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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흔든 '기무사 하극상' 논란, 송영무가 밝힌 1년전 내막

머린코341(mc341) 2019. 10. 5. 22:17

국회 흔든 '기무사 하극상' 논란, 송영무가 밝힌 1년전 내막


[월간중앙] 文 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 송영무 단독 인터뷰


“한·미 동맹, 이견 통해 더 굳건해지는 과정”

■ 北 단거리미사일 우리보다 한 수 아래 무기…‘이제야 저 정도 수준’ 생각
■ ‘9·19 남북군사합의’가 안보역량 약화? 군사합의 깎아내리려는 의도
■ 2017년 참수부대 관련해 문정인 특보, 장관인 내게 그런 평가 당시엔 아쉬워
■ ‘계엄령 검토 문건’ 사건 당시 기무사령관 발언으로 기무사 폐지 여론 높아져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9·19 남북군사합의가 안보역량을 약화시킨다는 비판에 대해 ’군사합의를 폄하하고자 의도적으로 만든 논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중앙일보] 2018년의 한반도에는 평화의 기운이 넘실거렸다. 11년 만에 남과 북의 지도자가 만났고 정상회담이 세 번 이뤄졌다. 9월 19일 평양에서 개최된 제5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평양 공동선언’과 함께 군사적 긴장 해소를 위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서’(‘9·19 남북군사합의’)가 발표됐다.
  
그로부터 1년 뒤인 2019년 9월의 한반도는 어떠한가. 북·미 간의 협상은 지지부진하고 북한은 연일 미사일 실험에 나선다. 평화의 시계가 멈춰 버린 듯한 2019년의 한반도다. 1년 전 ‘9·19 남북군사합의’를 주도한 이들은 지금의 상황을 어떤 심경으로 관전하고 있을까.
  
송영무 전 국방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방장관으로 ‘9·19 남북군사합의’ 서명 당사자다.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한·미동맹 전쟁 억지력이 약화되는 등 안보가 후퇴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해 9월 퇴임 이후 더불어민주당 공식회의 석상에 얼굴을 내밀었을 뿐, 언론과의 접촉은 일절 피했다. 그런 그가 9·19 남북군사합의 1주년을 맞아 월간중앙과의 퇴임 후 첫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9·19 남북군사합의의 성과를 야당의 비난으로부터 방어하고, 저작권을 가졌다고 여기는 ‘국방개혁 2.0’을 극력 옹호하고자 했다. 나아가 재임시의 군 기강 이완, 군 내부의 하극상, 여권 내 안보라인의 혼선과 갈등 현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심경을 담담하게 풀어놓았다.


그는 연내 정상회담 성사가 예상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년 1월 전에 현안을 타결하리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송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9월 2일 서울 시내 한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1년 동안 언론 노출을 꺼린 이유는?
  
“장관 재직 15개월이 15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외롭고 고된 자리였다. 몸이 감당을 못하더라. 건강을 회복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북핵 문제 해결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 발치 떨어져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됐다. 장관 재임시절 언론에서 내 발언의 진의와 전후 맥락을 무시하고 자극적인 단어만 골라 쓰지 않았나. 괜한 오해를 사기 싫었다.”
 
앞으로는 대외적인 발언을 본격적으로 하게 되는가?
  
“오랜 세월 군인으로 살아오면서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욕을 안 먹기 위해 피해 가는 건 내 정체성이 아니다. 옳은 말, 해야 할 말은 해야 한다는 주의다. 그래서 비겁해지지 않기 위해 때때로 강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장관시절 언론에 주목을 받았기도 했고. 지금은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자문위원이라 회의에 참석해 국익에 도움을 주는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산고 끝에 만들어진 9·19 남북군사합의가 너무 매도되더라. 1년 동안 군사적 충돌이 없었던 성과는 무시되고 야당에서 폐기하자고 까지 나오니 무지 답답하더라. 1주년을 맞이하는 9·19 남북군사합의가 평가절하되는 상황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떤 얘기를 먼저 하고 싶은가?
  
“9·19 남북군사합의를 왜곡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9·19 남북군사합의의 근본 목적은 분단 70년 동안 비무장지대(DMZ)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남북 간 군사적 충돌과 피해를 방지하자는 데 있다. NLL 근해 안정화, 군사분계선 1㎞ 이내 감시초소(GP) 11개소 시범철수(10개소 파기, 1개소 보존), 공동군사구역(JSA) 비무장화, 화살머리고지 유해 발굴 등 가시적인 성과도 있었다. 지난 1년간 DMZ와 NLL 일대에서 단 한 건의 군사적 충돌이나 한 명의 인명피해가 있었나. 없었다. 9·19 군사합의가 정상적으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 시험한 미사일, 이미 우리가 개발·배치한 무기”


2018년 9월 19일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후 취재진을 향해 들어 보이고 있다. 

 

북한은 9월 10일까지 올해에만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10번이나 감행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닌가?
  
“지금껏 많은 남북 합의가 지켜지지 않았다. 그러나 ‘9·19 군사합의’ 위반 사례는 없으며, 현재까지 잘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포괄적이면서도 실현 가능성을 높이고자 가급적 자세하게 규정하도록 했다. 합의 문구를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북한 미사일 발사를 군사 합의 위반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단, 군사합의 전문에 군사적 긴장 상태 완화와 신뢰구축이 명시돼 있는 만큼, 미사일 발사가 군사적 긴장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따라서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정해진 대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시급히 설치, 논의하는 게 절실히 필요하다.”
 
북한이 실험한 발사체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한다면 우리 미사일 방어체계에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우려가 있다.
  
“단거리 탄도미사일 궤적이라는 우리 군의 평가와 방사포를 쐈다는 북측 보도가 모두 맞다면, 방사포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얘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군이 보유한 다연장로켓(MLRS)이나 전술 지대지미사일(ATACMS)과 같은 것을 북한이 새롭게 개발했다는 얘기다. 이 부분은 매우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우려하는 건 우리 군대가 북한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느냐 없느냐 아니겠나.
  
“우리는 전술 지대지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를 비롯해 공대지·함대지 미사일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 북한은 고작 지대지미사일을 갖고 있을 뿐이다. 우리보다 한 수 아래 무기다. 북한이 실험했던 미사일은 이미 우리가 개발하고 배치한 무기다. 최근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우리 군에서 볼 때 ‘이제야 고작 저 정도에 수준인가’ 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리가 보유한 공대지미사일인 타우러스(Taurus)는 뱀처럼 저공비행을 하면서 목표물을 타격한다. 북한 레이더에 탐지도 되지 않는다.”
 
최근 JTBC 보도에 나온 국방과학연구소의 미사일 시험발사 내역을 보면 우리 군은 2017년 19번, 2018년 26번 등 지난 3년 동안 미사일 시험 발사를 총 54번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육·해·공군 차원에서 따로 실시한 것은 뺀 수치다. 송 전 장관은 “현 상황을 이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휴전협정에 서명한 미국 클라크(Mark W. Clark) 대장의 저서 [다뉴브강에서 압록강까지]의 한 대목을 인용했다. ‘6·25 전쟁 직전 상황에서 보듯이 공산주의자는 선전 선동에 능하고 힘이 없을 때는 더 강한 어조로 버틴다. 힘이 있고 도발과 전쟁을 기도할 때는 계속 대화하고 평화를 요구한다’는 구절이다.


“서해 NLL 포기? 우리 위협 감소 효과 더 커”


‘9·19 남북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2018년 11월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 GP(감시초소)가 철거되고 있다. 


‘9·19 남북군사합의’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서해 NLL 포기로 수도권이 북 도발에 직접적으로 노출됐다”고 자주 거론한다.
  
“실질적 해상경계선인 NLL은 불변이다. 일부에서 서해 NLL 기준 완충구역에서 북한은 50㎞에 불과하고 남한은 85㎞나 설정돼 우리가 35㎞ 더 양보했다고 비판한다. 이건 서해 NLL 최북단에서 비교할 때 그렇지 최남단을 기준으로 하면 북측으로 103㎞ 뒤로 밀린 것이다. 또 서해 완충 구역상 배치된 해안포, 포병 전력 규모도 북한이 우리의 약 3~5배 수준으로, 북한 서해함대의 70~80% 전력에 해당하기에 우리에게 위협 감소효과가 더 크다. 아울러 한국 해군의 기존 훈련구역은 덕적도 이남 해역으로 이번 합의에 영향을 받지 않고, 대잠초계기나 헬기 운용에도 문제가 없다. 비판론자들은 북한 4군단 장사정포를 감안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북한이 장사정포를 사용해 해상의 항공기, 함정을 공격한다는 것은 포탄 낭비일 뿐이다.”
 
올 6월 벌어진 ‘북한 목선 귀순’에 보여진 우리 군의 경계 태세는 국민들이 보기에 허탈할 정도다.
  
“국민들에게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북한 목선을 제대로 관측, 보고하고 대응했다면 가장 좋았겠지만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나 소형 목선을 포착하고자 첨단 전력자산을 과도히 배정하는 것은 우려스럽다. 군사적 위협이 없는 사안에 대해서는 경찰이나 유관 공권력과의 공동 대응이 마땅하다. 손자병법에 ‘모든 곳을 지키려 하면 모든 곳이 약해진다’는 구절이 있다. 제한된 전력 자산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송 전 장관은 재임 시절 여권 내 인사들과 마찰을 빚는 등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도 했다. 예컨대 그는 2017년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에 대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느낌이지 안보 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고 말해 시선을 모았다. 당시 문 특보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의 대담에서 ‘참수 부대’를 창설할 것이라는 송 전 장관의 발언을 두고 “국방장관께서 부적절한 표현을 쓴 것 같다. 용어부터 정제된 것을 사용해야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줄 거라는 걸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기도 했다.
  
“2017년 9월이었다. 국회 국방위에서 참수 부대 창설에 대해 묻기에 ‘9월에서 12월 사이에 할 것’이라고 밝혔고, ‘그렇게 늦게 창설하면 전투 준비 태세가 되겠는가’라는 질의에 ‘차츰차츰 갖춰 나가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는 정도로 내용을 밝혔다. 내 입으로 참수 부대의 ‘참’도 꺼내지 않았고 북한이 내 발언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데 언제 창설할지 구체적으로 말할 필요가 없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이를 놓고 ‘참수 부대 논의가 매우 부적절하다’ 식으로 얘기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 국군을 지휘하는 최고사령관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는가. 대통령을 함께 보좌하는 사람이라면 장관을 도와줘야 하는데 언론에다 해군 대장, 참모총장을 역임하고 장관직을 수행하는 사람을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 아쉬웠다. 그 후 문 특보와는 식사하면서 오해를 풀었다.”


“항상 전술핵 포함 모든 조치 고려해야”


2018년 7월 당시 송영무 국방부 장관(왼쪽)이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석구 국군기무사령관의 답변을 듣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 계속되면서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과거 전술핵 배치를 언급하지 않았나.
  
“2017년 9월 미국 출장 당시 특파원들이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데 전술핵을 배치해야 하지 않느냐’ ‘매티스 장관과는 얘기했느냐’는 질문 뒤에 나온 얘기였다. 그래서 ‘검토는 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라고 밝혔다. 이게 ‘송영무, 전술핵 배치 용의’라는 식으로 기사가 난 것이다. 이에 대해 국회 질의에서 ‘북한이 연일 미사일을 쏘고 핵실험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술핵을 포함한 모든 것을 검토하고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정확하게 답변했다. ‘배치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서는 모든 사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 생각은 변함없다.”
 
올 5월, 송 전 장관은 한국국방연구원의 ‘2019년 안보학술세미나’ 기조강연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주체사상에, 김정은(국무위원장)은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일부 국회의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역사에 더러운 이름을 올렸으니 이북으로 가라”고 힐난했고 이언주(무소속) 의원은 “신임 백두칭송위원장으로 취임이라도 한 건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정은, 자유민주사상 접근’ 발언이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대화하던 당시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화하는 환경이 다르다는 점을 얘기한 것이다. 김일성에 이은 김정일은 주체사상에 근거해 자력갱생, 주체경제를 강조해 교역하지 않았다. 반면 김정은은 사춘기 시절 스위스에서 5년 동안 유학을 했다. 자유민주사상에 대한 교육을 받은 것 아닌가. 주체사상에 대비되는 자유민주사상에 ‘근접’했었던 것이다. 나는 접근이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문 대통령이 김정은과 대화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실제로 북한은 개혁개방을 하겠다고 정책을 바꾸고 대화 테이블에 나오고 있고 선군정치에서 선당정치로 노선을 변경하지 않았나. 역사적으로 나와 있는 사실만 말한 것이다. 맥락을 보지 않고 특정 단어만 꼬투리 잡아서 비난한 것을 보니 답답하더라.”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해체는 송 전 장관이 추진한 국방개혁 중 하나였다. ‘계엄령 검토 문건’은 기무사 해체의 결정적 배경이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2018년 7월 국회 국방위 현안보고에서 민병삼 당시 100기무부대장(대령·육사 43기)이 “(송영무) 장관이 7월 9일 간담회에서 ‘내가 법조계에 문의해 보니 (계엄 문건이) 문제될 게 없다고 한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다만 직권남용에 해당되는지 검토해보라’고 했다”고 증언한 것이다. 송 전 장관이 당시 기무사의 계엄령 검토 문건을 보고받고도 적극적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는 주장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이었다. 이에 송 장관은 “완벽한 거짓말이다. 대장까지 지낸 국방부 장관이 거짓말을 하겠나”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진 바 있다.

 

“기무사 계엄령 검토? 검토 자체가 잘못된 것”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국방개혁안 ‘국방개혁 2.0’을 보고했다. / 사진:연합뉴스 


기무사 관계자들의 국회 발언은 하극상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내막은 무엇이었나.
  
“매주 월요일마다 장관 직무실에서 실·국장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민 대령이 위수령과 계엄령을 착각했던 것이다. 나는 그해 2월부터 위수령을 없애라고 했다. 위수령은 대통령 명령만으로 치안 유지에 육군 병력을 동원하는 조치로, 국회 동의 없이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유일한 법령이다. 탄핵 정국 당시 군 수뇌부는 위수령을 근거로 소요사태 발생 시 무력으로 진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위수령은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위수령 폐지를 지시했다. 그런데 위수령을 없애려는 것을 마치 내가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을 없애라고 했다는 식으로 얘기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7월 9일)은 기무사의 계엄령이 더 중요한 것인데 내가 위수령을 이야기했겠나. 시기상으로도 이미 4월에 폐지를 결재한 상황이었다. 위수령은 최종적으로 8월 국무회의에서 폐지됐다.”
 
이석구 당시 기무사령관이 국회 국방위 회의 다음 날 국회에 제출한 문건에는 ‘위수령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라는 송 전 장관의 발언이 적혀 있었다.
  
“당시 정해일 국방부 군사보좌관(준장)이 국회에서 민 대령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며 ‘지휘관(송 장관)의 발언을 왜곡하고 각색해서 국민께 보고한다는 것이 굉장히 놀랍다’고 말했다. 그것으로 갈음하겠다. 하나 덧붙이자면 그 문건은 장관 동향을 파악해 이석구 기무사령관에게 보고한 것이다. 이석구 사령관은 국회 국방위, 정보위 등 상임위에 가서 증언했는데 각 위원회에서 하는 얘기가 다르더라. 앞뒤가 계속 안 맞는 것이다. 공직자의 기본은 정직이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다. 그들이 그렇게 발언함으로써 기무사 폐지 여론이 높아졌고 기무 개혁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계기였다.”
 
일각에서는 계엄령 문건을 놓고 실무 차원의 검토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실무 차원의 검토 여부를 떠나 기무사에서 다룰 사안이 아니다. 검토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기무사는 간첩 잡는 부대다. 수방사나 합참에서는 전쟁이 발발하면 계엄을 어떻게 선포할지 검토를 하게 돼 있다. 검토하더라도 수방사나 합참에서 해야 했을 사안을 왜 기무사에서 했냐는 것이다. 오히려 기무사는 수방사나 합참이 계엄령 문건을 작성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해 보고해야 하는 임무를 띠고 있는데 본인들이 직접 작성했다. 군법에 크게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군·검 합동수사단 수사가 용두사미로 그쳤다는 비판도 있다.
  
“동의할 수 없다. 촛불집회 관련 계엄령 문건 작성을 주도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피했기 때문에 책임질 사람이 없는 것이다. 수사가 중단된 것뿐이지 끝나지 않았다. 조 전 사령관이 국내로 돌아오면 재수사해야 한다. 합법적이고 정당했다면 귀국해 전모를 당당하게 밝혀야 할 것 아닌가.”


“‘최소 희생, 최단 시간’에 전쟁 끝내는 군 돼야”


동북아 정세 얘기를 해 보자. 북·미와 남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한·미 관계도 심상치 않다.
  
“미국 입장에서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힘의 균형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곳이다. 여기에 자유민주주의 사상을 토대로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성장하고 원조국에서 지원국으로 전환한 모습은 미국이 한·미동맹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결과물이다. 이런 동맹을 깬다는 것은 미국의 정체성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한·미는 절대적으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모범적인 동맹관계다. 다만 서로 신뢰관계가 있어야 한다. 정직하게 서로를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한·미 양국이 각국 입장을 놓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생길 수도 있다. 이것은 동맹관계가 깨지는 것이 아니라 더 굳건히 다져 가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결정과 관련해 미국이 한국에 큰 불만을 표했는데.
  
“국가 정책에 대한 정치적 결정이므로 문민통제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 또 일본이 먼저 경제 문제를 안보 문제로 이슈화했기 때문에 이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였다고 본다. 다만 한·일 관계의 안보 문제는 동북아 안보 지형의 변화, 독도 문제.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문제, 남북관계, 한·미·일 안보협력 문제 등이 산재돼 있어 복잡하다. 국가 간의 최후 신뢰관계는 안보 관계의 안정성이 유지돼야만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국방개혁 2.0’은 그가 장관 재직 시절 심혈을 기울인 정책 중 하나다. 그는 참여정부 당시 ‘국방개혁 2020’의 실무 총책임자였다. 2006년부터 2030년까지 621조원을 투입해 국방개혁을 하려 했다. 그러나 “1년 집행하고 끝났다. 너무나 실망스러웠다”고 그는 회고한다. 장관 임명 이후 그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님 5년 재임 동안 집행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국방개혁안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법령으로 제정하도록 하겠다. 선진 민주국군으로 가는 초석을 닦겠다.”
 
최근 자유한국당(황교안·나경원·원유철·백승주)이 펴낸 [문재인 정권 2년, 안보가 안 보인다]에서는 ‘국방개혁 2.0’을 국방력을 약화시키며 군인들의 인기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적 국방개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내무생활 개선은 이병부터 대장까지 똑같은 인격체임을 고려해 반드시 필요하다. 장성 수 감축은 현재 감축 인원과 미래 감축 대상 모두 큰 불만을 야기하지만 해야할 과제다. 인원이 준다고 국방력이 약화된다는 견해도 시대착오적이다.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둔 21세기에 병력 수로 국방력을 가늠하는 것이 맞는 얘기인가. 이런 것들이 왜 포퓰리즘인지 반문하고 싶다. 미래 한국군은 전방위 원거리 위협에 대응하면서 ‘최소 희생으로 최단 시간’에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표범과 같은 군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겨 놓고 싸우는 군’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 ‘국방개혁 2.0’을 통해 한국군은 ‘더 멀리, 더 빨리, 더 세게’ 적을 타격할 수 있는 선진국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사진 김경빈 선임기자 kgboy@joongang.co.kr


[중앙일보] 2019.1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