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팔각모 (국민일보, 2014.12.02)
베레모가 육군에 보급되기 전 베레모와 팔각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포스는 남달랐다. 싸구려 야구모자를 닮은 전투모를 쓴 ‘땅개(보병을 비하하는 말)’들은 같은 군인이라도 베레모나 팔각모를 쓴 특전사 대원이나 해병대원들을 보면 주눅이 들었다.
군대 용어로 빡세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들이니 베레모와 팔각모에 대한 대원들의 자긍심은 대단했다. 특전사와 해병대는 서로 자신들을 최고의 군인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누가 센지는 영원한 수수께끼로 남을 듯하다. ‘로보트 태권V와 마징가Z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하고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처럼.
이제 베레모는 더 이상 특전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육군에 입대하면 누구나 쓸 수 있는 평범한 군모가 돼버렸다. 하지만 팔각모는 다르다. 팔각모는 해병대뿐 아니라 해군 특수전전단·SSU 대원과 육군 유격 조교 등 소수만 쓴다. 군에서 강도가 세기로 소문난 훈련을 견뎌낸 최정예 용사들이다. 이들이 팔각모를 쓰는 이유는 아무나 쓸 수 있는 모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폼도 난다.
해병대는 팔각엔 화랑도 정신인 세속오계와 세 가지 금기(욕심을 버려라, 유흥을 삼가라, 허식을 삼가라)를 포함한 팔계(八戒)의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 해병대가 직접 고안하고 디자인한 것도 아닌, 6·25전쟁 뒤 미 해병대에서 도입한 모자에 너무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것 같아 조금은 억지스러워 보인다.
해병대는 2016년부터 해병대 장병들에게 해·공군에서 사용하고 있는 게리슨모(챙이 없는 삼각모)를 지급할 예정이다. 전 장병은 과도기간을 거쳐 2019년부터 근무복 착용 시 이 모자를 써야 한다. 미 해병대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고, 게리슨모가 팔각모보다 세련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전투복을 입었을 때는 지금의 팔각모를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팔각모만으로 불편함이 없는데도 별도의 군모를 도입하겠다는 건 예산낭비다. 귀신 잡는 우리 해병대가 미 해병대를 꼭 따라할 필요는 더욱 없다. 다음엔 해병대의 대표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게리슨모 사나이’로 바꾸자고 할지 모르겠다.
출처 : 국민일보, 이흥우 논설위원 hwlee@kmib.co.kr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865295&code=11171211&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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