운 깔깔이가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고참의 완전무장에 들어가는 장비는 고스란히 쫄병의 몫이었다. 위에서 부터 아래로 차례차례 전달이 되더니 나 한테는 제일 무거운 A텐트가 여러동 돌아온다.


'이걸 내가 다 매고 걸으란 얘긴가? 씨* 진짜 너무들 하네...'


속으로 썅욕이 튀어 나왔지만 방법이 없다. 그저 내 무장에 무식하게 들어가는 몇 개의 A텐트만 봐도 비명을 지를 지경이었다.


날씨가 뭐 같아 비라도 오는 날에는 A텐트의 무게는 상상을 초월한 만큼의 무게가 된다.


비만 오지 않도록 기도하고 기도를 하는 수 밖에 없다. A텐트는 원단의 무게도 무게지만 지주핀의 무게는 정말이지 돌아버릴 만큼의 무게다.  그것도 여러 세트가 내 무장으로 직행한다.  몇개의 세트가 들어가는 걸 또 가만히 지켜본다.


그 과정을 보니 이젠 현기증이 날 것 같다. 저 무식한 무장(배낭)을 매고 총을 들고 방독면까지 허리매고 걸어야 할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쫄병이라 대 놓고 발바닥 무좀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 따위는 없다. 땀을 흡수 하지 못하는 검은 색의 나일론 보급양말을 신고 저 무게의 배낭을 들면 정말이지 뒤질 것 같지만 이 또한 방법이 없다.  꼬우면 군대 일찍 오지.. 라는 말이 실감이 나는 판국이다.


행군을 하루 앞둔 밤.. 꿈에서 내 몸의 몇 배가 되는 배낭을 매고 죽을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면서 하루종일 걷는 악몽을 꿨다.


"이런 씨*"


드디어 행군날이 밝아 왔다. 점심을 먹고 내무실에 들어오니 각자의 배낭이 내무실 바닥에 줄을 맞춰서 놓여 있었다.


몰래 들어보니 손목이 얼얼한 만큼의 무게가 어깨를 타고 올라온다.  이걸 매고 내가 오늘 밤 늦게 까지 걸을 수 있을까?


기가 막힌다.


행군을 출발하기 위한 연병장 집결을 알리는 구령이 들려오고 단독 무장을 차고 배낭을 매어 보니 온몸이 비명을 지른다.


이건 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무게다. 방독면까지 허리매어를 했는데 방독면이 이리도 무거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대 전체 병력이 연병장에 집결했다. 대대장님의 훈련에 임하는 각오에 대해 일장 연설이 있는 뒤 대열을 연병장을 떠나기 시작했다.

 

쫄병은 앞으로 가라 라는 고참들의 지시에 이병들은 앞쪽으로 다 몰렸다.


뒤에 걷고 있던 선임들의 나지막한 경고가 들려온다.


"낙오하면 죽는다 알지?"
"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