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62) - 상시 출전 준비와 해병제1상륙사단장
과음 때문에 취임식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나는 물렁물렁한 사단장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제1해병사단이 어떤 부대인가. 전통과 명예에 빛나는 한국군의 전략기동부대다. 하루를 근무하더라도 그 전통을 이어 가면서 더욱 빛낼 책무를 느꼈다.
나는 사단장 복무방침을 ‘출전준비’로 정했다. 상륙전을 주 임무로 하는 전략기동부대는 언제 어느 곳에서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신속하게 출전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평상시에 부단한 훈련과 정신무장이 없으면 안 된다. 4개 연대와 사단 직할부대 전 지휘관과 장병이 참가한 구룡포 왕복구보는 그런 훈련의 일환으로 매주 실시했다.
완전군장한 채로 전 부대원이 참가하는 이 훈련에는 늘 내가 앞장섰다. 나는 부임 직후부터 출전준비태세를 완벽하게 갖추기 위한 일들을 찾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첫 과제는 포항 부두에 대형함선 접안시설을 갖추는 것이었다. 당시 포항의 접안시설은 보잘것없었다. LST 같은 상륙주정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접안시설 늘리는 공사를 연차계획을 세워 착공했다.
폭이 좁고 안전도가 보장되지 않는 형산강 교량 확장과 보강공사도 착수했다. 대형 전차들이 교차 주행할 수 있도록 폭을 늘이고 전차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교각과 상판의 강도를 높이는 공사였다. 나라가 할 일이었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는 법이다.
한·미 연합상륙훈련 등 참가, 한국군 능력 과시
훈련은 앞에 언급한 바 있지만, 상륙훈련 외에 크고 작은 여러 종류의 훈련도 열심히 했다. 1963년 4월 전 유엔군 CPX 훈련에서는 우리 사단이 북한 통천지구에 상륙한다는 가상 아래 전략기동부대로 참여했다. 같은 해 5월 한미 연합 유격전 훈련에는 한국군 중 유일하게 우리 사단의 1개 대대를 참가시켜 특수작전 수행능력을 과시했다.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주무진에서 사단급 해마 상륙훈련 실시 1962. 10. 10
주문진에서 1962년 박정희 대통령을 모시고 실시한 사단급 상륙훈련인 해마(海馬)훈련 때 연을 맺은 시골 중학교 축구부를 전국 최고로 키워낸 일은 해병대 정신을 증명해 보인 쾌거로 기억된다. 노력하고 또 노력하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도전정신, 안 되면 되게 하라는 재도전 정신의 승리였다.
상륙훈련의 무대였던 주문진은 그때만 해도 조그만 어촌이었다. 주문진중학교에는 축구부가 있었지만 운동 환경이 너무 열악해 학생들이 모두 풀이 죽어 보였다. 우리 부대는 그 학교와 자매결연을 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축구부를 돕기 시작했다.
먼저 울퉁불퉁한 운동장을 평탄하게 만들어 운동하기 좋도록 해 주었다. 훈련에 참가한 해안 공병장비를 동원해 삽시간에 일을 끝내자, 학생들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친김에 국기게양대도 새로 만들어 주고, 통학길도 말끔히 정비해 주었다. 축구부원들에게는 유니폼과 축구화를 사 주었다.
가난해서 상급 학교 진학을 포기한 학생들에게는 해병대 장학금을 줬다. 내가 사단을 떠난 뒤에도 그 장학제도는 한동안 계속돼 해병대와 주문진의 인연을 이어 주었다. 축구부 학생들을 몽땅 포항으로 초청해 당대 유명 선수들에게서 직접 지도를 받게 해준 것은 그들에게 결정적인 자극제가 됐다.
당시 해병대 축구부는 한국 최강팀이었다. 김정남·이회택·김호·조중연 등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들로 구성된 호화 멤버였다. 그들은 그때 우리 사단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시골 무명 중학교 축구선수들은 한국 대표선수들과 함께 합숙훈련을 하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학생들은 곧 큰일을 냈다. 그해 주문진중학교 축구부는 전국대회를 제패했다.
출처 : 해사1기, 예비역 해병중장 공정식 제6대 해병대 사령관님 회고록 "바다의 사나이 영원한 해병"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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