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우주굴기 본격화에… 美 우주군 창설로 맞불
신(新)우주 경쟁 격화 조짐
아폴로 재현 꿈꾸는 트럼프
인류 최초 달 뒷면 착륙한 中
"우리는 지금 스푸트니크 순간(Sputnik moment)을 또 맞이하고 있습니다."
2011년 1월 의회 국정연설에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을 둘러싼 위기감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스푸트니크 순간’이라는 표현을 꺼냈다. 1957년 10월 옛 소련(현 러시아)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렸을 때 미국인이 받은 충격에 빗댄 말이다. 오바마의 연설에서 54년 전 미국을 덮친 치욕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당시 미국이 자존심 회복을 위한 투자에 나서면서 미·소 간 우주 경쟁(Space Race)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냉전 시대를 달군 반세기 전 우주 경쟁을 방불케 하는 21세기판 우주 경쟁이 최근 재현될 조짐을 보인다. 그때와 다른 부분이 있다면 미국의 이번 상대는 옛 소련이 아닌 중국이라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을 뺀 국제 달 탐사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최강 자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미국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70회 세계우주대회(IAC·International Astronautical Congress) 개막식. 연설자로 나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위대한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려는 나라 가운데 선두가 되는 것이 미국의 운명이다"라며 미국 주도의 우주 개발 협력을 강조했다.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으로 미국이 다시 한번 우주 산업을 이끌고 있다"며 "자유를 사랑하는 국가와 긴밀히 협력하겠다"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0일(현지시각)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우주사령부를 우주군으로 격상하는 내용이 담긴 국방수권법에 서명한 뒤 연설하고 있다. / 블룸버그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우주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우주위원회(NSC·National Space Council)를 다시 만드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위원장으로 펜스 부통령을 임명했다. NSC는 1993년 폐지됐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24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그는 또 아폴로 프로젝트의 영광을 다시 보여주겠다는 듯 2011년 이후 중단된 유인 달 탐사도 재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주 개발과 관련해 다른 나라가 미국보다 우위를 점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공격적인 행보에 대해 많은 전문가는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지난해 1월 중국은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를 달 뒷면에 착륙시키는 데 성공해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미국도 러시아도 못 한 일을 중국이 해낸 것이다. 중국은 탐사선이 달 뒷면에 갔을 때 지구와 교신이 끊어질 수 있는 문제를 통신 중계 위성 ‘췌자오’ 발사로 해결했다. 연말에는 중국 화성 탐사 미션의 핵심인 창정 5호가 우주로 향했다.
중국의 우주굴기(宇宙?起)는 1950년대 후반 마오쩌둥이 "우리도 인공위성을 보유하자"고 선언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70년 4월 첫 인공위성 ‘둥팡훙 1호’를 발사했다. 본격적으로 불붙은 건 2003년 유인 우주선을 발사하면서부터다. 중국 정부는 2050년까지 지구와 달을 포괄하는 우주 경제권을 구축하겠다는 장기 비전 아래 매년 수조원의 예산을 퍼부었다. 창어 4호와 같은 성과도 이런 꾸준한 투자의 결과다.
중국 최대 국영 우주 기업인 항천과기집단공사(CASC)는 직원만 14만 명이 넘는다. 미국 항공우주 업체 보잉과 맞먹는 수준이다. CASC는 올해 40기 이상의 로켓을 우주로 보낸다는 내용의 ‘슈퍼 2020 프로젝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GPS에 대항하는 자체 위성 항법 시스템 ‘베이더우’ 위성과 월석을 채취해 지구로 돌아오는 ‘창어 5호’ 등도 올해 발사 라인업에 포함돼 있다. 중국은 2018년과 2019년에도 매년 30기 이상씩 우주로 쏘아 올렸다.
중국의 빠른 성장세에 다급해진 펜스 부통령은 지난해 3월 우주인을 달에 착륙시키는 시점을 2028년에서 2024년으로 4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달 탐사 프로젝트명을 ‘아르테미스’라고 지었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이다. 펜스 부통령은 "아르테미스 미션을 통해 여성 우주인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을 밟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만든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가 설립한 블루오리진을 비롯해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 세레스 로보틱스, 티박 나노 새틀라이트 시스템 등의 기업이 아르테미스 미션에 합류했다.
①국제 우주 정거장(ISS)의 한 우주인이 유영을 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 미국 항공우주국(NASA) ②중국이 2011년 발사한 실험용 우주 정거장 ‘톈궁 1호’. / 중국유인우주비행공정판공실(CMSA) ③중국의 무인 달 탐사선 ‘창어 4호’는 2019년 1월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 중국 국가항천국(CNSA)
◇패권 경쟁의 절정, 우주군
미국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중국과 우주 협력을 철저히 차단하는 동시에 중국을 고립시키고자 ‘국제 협력’ 카드도 꺼내 들었다. 아르테미스 미션에서 미국은 탐사선과 발사체가 도킹할 수 있는 우주 정거장 ‘게이트웨이’를 달 궤도에 둘 예정이다.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국제 사회를 향해 "게이트웨이 개발에 참여하라"는 러브콜을 날렸다. 유럽·일본·캐나다·인도 등 수많은 국가가 앞다퉈 참여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아예 일본에는 별도로 "함께 달에 착륙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이 지난해 9월 가사이 요시유키 일본 우주정책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2020년대 후반 두 나라 우주 비행사가 나란히 달 표면에 착륙하는 탐사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중국은 2022년까지 자력으로 우주 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우주를 둘러싼 미국의 패권 사수 움직임은 우주군 창설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2019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펜스 부통령,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우주사령부 창설 선포식을 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인 12월에는 우주사령부를 미국 우주군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그야말로 속전속결이었다. 심상치 않은 중국의 움직임을 의식한 결과였다.
중국은 2015년 국방백서에서부터 우주 작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사이버·우주·전자전 기능을 통합한 합동 부대를 창설했고, 위성 발사와 항법·통신위성을 운영하는 전략지원부대도 운영한다. 200 6년과 2017년에는 로켓으로 위성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윤웅직 한국국방연구원 군사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30여 기의 정찰 위성을 운용하면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며 "다른 위성이나 센서를 파괴하기 위한 레이저 무기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전준범 이코노미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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