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의 軍界一學]北 SLBM 위협 고조…핵 추진 잠수함 보유 재추진
해군,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공식화
2003년 비밀리 추진하다 사업 포기
한·미 원자력협정 등 개정해
고농축우라늄 확보할 수 있어야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군이 지난 10일 국정감사에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군 당국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처음으로 공식화 한 것입니다.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해 북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추적하고 격멸하는데 가장 유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북한과 주변국에 동시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억제전력이기 때문에 유용성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손원일함(214급) 항진 모습[사진=해군]
◇北 SLBM 위협↑…고개드는 원자력 잠수함 도입론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연료가 핵이라는 의미이지, 핵무기를 탑재하는 ‘핵잠수함’과는 구별됩니다. 한국은 지난 2003년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사업인 일명 ‘362사업’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참여정부는 당시 4000t급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을 비밀리에 추진하다 포기했습니다. 농축우라늄 확보의 어려움과 원자로 소형화 등의 기술적 한계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의 압력이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의 SLBM 위협이 급부상하면서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잠수함이 은밀하게 움직여 기지를 빠져나와 기습적으로 SLBM을 발사하면 이를 방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무제한 수중작전이 가능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군사분계선(MDL) 이북 지역에서 잠항하며 적 기지를 24시간 감시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북한은 현재 SLBM 1기를 탑재하는 2000t급(신포급) 디젤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SLBM 3기를 탑재할 수 있는 3000t급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앞서 지난 7월 발사관 3개를 탑재한 신형 잠수함을 공개한바 있습니다.
지난 해 9월 경남 거제시 대우조선해양에서 열린 3000t급 잠수함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일 쏘아올린 신형 SLBM ‘북극성-3형’은 잠수함이 아닌 수중 발사대에서 시험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사거리 2000km급으로 추정되는 북극성-3형을 2000t급 잠수함에서 발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곧 3000t급 잠수함 개발을 끝내고 진수에 이어 실제 수중 잠수함에서 북극성-3형을 발사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한·미 원자력협정에 묶여 도입 논의 지지부진
현재 우리 군이 운용하고 있는 재래식 잠수함은 잠항 중 충전된 전기를 다 사용하면 흡기통을 물위로 내놓고 엔진을 다시 가동해 전기를 충전하는 ‘스노쿨’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디젤 잠수함은 일정 간격으로 스노클 과정을 통해 전기를 충전합니다. 문제는 스노클 과정에서 잠수함의 함교탑 부분이 물 위로 노출되고 열과 소음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적 수상함이나 항공기 등에 발견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잠항지속시간에 거의 제한이 없습니다. 우라늄을 핵분열하면 고온에 의한 증기가 발생하는데, 이 고온 고압의 증기로 터빈을 회전시켜 추진하는 원리입니다. 우라늄을 연료로 사용할 경우 퇴역 시까지 연료 교환이 필요없습니다.
적재 식량의 제한과 승조원들의 정신적인 한계만 아니라면 원하는 기간만큼 잠항할 수 있습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보통 1~2개월 가량 물속에서 나오지 않고 작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용 디젤 잠수함의 작전상 한계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비교 [출처=최재성 의원실]
국제사회의 핵 비확산 기조에 따라 소수의 핵 보유국을 제외하고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기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국제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안전조치 협정상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어 원자력 추진 잠수함에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현재 미국과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정도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해 핵연료를 조달할 수 있습니다. ‘평화적 이용’이라는 단서가 있어 이를 잠수함에 사용가능 하도록 협정이 개정돼야 합니다.
그래야 효율이 높은 고농축 우라늄 기반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가 가능합니다. 농축도가 높을수록 연료 교체주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는 9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을 원자력 추진 잠수함 연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 기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프랑스의 1세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인 루비급(2600t급) 정도의 성능에 그칩니다.
[이데일리] 2019.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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