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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단계적 빅딜’ 가능성… 핵보유 용인 韓中日이 함께 막아야”

머린코341(mc341) 2019. 9. 30. 10:03

“北美 ‘단계적 빅딜’ 가능성… 핵보유 용인 韓中日이 함께 막아야”


[화정평화재단 제17회 한중일 심포지엄]
변화하는 한반도 안보 정세와 동북아 한중일 협력
韓화정평화재단-中현대국제관계硏-日아사히신문 공동주최



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이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변화하는 한반도 안보 정세와 동북아 한중일 협력’이란 주제로 열렸다. 한중일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중일의 공동 목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며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공전을 거듭하던 북-미가 오랜만에 대화 재개에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막판 기싸움이 여전히 팽팽하다. 한일 관계는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1년이 다 되었지만 여전히 냉랭한 ‘시계 제로’ 상태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평화연구소, 일본의 아사히신문사, 중국의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원은 28일 서울에서 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을 열어 한중일 전문가들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북한 비핵화 및 한일 관계를 심층 분석했다.》


“마지막까지 북한의 비핵화라는 어젠다를 유지하는 게 한중일 3국의 공동 목표다. 북핵이 용인되는 상황은 공동으로 반대해야 한다.”


지즈예(季志業)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고급고문은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7회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에서 최근 북-미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3국은 분명한 공동 목표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역 정세를 바라보는 한중일의 시각이 갈리는 상황에서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최종 목표엔 3국 간 이견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21세기 평화연구소가 일본 아사히신문사와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에서 한중일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이처럼 북한의 비핵화를 고리로 한 3국의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심도 깊게 진행했다. 구체적인 비핵화 방법론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 “북-미 3차 정상회담에서 ‘단계적 빅딜’ 가능성”


한중일 전문가들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면 ‘단계적 이행 방안이 담긴 큰 틀에서의 합의’가 가장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한승주 전 외교부 장관은 “하나의 ‘프레임워크(큰 틀) 합의’를 만들어 이 속에 2, 3개의 (부속)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행하는 거래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를 자기가 주장해온 ‘빅딜’이라고 주장할 수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초반 단계에서 원하는 것을 갖고, 후반의 것은 이행할 필요가 없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대 교수는 “‘엔드스테이트(최종 목표)’를 일단 정해 두고 단계적으로 이행해 나간다는 ‘프레임워크 합의’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즈예 고급고문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최종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언제 실현할 것인가를 두고 단계적으로 간다는 데 미국도 동의할 거 같다”며 이를 ‘단계적인 빅딜’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당장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을 막기 위해서라도 ‘스몰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류톈충(劉天聰) 현대국제관계연구원 동북아연구소 부연구원은 “비핵화라는 최종적 목표는 지켜져야 한다”면서도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되고 북한의 군사능력 발전을 억제하는 효과가 분명히 있기 때문에 스몰딜도 필요하다”고 했다.


대북제재의 효력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나왔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를 얘기할 때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는 변수는 대북제재”라며 “중국이 제재 실행의 열쇠를 쥐고 있는데 (중국을 통해) 제재의 뒷문이 반쯤 열린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류 부연구원은 “중국은 굉장히 엄격하게 유엔 안보리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며 “북한이 (핵개발에서 경제 발전으로) 전략을 조정한 것도 (제재 등) 외부적 압박은 부차적이다. 내재적 요인이 더 크다고 본다”고 했다.


○ 트럼프-김정은 ‘돌발 거래’ 가능성 우려


 북-미 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라는 예측 불허 지도자들의 결단에 달린 만큼 ‘돌발 거래’가 성사돼 한중일 3국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지 고급고문은 “과거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실험을 한 후 미국이 단호하게 반대하다가 추후 몰래 인정한 사례를 돌아보면 (북한 핵보유를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양측 간 비밀 거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중일의 최종 목표는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폐기해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미 회담의 결과로 한미·미일 동맹 관계가 훼손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사하시 료(佐橋亮) 도쿄대 준교수는 “북-미가 비핵화 합의를 하기도 전에 미국이 먼저 군사훈련의 정지와 같은 양보를 해버린다면 한미·미일 동맹의 근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빅딜’ 등 제대로 합의가 이뤄졌을 때 북한에 안전 보장을 해주는 것은 일본도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이 ‘신패권 경쟁’을 벌이며 북핵 문제가 사실상 미중 관계의 종속 변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경쟁 구도가 사실상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압도해버리는 상황”이라며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된다면 북한은 (중-러와의 밀착을 통한) 핵무기 보유 인정을 모색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사하시 교수도 이 같은 관측에 대해 “미중 간 전략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어 동북아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의 종결을 통해 (국내) 정치적 인기를 얻으려 한다면, 미중 관계에서 북한 문제를 통한 전략적인 협조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한일갈등 안보까지 영향… 정상회담 시급” ▼


“민족주의 성향 지도자 리스크 우려… 경제분야부터 타협점 찾아가야”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본격 점화된 한일 갈등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며 정치,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에 한중일 전문가들은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한중일 모두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3국 관계 협력에 ‘지도자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2일 한중일 연례 심포지엄 발제에서 “국제 관계가 국내 정치에 점점 지배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면서 “이른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제’ 이후 발전해 왔던 한일 양국 관계가 다시 출발점, ‘제로’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박철희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토론에서 “한일 정상이 모두 ‘투 트랙(과거사-미래지향)’을 하겠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원 트랙(과거사)으로만 가는 상황”이라며 “외교 논리가 아닌 법적 논리를 들이대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즈예(季志業)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고급고문은 “한일, 한중 간 영토 및 역사 문제가 한중일 3각 협력의 장애로도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타협점을 찾기 위해 우선 한일 정상 간 만남이 시급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6월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9월 미국 뉴욕 유엔총회 기간 중 회담 불발이 한일 관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으면 그 이하 장관, 국장급, 실무자 회담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니시노 교수는 “한일 간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무역 부문”이라면서 “한국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를 했고, 이어 열리는 실무협의에서 충분히 이견을 좁힐 수 있다고 본다.


경제를 출발점으로 다른 부분도 협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철희 교수는 “무엇보다 한일 국민감정까지 악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한국’, ‘아베 신조=일본’이 아니라는 것을 양국 국민이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동아일보] 201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