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변화, 누가 주도해야 할까?
中 전문가 프래블 美 MIT 교수
중국군 군사전략변화 집중 분석
최고통수권자 중심 서구 국가와 달리
당의 군대인 中은 장교들이 주도 주장
시진핑 시대 대대적인 변화 설명 못해
국가 성격 무관 통수권자가 주도해야
저자 : 프래블 M. Taylor Fravel.
『적극방어: 1949년 이후의 중국의 군사전략』
The Active Defense: China’s Military Strategy since 1949
프린스턴대학교 출판부 Princeton University Press
군의 올바른 변화는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군은 언제 그리고 왜 변화를 추구할까? 일반적으로 군은 전쟁 양상 변화, 외부 위협 증대 등 몇몇 요인에 대한 반응으로 주요 변화를 추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군의 변화는 누가 주도해야 할까? 국가안전보장회의, 국가안보전략, 국방 수준의 군사전략이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최고통수권자가 군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서구사회의 보편적인 인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중국 전문가 테일러 프래블 교수의 주장은 조금 다르다. 그는 2019년 출간한 『적극방어: 1949년 이후의 중국의 군사전략』에서 1956~2014년까지 6회에 걸친 중국군의 변화는 최고통수권자가 아닌 군이 주도했다고 주장한다. 민주국가의 경우 군이 국민의 군대인 반면 공산국가의 경우 군이 공산당의 군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중국군의 변화
이 책에서 프래블은 중국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1949년 10월 이후부터 2014년까지 중국군의 군사전략 변화, 이 같은 변화에 따른 군 구조 및 훈련체제를 포함한 중국군의 변화를 최근 공개된 자료를 이용해 검토한 후 본인이 정립한 이론에 입각해 분석하고 있다.
1장에서 프래블은 군 변화에 관한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중국군 변화에 관한 나름의 이론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는 서구 국가의 경우 군의 변화를 최고통수권자가 주도해야 하지만 당의 군대인 중국군의 경우 장교들이 군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으며, 주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래블은 국제사회의 전쟁 양상 변화와 공산당의 단합 정도가 중국군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한다. 전쟁 양상 변화가 중국군 변화의 필요조건이라면 공산당의 단합은 충분조건이라는 것이다.
프래블은 공산당 지도부가 단합된 가운데 전쟁 양상에 변화가 있으면 군 장교들이 군사전략, 군 구조 등을 포함한 군의 주요 변화를 추구해 달성하는 반면 공산당이 단합돼 있지만, 전쟁 양상에 변화가 없으면 군의 장교들이 작은 변화를 추진해 이루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산당 지도부가 단합돼 있지 않은 경우 전쟁 양상 변화와 무관하게 군 장교들이 작은 변화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2~8장에서 프래블은 본인이 식별한 중국군 전략 변화와 이에 따른 중국군 구조 변화들을 소개하면서 이들 변화가 본인이 제시한 이론과 어떻게 일관성을 이루는지를 설명한다. 프래블은 상기 기간에 중국이 3개의 주요 변화와 3개의 작은 변화를 이뤘다고 말하고 있다.
프래블은 산둥반도를 통한 미국의 침략 가능성에 대비한 1956년 당시의 전진방어 전략, 북쪽 지역에서의 소련 침략 가능성에 대비한 1980년 당시의 적극방어 전략, 첨단 과학기술 상황에서의 국지전에 대비한 1993년의 전략 변화를 주요 변화로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1964·2004·2014년에 작은 변화가 있었다고 분석한다.
1956년의 전략 변화는 제2차 세계대전과 6·25전쟁의 교훈에 입각하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 휘하에서 공산당이 단합됐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가능했으며, 6·25 당시 중국군 지휘관 펑더화이(彭德懷)가 변화를 주도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1980년의 주요 변화는 1973년 아랍-이스라엘 전쟁에서 나타난 전쟁 양상 변화에 기인했는데, 문화혁명으로 분열됐던 공산당이 덩샤오핑(鄧小平)에 의해 단합된 이후인 1980년에나 가능했다고 한다.
이는 1950년 당시 동북변방군사령관을 지낸 수위(粟裕)가 주도했다는 설명이다. 1993년의 전략 변화는 1991년의 걸프전 연구와 관련한 것으로 천안문 사태로 분열됐던 중국 공산당이 단합되자마자 가능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래블은 본인이 제시한 중국군 변화 관련 이론 측면에서 예외적인 경우가 마오쩌둥에 의한 1964년의 변화라고 말하고 있다. 당시 마오쩌둥이 개인적으로 중국군 군사전략을 바꾼 반면 나머지 경우는 군사전략을 포함한 군의 모든 변화를 군이 고안해 제안했고, 공산당이 승인했다는 것이다.
『적극방어: 1949년 이후의 중국의 군사전략』에서 프래블이 한 주장과 달리, 군의 주요 변화는 최고통수권자가 주도한다는 점은 공산국가와 서구국가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사진은 지난해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손을 흔드는 모습. 연합뉴스
책에 관한 평가
이 책에서는 군의 변화 관련 주요 저서들의 주장을 소개하는데 이것만으로도 군 변화를 연구하는 학도들에게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또한 1949년부터 2014년에 이르는 중국군 변화를 권위 있는 자료에 입각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군의 변화를 연구하는 독자에게도 권할 만한 책이다.
그러나 자유 진영 국가의 군 변화 주도 세력이 중국군의 변화 주도 세력과 다를 수 있다는 프래블의 주장은 결과적으로 보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듯하다. 이는 상기 책에서 1964년의 변화를 예외적인 현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또한 프래블의 이론은 2015년 이후 시진핑(習近平) 주석 중심의 대대적인 군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다. 조엘 우드노와 필립 사운더가 2017년 미 국방대학교에서 발간한 ‘시진핑 시대의 중국군 개혁: 주도적 행위자, 도전 및 함의(Chinese Military Reforms in the Age of Xi Jinping: Drivers, Challenges, and Implications)’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보듯이 2015년 말 이후 중국군은 자군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했다. 이 같은 변화를 시진핑 주석이 직접 주도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전쟁 양상의 변화가 없었으며, 공산당은 역대 어느 시기보다 단합돼 있었다고 한다. 프래블의 논리에 따르면 이 경우 군 주도의 소규모 변화만 가능했을 것인데 최고통수권자 중심의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중국공산당 당원은 7000만 명 이상이다. 중국군이 공산당의 군대란 점에서 중국군 변화를 군이 주도해 이룰 수 있다는 주장은 민주국가의 군이 국민의 군대란 점에서 7000만 규모의 민주국가 군의 변화를 군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와 다름없어 보인다.
그런데 프래블은 민주국가의 경우 국가안보전략과 군사전략이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군의 변화를 최고통수권자가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56·1980년의 변화를 주도한 펑더화이와 수위가 국공내전은 물론이고 대장정 당시부터 마오쩌둥·덩샤오핑 등 중국 최고통수권자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았던 국가적인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을 단순한 군인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마오쩌둥 주도의 1964년 변화는 물론이고 1956년과 1980년의 변화 또한 최고통수권자의 지대한 관심 아래 이뤄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93·2004·2014년의 변화에서는 펑더화이·수위와 같은 두드러진 군 출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도 프래블의 주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우드노와 사운더는 시진핑의 변화가 최고통수권자가 직접 챙긴 형태라면 이전의 변화는 중국 정부의 2인자가 주도한 형태였다며, 강력한 파워의 최고통수권자만이 군의 획기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군 조직의 올바른 변화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는 외세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일을 담당하는 군 조직의 올바른 변화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육·해·공군은 민주국가·공산국가라는 국가적 성격과 무관하게 나름의 정체성과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행위자다.
이들 이질적인 행위자를 국가 안보를 겨냥한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조직으로 바꾸고자 하는 경우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최고통수권자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된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중국과 같은 공산국가도 이런 측면은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권 영 근 한국국방개혁연구소장
[국방일보] 2020.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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