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투혼의 위대한 승리-푸옥록(phuoc loc) 30고지 전투(4)
3. 새 까맣게 다가오는 월맹군들
저녁식사는 씨레이션으로 간단하게 마치고 야전삽으로 내 자신의 개인호를 정비하였다.
초저녁부터 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친 몸으로 젖은 담요를 덮고 자리에 우어 보았으나 판초위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나서 잠이 올이 만무하다.
일제 리코 야광시계를 보니 새벽 2시였다.
판초위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고 비에 젖은 눅눅한 습기 때문인지 온몸이 무겁고 불편 하였다.
그런데 너무도 조용하다.
깊은 잠에 떨어진 듯한 op대원들이 신경이 쓰였다.
“서재홍! 무전기 체크해라! “ 세 번이나 조용히 불러도 서 수병은 대답이 없었다.
야수가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육감에 살이 떨리고 경련이 날 지경을 오싹하는 공포감이 엄습한다.
그런 위기감이 감도는 육감과 함께 앞으로 6시간만 잘 참으면 안전하게 여단본부로 철수한다는 기대가
온몸을 휘감아 오기도 하였다.
긴장이 풀린 대원들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되겠다는 걱정이 일어났다.
3명의 관측반원 모두를 조용히 깨웠다. 대원들은 피로에 지쳐서 아주 불쾌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어두운 빗속에서 복장과 장구를 정돈하였다.
그리고 각각의 개인호에서 총을 휴대한 채로 경계근무를 서야하는 기합을 주었다.
말도, 다른 행동도 못하게 긴장을 시키기를 거의 2시간여 동안 세워놓았다.
너무 심한가 싶었던 생각이 든 시간이 3시 50분경이었다.
마음을 누그러트리게 하려고 편한 자세로 앉혀 놓고 조용히 타이르기 시작하였다.
그러고 있는데 바로 그 때였다.
“탕 탕 따 당......”하는 총소리와 함께 1소대 정면에 조명지뢰가 터지고 수많은 총알이 새빨갛게 직선을 그리며 우리 쪽으로 날아왔다.
다행이 1소대장 김원식 소위가 소대 전면을 순찰하던 중 조명지뢰가 터지면서 새까맣게 밀려드는 적을 발견해서 즉시 응전하였기에 적들도 무춤한 것 같았다.
1소대 쪽은 적군들이 지형이 낮은데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니까 완전히 포복자세로 기어서 접근하여 소대원들이 방어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포병관측반은 복장이며 장비까지 완벽하게 기동할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즉시 호에 엎드리며 바로 사격임무 명령을 전송할 수 있었다.
통신병은 바로 내 곁에 엎드리고 서수병과 김수병은 몸을 날려 자신들의 호로 굴러들어갔다.
갑작스럽게 광풍이 치듯이 총소리, 수류탄 터지는 소리, 적의 로켓포탄 터지는 소리, 우군의 크레모어가 터지는 소리로 순식간에 수라장이 되었다.
폭음과 섬광과 탄환이 날라 오는 날카로운 굉음으로 정신이 없었다.
내 개인호에서 10미터도 안 되는 가까운 곳에서 굉장한 폭음과 섬광이 일더니 비명소리가 들리고 박윤철 하사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당했구나! 최초의 희생자들은 81미리 박격포반원3명이 있던 개인호였다.
비에 젖은 판초가 섬광에 반사광을 내서 적의 표적이 된 것이다.
그러니 우리 관측반은 사전에 비를 맞으면서도 판초로 된 지붕을 철거한 것이 천만 대행이었다.
첫 번째 총성이 나자마자, 포병통신망은 활동을 즉시 시작하였다.
“여기는 촉성루, 미도파 나와라 오버,”
“사격임무 MB341, MB342, MB343 효력사 오버”
우선 적의 공용화기인 기관총진지부터 제압해야 했는데 포병대대 본부 “미도파”에서는 거의 동시에 해포 5중대, 6중대, 7중대포로 3개 지점을 거의 동시에 퍼부어 주었다.
정말 다행인건 3개 포대 모두에게 당시의 화집점 9개를 모두 확인 사격을 하도록 해포대대의 화력 협력체계를 만들어 주어서 절대적인 효과를 얻었다.
문제는 가장 치열하게 기관총을 쏘아대던 지역인 1소대 전면 23미터 고지에 화집점 MB 342를 제압하는 것이었다.
"떴다 OP" 무전기소리가 났다.
긴장과 초조함으로 대기하던 1분이 조금 넘는 시간이 차라리 무서웠다.
“씨이--욱---!“ “씨이--욱---!“ 하는 포탄 낙하소리와 동시에 대 여섯 군데에서 번개 치듯 섬광이 보이더니 ”꽈과광!“ ”꽈과광!“ ”꽈과광!“ ”꽈과광!“ ”꽈과광!“ ”꽈과광!“
뇌성병력보다도 훨씬 큰 소리를 내며 주위에 광범위하게 폭발하였다.
아니 바로 우리 진지에 포탄이 터지는 것 같았다.
화집점 PR사격(정밀제원사격)을 할 때는 포탄 기준포 한발로만 사격하였는데 바로 효력사 를 명령 내렸으니 목표물주변에 그 보다 여섯 배가 되는 6발이 동시에 폭발한 것이다.
그 큰 포탄의 위력은 관측장교인 나도 기절을 할 정도로 무섭게 그리고 가까이에서 명중탄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첫발 효력사가 명중을 하는 순간에 적의 기관총이며 소총공격이 침묵하는 듯하였다.
반대로 1소대 방어진은 이런 포탄의 소란스러움이 반대로 사기가 충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고도 다시 중대 하나 발 명령을 같은 장소에 되풀이하여 적을 제압하였다
상대적으로 보병은 해포대의 포탄이 터지는 소리만 들어도 사기가 크게 향상되는 건 참전한 경험자들은 누구라도 인정하고 있다.
중대본부반 61미리 박격포반원에게 조명탄을 쏘라고 중대장과 내가 소리쳤다.
전에도 경험이 있는 포반장은 박격포 반원들은 장약을 최소로 하여 조명탄과 고폭탄 포사격도 날렸다.
워낙 가까운 거리로 발사하기 때문에 터지지 않는 우리의 박격포 탄이 많은 것 같았다.
쏘고 난 후 박격포탄 터지는 소리가 나야하는데 대부분 터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한용국수병과 총을 들고 있는 김원식 1소대장
1소대 정면 동남쪽에는 조금 큰 참나무들이 있어서 어느새 나무 위에서도 적들의 사격이 시작되었다.
소대장 김원식이 즉각 명령을 하여 분대장들이 유탄발사기로 반격하였기에 이들은 바로 제압되었다.
바로 이곳이 월맹군 조공방향이었다 월맹군 대대 CP와 의무중대가 있었던 곳이다. 우리에게는 적의 주공인 3소대 정면 보다 전투 초기에는 더 강력한 화력으로 공격해왔기 때문에 9중대에게 크게 위협이 되었던 적들의 공격 지점이다.
그러나 최초의 포탄에 대대 지휘 체계가 완전 제압되었다는 사실은 전투 후에 알려진 정보 보고에 나타났다고 한다.
1소대 정면에 큰 위협을 주던 MB 341, 342,343이 제압되자마자 포의 방향을 3소대전면인 동북쪽과 북쪽으로 포탄 사격 방향을 옮겼고 포병대대 조명탄 요청을 시작하였다.
최초에는 61미리 박격포로 조명을 시작하였으나 불과 몇 분도 못 되어 사용 불능이었다.
61미리 포탄도, 수량도 부족하고 비에 젖어 불발이 일수였다.
사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105미리 포로는 조명이 불리하였고, 더구나 주공인 3소대 정면과 포병진지 사이에 적군이 있어서 조명탄 사격은 아주 큰 위험이 되었다.
그래서 고노이 지역에 진지가 있는 4.2인치 박격포로 조명탄사격을 시도하여 61미리 박격포보다 훨씬 좋은 효과를 보았다.
81미리는 반원들 3명이 전투개시하자마자 전사하고 반장만 넋이 나갈 만큼 놀라서 정신이 없어서 작전 투입이 어려웠다.
반장 박 하사는 적 로포탄 폭풍으로 한쪽 바지가 거의 찢어져 날아가고 여기 저기 피가 흐르는 맨살을 들어낸 상태에서 본부반원과 함께 전투를 하고 있었다.
지상 800미터 상공에 첫 발이 터진 후 낙하산이 낙하하므로 20초 간격으로 연속으로 쏘아대었다.
안개비가 내리는 구름 낀 하늘이기는 하지만 조명탄 낙하산이 바람에 흔들흔들하며 4~ 5개가 계단의 가로등처럼 계속해서 일정한 차이를 두고 하늘에 떠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
전투상황이 아니라면 이보다 더 멋진 불꽃놀이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청룡 해포대 전포대장(송석구중위, 정건영중위, 이인건중위)과 관측장교 중위 김세창(좌 2번째) (1966.11.)
바로 이 순간이다.
적들의 함성이 들리기 시작하더니 호각 소리가 나면서 함께 수류탄이 우박처럼 쏟아지면서 여기저기서 마구 터졌다.
섬광과 폭음이 바로 옆에서 뒤에서 터졌다.
철모위로 흙과 잔모래가 금속성 소리를 내며 내려 쏟아 부었고, 목덜미로 모래와 잔 돌이 때려 쏟아지며 충격을 가하였다.
얼굴에서 피가 흐르나 보려고 흙 묻은 손으로 얼굴을 수시로 쓸어내렸다.
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수류탄이 터지니 고막이 터지는 것 같고 또 고막이 터지는 것을 막으려고 입을 벌린 채로 엎드리다 보니 연기와 화염이 섞인 화약 냄새로 숨쉬기가 매우 어려웠다.
바싹 마른 입안에 모래가 버적거렸다.
출처 : 청룡부대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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