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리포트]바이러스 잡는 미·중 의무부대의 힘
▲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수송기로 중국 우한 지역에 긴급투입된 중국군 의무부대원들.
지난 2월 3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서 코로나19가 악화일로에 있을 때 급조된 야전병원 완공 소식이 화제가 됐다. 1000병상에 달하는 훠선산(火神山)병원이 불과 열흘 만에 완공됐기 때문이다.
이 병원은 우한이 봉쇄된 지난 1월 23일 착공됐다. 착공식 때 수십 대가 넘는 굴삭기들이 옹기종기 모여 한꺼번에 병원 부지 땅을 파내는 사진도 관심을 끌었다. 흔히 ‘대륙의 위엄’으로 불리는 중국의 거대한 스케일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 병원은 중국 인민해방군 중앙군사위 군수지원부 예하 의무지원단이 직접 운영하는 야전병원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인민해방군에서 선발된 1400명의 의무 인력이 1차로 투입됐다. 그 뒤 3차례에 걸쳐 약 4000명의 전문인력과 장비가 투입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베이징에 설립된 샤오탕산(小湯山)병원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훠선산병원은 중환자실, 외래 진료실, 의료지원부, 음압병실, 중앙공급 창고, 의료폐기물 임시 보관소 등의 시설을 갖췄다.
의료진 한 조당 병실 3개가 입원실로 배정되며, 좌우 두 개 병실은 음압병실로 운영된다고 한다. 또 병실마다 독립된 화장실과 TV, 공조장치, 5세대 이동통신(5G)망이 설치돼 있다. 현재 훠선산병원에서 코로나19 차단에 동원된 중국군 고급 전공의만 4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중국군 의무지원 능력
코로나19 사태 수습 과정에서 이 같은 중국군의 의무부대 능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군은 우한에 의무부대를 긴급 투입하는 과정에서 최신예 전략수송기 Y-20도 이례적으로 투입했다. Y-20은 미국의 C-17 수송기를 모방한 최신예 수송기다. 원래 중국 내륙에서 해외로 전략무기를 이동시키거나 신속대응군을 투입하는 데 주로 쓰는 전략무기다. 중국은 Y-20 외에 러시아제 IL-76 수송기 3대, 중국제 Y-9 중형 수송기 2대 등도 동시에 동원했다.
중국군 의무부대에 대한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예비역 해군대령)의 분석(‘COVID-19와 중국군 의무’)에 따르면 중국군 의무지원 능력은 양적인 면에서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군 전체 병력의 3.5%인 7만9000여명의 의무지원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시설의 경우도 중국 전역에 123개에 달하는 종합병원 수준의 군 전용병원과 15개의 임상시험소를 독자적으로 갖추고 있다. 최근엔 미국 등 서방국가와 비슷하게 군 의무병원과 민간병원 간 의무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군은 미국 등 서방국가와 달리 군 자체 전문 의무장교와 지원인력을 양성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2018년 3월 “그동안 중국군은 다양한 국방의무대학과 부속 종합병원, 전문연구소를 운용하고 있었으며 다양한 전투의료 분야에 대해 학사부터 박사 학위까지 부여하고 있다”면서 “일부 의무 간부들은 미국 등 서방국가의 유명 의과대학 및 연구소에 연수를 보내 그동안 중국 한방 위주의 군 의무를 서방식 치료체계로 발전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군은 7개 군의대학을 설립했는데 여기서 배출된 군 의무 간부들이 야전군 단위로 설립된 지방 군의병원에 다시 배치돼 전문 의무인력을 양성했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인민해방군 총병원은 중앙 당과 군 고위층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급 군병원으로, 칭화대학 등과 협업해 학사는 물론 석박사 과정까지 개설하고 있다.
이 총병원은 세계 군사메디컬대학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약 1000명의 학부생과, 석박사 대학원에서는 약 300명의 인턴·레지던트 의사들을 각각 양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국방부 산하에 13개의 전문대학·임상연구소가 운영되고 있고, 각 병종별 군의대학 이외에 의무 부사관 학교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생물학전 차원에서 감염병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수 전 주미 국방무관(예비역 육군준장)의 분석(‘미 생물방어전략과 미군의 감염병 대응’)에 따르면 미국이 판단하는 생물 위협은 감염병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위협과, 생물무기에 의한 인위적인 위협으로 나뉜다. 2018년 발표된 트럼프 행정부의 생물방어전략은 국가 또는 비국가 주체의 생물 공격은 물론 감염병 위협 및 대응을 포함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국가 생물방어전략 지원을 위해 MHS(Military Health System)라 불리는 미국 최대 규모의 군사의료체계를 운용하고 있다. MHS는 57개의 군 병원과 440여개의 진료소를 통해 미 본토는 물론 전 세계에 배치돼 있는 550만 군장병, 군무원, 가족, 예비역들의 건강을 관리한다. 이를 위해 매년 300여명의 의학 전문가와 2만6000명의 의무병도 양성한다.
이런 MHS는 최근 코로나19 확산 사태 대처에서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 신흥 감염병 감시체계, 캄보디아·태국에 위치한 군의학 연구소, 환자 격리수송체계를 갖춘 C-17 대형수송기 등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의료체계와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 불과 10일 만에 급조된 1000병상 규모의 야전병원.
미 국방부 운영 MHS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해 12월 말부터 미 국방부, 합참, 각군 본부, 전투사령부들은 이번 바이러스에 대한 다양한 지침을 하달하고 감염병 확산방지 계획, 유행성 인플루엔자 및 감염병 대응계획 시행을 지시했다.
중국 방문경력이 있는 장병들을 격리하고 철저한 부대 및 개인 위생조치들을 시행토록 했다. 미군은 감염병 확산 방지는 상식적인 접근방법에 의해 달성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바이러스 확산단계에서 장병들이 아픈데도 사무실에 나오는 것이 군에 헌신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는 점도 교육한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생물무기 공격 또는 감염병 상황이 우리 국가와 국민, 군에 피해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비논리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강조한다.
신 전 주미 국방무관은 “우리는 미국이 생물방어전략과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군사의료체계(MHS)를 광범위하게 운용하는 이유를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군은 격리시설, 수송수단, 치료능력 등 유사시 군은 물론 민간에도 제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군에서도 군의관과 공중보건의, 갓 임관한 간호사관학교 출신을 비롯한 간호장교, 의무병, 화생방 제독차량 등을 총동원하다시피 해 적극적인 대민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의 군 대응체계를 본받아 민관군 통합대응이 좀 더 일찍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사진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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