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일기/해병740기 김동훈

혹한의 밤 3

머린코341(mc341) 2019. 10. 11. 21:30

혹한의 밤 3


뭘 했는지도 모르게 하루를 보내고 입고 있던 전투복 그대로 취침에 들어가게 된다.


쫄병이라 양치는 고사하고 씻을 수 있는 환경도 안되다 보니 아무것도 할 수 없이 그냥 잠만 잔다. 


오늘밤도 무사히 잠만 잤으면 좋겠는데 어떻게든 눈을 피해 약간의 푸닥거리가 있었고 적당한 선에서 넘어 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밤이었다.


해가 완전히 지니 기온이 급강하 하기 시작한다.


내 평생 가장 추웠던 밤이 아니었을까? GP 바닥은 비닐 한겹에 중대서 공수한 3단 매트리스가 깔렸다.


그 위로 모포가 깔리고 때가 굳어 반질반질한 침낭이 깔렸는데 지퍼는 중대에 배치 받을때 부터 고장나 있었다.


대부분 침낭을 그냥 덮고 자는 용도로 썼기  때문에 세삼스럽지도 않았지만 끔찍한 추위가 엄슴해오자 잠이 오지 않았고 몸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기기 사작했다.


도저히 안되어 선임들의 눈을 피해 매트리스 위에 깐 모포를 침낭안에 쑤셔 박았는데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GP로 날아 들어온 흙먼지를 그대로 뒤집어 썼던 모포는 모래를 가득 안고 있었다.


지퍼가 온전하면 이렇게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지 않았겠지만 뭐든 허술하니 추위가 그대로 전해졌다. 94년 95년에는 귀마개 같은 것도 없었고 마스크 같은 것도 보급품목에 아에 없었다. 


방한화라 해봐야 제조년월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낡았고 스키파카는 이게 정말 동계 지급품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보온 기능은  형편없었다.


지금 그런 장비로 겨울을 나라고 하면 군대 파업하지 싶다.


너무 추우니 당연 잠이 오지 않았고 차라리 근무를 나가고 싶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날 02~04시에 진지  외곽 근무가 예정되어 있었고 같이 근무서는 선임도 사람 좋기로 유명한 선임이라서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근무나가서 발이라도 동동 구르고 뛰면 이 보다 나을 것 같았다. 

 

엄청난 추위에 선잠으로 계속 뒤척이다 01시에 눈을 재대로 떠서 대기를 했다.


30분쯤 되니 GP안으로 진지내 근무자가 들어왔고 나지막하게 근무임을 알리고 돌아갔다.


준비 과정이 부산스러우면 그 또한 얻어 터지는 대상이기  때문에 조용히 일어나 새무워커에 발을 들이미니 꽁꽁 언다. ㅠ.ㅠ


개인 무장을 체결하고 상황실 CP로 가서 총기를 수령하고 선임과 함께 근무를 설 외곽초소로 이동을 했다.

 

외곽초소는 임시초소이고 오천 방향애서 간혹 고갯길 (비포장 작전도로)을 넘어오는 민간인 차량이 있어 그것만 통제하면 되는 간단한 임무이고 실탄이나 공포탄 따위는 당연히 지급받지 않고 빈 틴창만 삽탄해서 근무를 서게 된다.


진지를 잡자 마자 유선가설병이 상황실과 이어주는 딸딸이 (신호가 딸딸딸딸... 하게 울려서 딸딸이라 불렀다) 가 하나 놓여있고 [작전중 진입금지] 라는 커다란 간판만 놓여있는 것이 전부다.


선임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졸립다며 모래주머니를 쌓아 올린 벽 뒤로 선임은 자취를 감추었고 (그 추위에도 겁나 잘 자더라.) 불어 대는 칼바람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며 추위를 견듸고 있을 때 저 멀리 산에서 헤드라이트가 비춰지는 것을 보고 얼른 선임을 깨웠다.


"전00 해병님 전00 해병님. 차량이 접근합니다"


하고 보고를 하니 벌떡 일어나 무장을 추스리고 다가오는 차량을 행해 경광봉을 흔들기 시작했다.


점차 다가오는 차량이 속도를 늦추는 것 같았다. 혹시나 (그런일은 없겠지만) 몰라 총기 멜빵을 어깨로 통과시켜 날치기를 불가하도록 고쳐 매고 선임의 두 발자국 뒤에서 상황을 주시했다.


"훈련 중이라 못 지나가십니다"

"아니 ..이 마을 사람인데 뭐가 못가요. 맨날  가던길인데.."

"늘상 가던 길이시라도 지금은 작전중이기 때문에 진입 하지 못하니 돌아 가십시요!"

"뭐?"


차에 탄 민간인의 입에서 뭐? 하는 반말이 튀어 나왔다.


"반말하지 말고 돌아 가십시오."


그 사람 좋던 선임 입에서 다소 힘이 실리는 어투의 말이 튀어 나왔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반말 지꺼리를 들었으니 기분이 상했던 것이고 훈련중이라 진지를 통과 못하니 돌아가라는 정중한 말에 민간인이 거칠게 나온것이다.


승용차 안을 힐끔 보니 조수석에 여자 하나가 앉아 있었고 운전자도 음주를 한 것 같았다. 여자하나 타고 있고 술까지 마셨으니 호기 롭게 성질을 부리고 나선 것이다.


갑자기 차에서 민간인이 내리더니 선임에게 반말과 함께 욕지거리를 날리기 시작했다.


"니 어디 소속이야? 개조또 아닌 해병 따위가 민간인 갈 길 막고 이래라 저래라 하면 되나. 이  어린노무새끼가 콱 마~"


개조또 아닌 해병?

개조또 아닌 해병?


개조또 아닌 해병?

(하긴 포항에선 밟히는게 해병대니까 ㅎㅎ)


선임의 입에서 뭐? 개조또 아닌 해병? 소리가 흘러나오더니 총기를 다잡고 뒤로 물러나며 어깨매었던 총기 멜빵에서 팔을 빼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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