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장교 글/해간33기 김세창

청룡 투혼의 위대한 승리-푸옥록(phuoc loc) 30고지 전투( 8 )

머린코341(mc341) 2015. 2. 8. 21:43

청룡 투혼의 위대한 승리-푸옥록(phuoc loc) 30고지 전투( 8 )

 

7. 축하 비행


부슬비가 오던 새벽에도 날이 훤하게 밝아왔다.


전과확인 및 확대를 위해서 적의 도주 방향으로 약 300미터정도를 이동해 보았다.
피아간 시체는 처참하게 늘어져 있었고 포탄 파편으로 두개골이 터져서 대뇌가 버터처럼 잔디위에 흩어져있었다.


하반신이 없는 시체, 정육점 돼지고기처럼 관목위에 흩어져 있는 적군 팔이나 다리, 어느 주검은 옷이 폭풍에 헤지고 조각난 살덩이와 몸통만 보였다.


비닐로 둘둘 말은 월맹군들의 휴대품들이 비와 흙에 뒤섞여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


생지옥이 바로 이곳이구나. 전장에서 소총탄에 맞을 확률이 2만발에 한명이라고 하지만 적 후방 쪽으로 가면서 보니 시체를 끌고 가다 내 버린 채 패주한 흔적도 보였다.


부상당하고도 살아서 도망치려고 몸부림치던 베트콩이 총을 번쩍 들어 올리자 놀란 3소대원들이 신속하게 집중사격으로 사살하고 말았다.


아니 놀라지 않았어도 자기 방어를 위해서 야수 같은 반사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버려진 비닐보자기에서 꺼낸 검정색 지갑에는 Hanoi라는 글자가 보이는 4by6크기의 조그만 가족사진이 눈에 띄었다.

 

7~8명의 가족들과 함께 죽은 월맹군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머나먼 남쪽 추라이 지역까지 와서 비참하게 전사하였다는 불쌍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병사의 가족들 이 고지에 와서 그의 주검을 본다고 가정을 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도 그 비닐 보따리에 있던 Pall Mall 담배 3갑을 꺼내서 대원들과 나누어 피웠다.
전장의 현실은 너무나 냉정한 것이다.

 

시체가 하도 많아 어지러워 손도 못 댈 지경이었다.
Y자형의 삼태기 같은 안쪽 계곡은 겁이 나서 갈 엄두도 못 내었다. 지형이 아주 협소한데다
적이 집중타를 맞은 곳이니  만일 우리 부대가 그곳에 빠져들어 갔다가 역습을 당하는 게  두려워서 피한 것도 이유가 된다.


잠시 후에 온다는 후속 지원부대가 알아서 할 일이라 생각하여 중대장에게 진입을 하지 말자고 건의하였다.
이 때 확인된 시체수가 94구였고 추가 확인은 엄두도 못 내었다.

 

도라지님의 글에서 모셔온 사진입니다


무전기에서 촉성루를 찾는 목소리가 있어 “여기는 촉성루”라고 대답하였다.
해병항공대 소속 정찰기(L-19) 조종사 최석균 중위였다.
승리를 축하하는 날개 짓을 하며 저공으로 다가왔다.


“야 김중위, 나 석균이다. 축하한다!”라며 멋지게 기체를 흔들어대었다. 
“야,석균아 위험해 아직도 저항하는 적이 소총사격을 하고 있어…….! 올라가! 올라가란 말이야!”라고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Roger!"라는 말과 함께 프로펠라 소리를 날카롭게 내면서 급상승하였다.
그 뒤를 예광탄이 연달아 딸아 갔지만 다행이 안전에는 지장이 없었다.
기체를 아주 높이 상승 시킨 후에 선회하여 마지막 관측을 보고를 하였다.


“지금 11시 방향 고무농원 쪽으로 무수히 많은 적들이 퇴각하고 있다”라는 말을 남기고 추라이 쪽으로 항로를 변경하였다.


다시 포를 그쪽 예광탄이 오르던 지역에 포병대대 하나발을 요청하고 당시 추가상황을 포병대대에 보고한 후에  “사격임무 끝“ 보고를 하였다.  


잠시 후 2대의 팬텀기와 무장헬기가 차례대로 나타났다. 무서운 소음을 내면서 기총소사와 폭격을 감행하였다.

 


노출된 개활지에 도주하는 월맹군들이니 숨을 곳도 없었고 제대로 전폭기들과 앵그리코팀간에 원활한 협력 작전을 하였으니 아마도 잔여 월맹군48대대나 46대대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주었다.

 

 

출처 : 청룡부대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