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핵무장론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2014.09.29)
핵무기는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인명살상 효과를 가져오는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이다. 북한은 이미 3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전력화를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수시로 남한에 대한 핵 위협을 서슴치 않는다.
이런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조기 경보체제와 미사일 방어체제를 갖추는데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이런 방어적인 대처만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점이 우리로서는 커다란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이 억지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이 역시 우리의 운명을 타인의 손에 맡겨야 한다는 점에서 100% 확실한 대응책이 될 수 없다.
핵무기가 지니고 가공할만한 대량살상 능력 때문에 한 나라가 핵무기를 개발하면 필연적으로 인접국가나 경쟁국가도 이에 대응하여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응 수단이 없다는 특성이 있다.
미국이 개발하면 소련이 개발하고, 소련이 개발하면 중국이 개발하고, 영국이 개발하면 프랑스가 개발하고, 인도가 개발하면 파키스탄도 개발했다.
우리나라는 이미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그 효력을 상실하고 사문화된 “남북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여전히 준수하고 있다.
1991년 12월 31일 남북한이 고위급회담을 통해 타결,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① 핵무기의 시험·생산·접수·보유·저장·대비·사용 금지
②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③ 핵재처리 및 농축시설 보유금지
④ 핵통제공동위원회 구성
⑤ 비핵화 검증을 위한 상호동시사찰 등의 항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모든 항목들이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철저하게 깨져 버렸다.
우리는 이 선언에 따라 한반도 내의 모든 미군 핵무기들을 철수시켰으며, 지금까지 성실하게 비핵화 약속을 준수해 왔지만, 이 선언의 당사자인 북한에게는 이런 선언이나 조약이 국가 간에 지켜야 할 약속이 아니라, 상대방을 기만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악용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어차피 무효화된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리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가공할만한 핵무기 능력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우리의 생존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3차례 핵실험을 통해 플루토늄탄과 고농축우라늄탄 모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3차 핵실험은 폭발력이 히로시마 원폭의 16kt과 나가사키 원폭의 21kt을 상회하는 최대 40kt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되어서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소 기준인 10킬로톤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핵무기와 중장거리 미사일인 노동미사일을 동시에 보유함으로써 북한의 핵무장 능력은 우리에게 실질적이고도 급박한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은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이다. 1964년 10월 16일에 최초로 원폭실험을 했으며, 66년 10월 25일에는 핵탑재 미사일 발사실험을, 그리고 1967년 6월 14일에는 수소폭탄 실험을 한 바 있다. 2013년 현재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핵탄두는 조사기관에 따라 190개(http://bos.sagepub.com/content/69/6/79.full.pdf+html)에서 1,600~1,800개(http://vpk-news.ru/articles/8838)까지 큰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250개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폭발력은 최소 200킬로톤부터 최대 5천킬로톤의 수폭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탄종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는 핵무장을 포기하고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미국의 반대와 인접국에 미칠 도미노 효과 때문에 핵무장을 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 하지만 일본 국내에 이미 65톤 이상의 플루토늄을 보관 중이고, 지난 1977년부터 도까이 재처리 시설을 가동 중이며, 롯카쇼무라에는 대규모 재처리 공장과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했다는 점이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특히 롯카쇼무라의 재처리 공장은 연간 8톤의 플루토늄 추출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이를 원자폭탄으로 만들 경우 년간 2천개 이상의 핵탄두 제작이 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양이다.
미국 워싱턴 핵비확산정책교육센터(NPEC)의 헨리 소콜스키 대표는 올해 7월 11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미일원자력협정 공청회에 출석하여 “롯카쇼무라의 핵재처리공장의 정식 가동으로 년간 2천개 이상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생산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것이 아마도 한국이 핵무기 옵션으로 농축이나 재처리에 나설 수 있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핵비확산계의 거두로 알려져 있는 헨리 소콜스키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해 농축과 재처리를 하지 말라고 하면서 일본에 대해서는 그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미국 국무부는 일본과의 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한국에 대해서는 (더욱 재처리의 가능성을 봉쇄하는 방향으로) 원자력협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에 대한 모욕이자 난폭한 행위다”라며 양국에 대한 차별대우를 비판했다.
한국은 현재 고리, 월성, 영광, 울진 4개 사이트에서 총 23기의 원자력발전소가 가동 중이며, 설비용량 기준으로 세계 6위의 원자력 대국이지만 불행히도, 원전 연료를 100%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핵주기 미완성국이다. 핵주기는 “우라늄 채광 ? 우라늄 농축 ? 원전 핵연료 제조 ? 원전에서의 사용 ?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 다시 핵연료로 사용”하는 일련의 사이클인데, 우리는 핵주기의 핵심인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통한 플루토늄 생산을 하지 못하고 100% 외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발전 뒤에 생기는 사용후 핵연료도 활용하지 못하고(즉 재처리를 하지 못하고) 수십년간 창고에 쌓아 놓고 있다.
이런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를 할 경우, 94.4%를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 의료분야, 비파괴검사 등과 같은 평화적 목적의 농축과 재처리를 금지하는 국제적 규약은 없다.
핵을 평화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이다. 일본의 경우도 미국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고 있지만, 평화적 목적의 농축과 재처리를 수십년 전부터 진행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여, 적어도 일본 수준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은 당연하며,
여기에 더하여, 이제는 핵무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며, 북한과는 다르게 문명국가로서 국제조약이나 규범상의 의무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핵무기 개발이나 보유를 국가정책으로 채택하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방위력의 상당부분을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핵무장의 길로 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이나, 비정부 조직, 혹은 국방안보 연구기관에서 누군가는 핵무장의 필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여론을 형성할 시점이 되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도 무관심했고, 낙관했으며, 우리의 운명에 대해서 무책임했다.
핵무기는 고도의 첨단 기술분야도 아니며, 우리의 경제력이나 기술력으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성공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해낼 수 있다.
실제로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더라도, 우리 국내에서 핵무기 개발을 요구하는 강력한 메시지(너희가 만들면 우리도 언제든 만들 수 있다)가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것만으로도 알본과 북한의 핵개발 의지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며,
중국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위협이 증가할수록 한국도 핵무장의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또는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북한지도부에 대해 지금보다는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토록 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은 핵개발을 할 의지가 전혀 없는, 핵무기에 관해서는 위험성 제로인 국가라는 인식보다는, 정부는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만 국내 여론은 핵개발 요구가 강력하게 분출되고 있다는 상황을 국제사회에 인식시켜 주는 것이 대북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나, 대중, 대일, 대미 핵외교에서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 시대변화님
http://blog.donga.com/nambukstory/archives/89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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