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65) - 강구작전의 영웅 지덕칠 위생부사관
장교에 이인호 소령이라면, 부사관에는 단연 지덕칠 중사였다. 지덕칠 중사는 해군 위생하사관으로서 부상자 돌보는 일만 다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그는 전우들의 죽음을 보고 참지 못했다.
지덕칠 중사
청룡부대 제1대대는 1966년 2월 1일 꽝웅아이 성 바딴간 반도에서 벌어진 작전에 투입됐다. 이 지역을 흐르는 데사키 강 하구에서 수로를 탐색하던 미 해병대 수중폭파반(UDT) 요원들의 활동을 보호하는 것이 작전 목적이었다.
‘강구(江口)작전’이라고 명명된 이 작전에는 사전에 부근의 적정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실책이 있었다. 작전을 좀 수월하게 본 것도 청룡답지 않은 실수였다. 공중으로 기동한 3중대 3소대가 착륙한 거점이 하필이면 적진이었다. 부대는 착륙과 동시에 포위상황에 빠져 큰 피해를 입었다. 2월 1일 2단계로 투입된 2중대와 3중대도 동수안 마을 북쪽에 헬기로 착륙했다.
여기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대나무밭에 숨어 있던 베트콩 매복대의 공격을 받아 7~8명이 쓰러진 상황을 시작으로 치열한 전투가 시작됐다. 적은 숲속 여기저기서 출현했다. 빗발치는 탄우 속에 사방에서 부상병들 비명이 들려왔다.
3소대 첨병분대 소속 위생병 지 하사는 탄우를 무릅쓰고 부상자에게 달려갔다. 상처를 소독하고, 압박붕대를 감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언덕 위에서 수류탄이 날아왔다. 하반신에 파편을 맞은 그는 잠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가 정신을 차렸다. BAR 사수 김수돌 일병의 엄호를 받아 피가 철철 흐르는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해 소대본부로 귀환했다.
소대장에게 보고를 마친 그는 즉시 모르핀을 챙기기 시작했다. 다시 가서 부상자들에게 그걸 놔줄 모양이었다. 소대장이 말렸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미군 소총 뺏어 순식간에 적 쓰러뜨려
그 사이 적의 포위망이 압축됐다. 위기를 알아챈 그는 “다들 피하라”고 소리치면서 미군 통신병의 M14 소총을 빼앗아 몰려드는 적병들을 향해 휘둘렀다. 순식간에 10여 명의 적을 쓰러뜨린 그는 이내 가슴에 적탄을 맞고 움찔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그는 눈을 부릅뜨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비틀거리며 소총을 휘둘렀다. 실탄이 다 떨어진 뒤에야 썩은 등걸처럼 풀썩 주저앉았다. 그 사이 소대장의 거듭된 요청을 받고 지원부대 헬기가 날아왔다. 그러나 적의 견제가 심해 1개 분대 병력만 간신히 내려놓고 날아갔다. 다른 헬기가 또 날아왔지만 마찬가지였다. 베트콩의 집중사격이 너무 격렬해 도저히 안전한 착륙이 불가능했다.
대대본부에서는 어두워지기를 기다려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야영 중이던 3중대에 “2중대 3소대 생잔(生殘)병력을 구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정이 가깝도록 고무나무 밭가의 공동묘지에서 애타게 구원을 기다렸다. 다른 방향에서 구원부대가 나타나자 베트콩들은 금세 자취를 감춰 버렸다. 마음을 졸이던 생존대원들은 구사일생으로 구출됐다.
그때 구급헬기 메드백이 어둠 속에 날아와 부상자들을 수습해 태우기 시작했다. 죽은 듯이 쓰러져 있던 지하사도 헬기에 태워졌다. 경기관총 반장 이상익 하사의 증언에 따르면, 지하사는 메드백에 옮겨 태워졌을 때 희미하게 맥이 뛰고 있어 희망을 가져 보았다. 그러나 본부에 도착했을 때 그는 더 이상 눈을 뜨지 못했다.
얼마 뒤에 이 소식을 들은 동아일보 박동환 특파원이 무용담을 취재해 크게 보도함으로써 고국에 그의 용명이 알려졌다. 태극무공훈장이 추서되고 1967년 박정희 대통령 하사금으로 해군신병훈련소에 고인의 동상이 건립됐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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