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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큼 다가온 인간과 전투로봇의 전쟁

머린코341(mc341) 2020. 3. 1. 23:25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성큼 다가온 인간과 전투로봇의 전쟁


미·중·러 격돌하는 로봇군대

미·중·러 10년 뒤 로봇군대 실현
스스로 사격하는 자율형 전투로봇
푸틴 “AI 리더가 세계 지배자 될 것”
UN, 로봇의 인간 살상에 반대입장



invasion of military robots. Dramatic apocalypse super realistic concept. Future. 3d rendering.; Shutterstock ID 757548973; 프로젝트: 중앙일보 지면; 담당자: 디자인데스크 


[중앙일보] 소니 픽처스의 SF 영화 ‘채피’(2015년)에서 스카우트라는 로봇 경찰이 강도질하는 갱들에게 총 세례를 퍼부어 진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2035년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아이, 로봇’에선 ‘NS-5’라는 신형 로봇이 등장한다. 모두 스스로 판단해서 전투를 벌인다. 두 영화 모두 지능형 로봇의 가공할 폭력성과 인간성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아이, 로봇’의 배경 시기인 2035년쯤엔 표적 획득과 사격을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형 전투로봇(LAWS : 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s)이 군대에서 일반화될 것 같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가 머신러닝 기능을 가진 인공지능(AI)을 장착한 자율형 전투로봇 개발에 팔을 걷고 나섰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AI 리더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고 2017년  언급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육군과 해병대 전투원 보호와 우세한 작전을 위해 미군을 혁신키로 했다. 2017∼2040년까지 3단계로 나눠 로봇군대로 만든다. 미국이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중·러가 전투로봇에 집중 투자하며 추격에 대한 반응이다. 미 국방부는 2018년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12명으로 창설한 육군 미래사령부(AFC : Army Future Command)를 1년 만에 2만4000명으로 늘렸다.


사령관엔 육군 대장을 임명했다. AFC처럼 획기적인 부대 편성은 베트남전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그만큼 위기감이 크다. 올해부터 5년간 300억 달러를 투입한다. 미국의 대학·연구기관·산업체 등 4500개 인프라의 AI와 로봇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른바 기술로 적을 제압한다는 ‘3차 상쇄전략’이다. 로봇전쟁에서 지면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로봇전쟁에서 지면 미래가 없다
 
미국의 최대 견제 대상은 중국이다. 중국군은 2030년까지 세계 최고 AI 혁신센터가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AI 분야에서 미국에 근접한 중국은 막강한 산업기술력으로 군대를 완전히 재편한다.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하지 않지만, 무인기와 지상·수중·수상 로봇 개발에 서두르고 있다.


여기에다 스텔스 기능과 지능화된 로봇들의 무리(군집) 전투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자율형 전투로봇으로 무장한 군대로 대응, 미국의 동아시아 접근을 차단할 계획이다. 중국군 과학기술위원장 리 구오지 상장은 “네(중국군)가 상대(미군)를 깨지 못하면, 네가 파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군 로봇전차 우란(Uran).

 

러시아도 의욕적이다. 러시아군은 불과 10년 뒤인 2030년까지 군대의 30%를 원격통제 또는 자율화된 로봇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무인전투차량 비카르를 개발했다. 비카르는 BMP-3 전투장갑차에 구경 30㎜ 기관포, 대전차 또는 대공 미사일 6발을 장착한다.


소형 무인전차 우란(Uran)은 30㎜ 포에 대전차 및 대공 미사일을 4발씩 장착한다. 우란은 3㎞까지 원격통제할 수 있다. 러시아는 우란을 2018년 시리아 내전에서 시험 운영하기도 했다.


중국군 킬러로봇 블로우피시(Blowfish).

 

중·러의 로봇군대 계획을 파악한 미국은 기존의 국방개혁을 완전히 갈아엎었다. 181억 달러를 투자한 미 육군 미래전투체계(FCS : Future Combat System)를 2009년 폐기했다. 미 육군 현대화보다 신기술 발전과 위협 변화가 더 빨라서다.


미 국방부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해·공군보다 육군과 해병대에 더 관심을 둔다. 육군과 해병대는 전투병이 적과 근접해서 직접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 육군은 우선 중·러에 대비해 2030년까지 250∼300명의 전투병과 수천 대의 로봇으로 구성된 새로운 전투단을 만들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강력한 전투력으로 지속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미 육군 중형 로봇 전차. 


미 육군 로봇 가운데 핵심 전투장비는 차세대 전투장갑차(NGCV : Next Generation Combat Vehicle)와 로봇 전차(RCV : Robotic Combat Vehicle)다. 30㎜ 포를 장착하는 NGCV는 평소엔 2명의 승무원이 타지만, 위험한 상황에선 무인으로 움직인다. NGCV는 RCV 3대를 통제하면서 작전할 수 있다. 로봇전차인 RCV는 소(5t)·중(10t)·대형(20t) 3종류가 있다. 2023∼24년 사이 1개 중대를 시험한다.
  
SMET도 자율형 기동로봇이다. 탄약과 물자 450㎏을 싣고 72시간 동안 100㎞를 이동한다. 무기를 장착해 자율적인 전투와 정찰임무도 수행한다. 미 국방부는 SMET 64대를 지난해 101공정사단 등 4개 부대에 시험용으로 배치했다.


최종적으로 5700여 대를 공급한다. 또 유인 트럭 1대에 무인 트럭 3대로 구성된 수송시스템도 추진 중이다. 호위 병력을 줄일 수 있고, 적 공격 위험에 취약성도 덜하다.


미·중·러의 로봇군대 추진 현황

 

미 해병대는 육군보다 더 자율화된 지능형 로봇을 요구하고 있다. 해병은 적진 해안에 상륙한 뒤 교두보 확보가 임무다. 육군보다 위험이 훨씬 크다. 더구나 중국은 동·남 중국해에서 미군이 접근하면 무력으로 거부한다(반접근거부 : A2AD)는 입장이다.


특히 유사시 미 해병이 남중국해의 섬에 상륙작전을 감행할 때다. 중국군의 초기 공격에 견뎌야 하는 상륙작전에 식량 등 군수지원이 필요 없고 부서져도 인명 피해가 없는 전투로봇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런 목적에서 개발된 해병대 로봇차량(RV)은 지뢰 제거, 정찰·감시, 표적 획득, 사격, 물자와 부상자 운반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한다. RV를 운영할 땐 조작병이 개입할 수 있도록 여지를 두고 있다.
   
로봇-인간 전투 머지않아



한국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 스페이스)의 고정형 전투로봇.

 

미국을 비롯한 중국·러시아의 살상력을 갖춘 전투로봇 군대에 문제가 없지 않다. 유엔은 움직이는 로봇이 스스로 판단해서 사람을 살상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유엔 특정재래식금지조약·2017)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전투로봇이 인간을 살상하는 도덕성 문제에 관심이 없다. 미국은 자율형 전투로봇은 인간의 통제 속에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중·러의 태도를 보겠다고 한다.

미 국방부가 2040년을 목표로 하는 로봇군대 3단계에선 영화 ‘채피’의 스카우트 로봇 경찰과 같은 전투로봇이 스스로 판단해 인간을 살상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부분적으론 그 이전부터 가능하다.


로봇 기술 추이를 보면 인간 형태의 전투로봇도 그리 어렵지 않다. 그래서 로봇과 인간의 전투가 멀지 않았다는 것이다. “AI가 핵무기보다 더 위험하다”는 스티븐 호킹 박사의 경고처럼 로봇군대가 인류의 미래를 바꿀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한국도 미·중·러에 이어 대표적인 전투로봇 개발국이다.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이 2007년 개발한 고정형 ‘센트리 건’은 표적을 스스로 식별해 기관총과 유탄을 2㎞까지 사격할 수 있다. 그러나 원치 않는 사격을 방지하기 위해 초소 감시병이 통제한다.


우리 전방에 배치돼 있다. 육군과 국방과학연구소도 로봇 전투체계를 추진 중이다. 그러나 적극적이지 않고, 계획도 구체적이지 않다. 로봇군대가 눈앞에 와있는데 재래식 전차 확보에 더 집착하고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미 국방부가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국방개혁을 폐기한 까닭을 깊이 새겨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중앙일보] 202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