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사령관 글/4대사령관 김성은

국방의 멍에 - 15. 용두산 사령부 (10) 영어회화공부

머린코341(mc341) 2014. 8. 13. 23:14

국방의 멍에 - 15. 용두산 사령부

 

(10) 영어회화공부

 

  그 이듬해의 이른 봄철이었다. 수석고문관의 보좌관으로서 작전업무를 맡고 있는 심프슨 소령은 사령부 장교들과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영어회화공부를 지도했다.

 

  과업시간 후 고문관실 천막에서 실시했던 영어회화 시간에는 나 자신도 물론 열심히 참석을 했지마는 특히 각 국감실의 실장들이 거의 빠짐없이 수강을 했고, 군수국장 김윤근 중령의 경우는 자기 부인과 함께 나와 눈길을 끌었었다.

 

  영어공부 시간에 있었던 일이지만 어느 하루는 심프슨 소령이 나에게'필로우(벼게)'의 스펠링을 말해 보라고 하기에 pillow라고 했더니 '젯 컬렉트(that's correct)'라고 했고, 또 군복과 관련된 회화를 할 때에는 '마타아리알(Material)'이라고 발음을 하고서는 그 스펠링을 직접 칠판에 써보이기도 했는데, 콘사이스를 뒤져보니 '원단'이라는 뜻이었다.

 

  그러고 원단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바로 그 무렵 군수업무를 맡고 있던 고문관은 키가 워낙 커서 나의 천막 출입문을 드나들 때 허리를 45도 각도로 꾸부리고 들어와서는 이런 건의를 했다.

 

  즉 체구가 작은 KMC장병들이 체구가 큰 US Army의 기성복을 입고 있으니 사이즈가 맞지 않아 거동하기가 불편하고 모양도 안 좋으니 기성복 대신 전투복의 원단을 공급받아 군복을 만들게 되면 군사원조를 하는 미국측으로서는 경비를 절감하게 될 것이고 한국으로서도 100벌 분량을 가지고 120 정도를 만들 수가 있을 뿐더러 전쟁으로 인해 도산되어 있는 기업체도 살릴 수가 있을 것이니 서로가 다 유익하지 않겠냐고 했다.

 

  그래서 사령부에서는 군수고문관의 협조를 얻어 기성복 대신 원단을 도입하게 됨으로써 일석삼조(一石三烏)이상의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일석삼조 이상의 효과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체구에 알맞고, 왼쪽 가슴부위에 해병대의 새로운 마크와 '해병대'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적힌 그 전투복을 입게 된 해병들의 째질듯한 기분을 강조해 두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일과 함께 생각나는 한 사람의 특별한 장교가 있다. 사령부의 초대 병기감을 지낸 김극로(金極老)씨가 곧 그 사람이다.

 

  6·25때 50세 가까운 나이로 해군사관학교 특교대(8차)에 입대한 후 해병대로 전입했던 김극로씨는 6·25 직전까지 철도국의 국장급 직위에 있었던 인물이었고, 또 해방 후 미국으로부터 귀국한 기술인, 또는 미국에 유학을 하고 돌아온 고급공무원이라는 소문도 있었는데, 특히 영어를 잘해서 105밀리 야포와 전차, LVT, 화염병사기 등 그 당시 해병대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던 각종 장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고문관실을 드나들며 대화를 나누는 등 초대 병기감으로서 많은 기여를 한 장교로 기억되고 있다.

 

  이미 고인이 된지 오래인 김극로씨는 그 후 해병보급창의 초대 장창과 보급정비단의 단장 등을 역임하고 대령의 계급으로 전역을 했었다.

 

 

출처 : 해병대 특과장교 2기 예비역 해병중령 정채호 대선배님의 저서 '국방의 멍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