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빈동 전투의 잔상(2) - 전진(前陣)의 황혼
--- 해간 33기 우리 동기생들은 거의 청룡 1진의 소대장으로 파병되었다
--- 해병1연대1대대에서 보병장교로 근무하던중 포병학교 피교육후 포병이되었습니다.
--- 병과가 포병인 나는 실무 생활을 약간 하고 파월이되어
--- 포병 대대에서 11중대에 파견되어 짜빈동 전투를 맞게 되었읍니다
--- 이번에 장한우 후배님과 후 청룡들께서 청룡 전우들을 모시고
--- 그날의 짜빈동 전투가 있은지 40년만에 짜빈동 정상에서 나에게 국제 전화를 하였읍니다
--- 그때 마침 나는 극장에서 - 유황도의 미해병대 전투 이야기 - 아버지의 깃발 -을 보았읍니다.
--- 말과 행동으로는 표현할길 어려워 많은 망설임 끝에 천자봉 쉼터를 매일 보다가
--- 용기를 내어 짜빈동 대첩 - 그날 밤의 기억을 8부로 나누어 정리해 볼까 합니다.
--- 40년전에 꼬마 친구 렁도 찾아주시고 - 두루 고마운 분들께 다시한번 인사 드립니다.
--- 글재주 같은것은 보지 마시고 - 노병의 기억을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I. 전진(前陣)의 황혼
1967년 2월14일
월남 츄라이전선 짜빈동 마을 11중대 방석.
눅눅한 진지에는 뜨거운 햇볕도 보이지 않았고 높은 비구름에 가끔 지나는 안개비가 가득하다.
그리 덥지도 않은 월남의 2월 하늘, 석양 무렵이면 서쪽 하늘에 마른번개가 쳤다.
이 무렵에는 중대 여기저기에서 조그만 간이 아궁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한가로운 시간이다.
“팝 넘버원“ “팝 남버원“ ”밥이 좋아“ 라고 떠들며 ”밥 빈대“ 익살꾼의 장난 어린 외침이 들린다.
내 벙커 옆을 겅중 겅중 뛰어가는 히스패닉계의 US MC 상병 Jim이 뛰어 가며 소리쳤다.
그 때 “펑” 하는 단 발 폭음 소리가 났다.
이어서 “왈그럭 떨그럭”하는 그릇 뒤집어지는 소리며,
“하 하하” 웃는 소리도 여기저기서 동시에 나온다.
“또 한명 개떡이 되는군! 크크크...... ”
신입병이 밥을 짓다가 밥솥으로 쓰던 LMG탄통 뚜껑을 여는 순간 팽창공기로 밥알이 “뻥“하고 터지면서
잠금 고리를 당기던 식사당번이 영락없이 얼굴에 하얀 밥알을 뒤집어 쓰게 되고 가벼운 화상까지 입는다.
그렇게도 주의를 주건만 탄통 뚜껑에 있는 고무 바킹을 제거하지 않고 밥을 하면 실수를 하는 것이다.
이를 아는 고참병들은 가끔 있는 일이기에 잠시 주위가 웃음바다가 된다.
이런 지경이면 저녁을 다시 짓던가. 아니면 C-ration으로 대충 때워야 한다.
얼굴을 덴 신병은 주눅이 들어
자신의 화상에 화풀이 할 곳을 찾지 못해서 얼굴이 부어 있는 꼴인데 선임병 한마디 한다.
“야! 국 쏟고 X지 데고 시어미에게 뒈지게 혼난다는 데, 밥 쏟은 놈은 ㅈ되었네.....!“
최전방 GOP인 11중대 방석에선 조 단위로 각기 식사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도 이런 일은 한국군이 미군의 식사보다 밥 한 그릇이 더 추가되어서
식사조건은 우월하다는 상관들의 부추김이 격려와 위안이 되기도 한다.
(포병 대대 - 좌측 남궁 경 - 우측 권용학 전우)
오늘 하루도 무사히 정찰을 마치고 돌아온 소대원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저녁밥을 지어먹지만
웬만하면 C-ration 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일상이다.
칠면조 통조림이라도 그 속에 있으면 우리 입에 맞는 메뉴로 미군과 바꾸어 먹는 재치를 갖는 해병도 있다.
이른 저녁을 마치고 늘하는 통상적인 관측을 시작하였다.
남서서쪽 11시 방향에 조그만 숲이 보이고 그곳에서 희미한 연기 흔적이 보인다.
얼핏 들은 바로는 쾅나이 일대에서 베트공 공병(?)이 움직임이 있다는 첩보도 있었기에
이날은 목표지역에 본대인 해포7중대에 사격요청을 하여 중대 하나발을 사격을 하였다
그러는 동안에는 멀리 서쪽에 있는 캄보디아 국경일대에
미 B-52들이 주기적으로 행하는 호치민 루트에 폭격하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멀리서 들리는 천둥소리 같기도 하고 간간히 보이는 희미한 붉은 섬광은 마른번개처럼 번뜩인다.
폭탄이 터지는 곳이야 어찌 되었던지
병사들은 마치 깊은 산사에서 들려오는 법고소리를 듣는 것처럼 무관심속에 월남의 황혼은 아름다웠다 .
아, 꼭 할 일이 남아 있었다.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늘 해오는 요란사격요청을 위한 도상 연구와 정찰 다녀온 소대장과 정보 교환으로 좌표를 10개 선정한다.
염라대왕의 호출장이 될 VC에게 포탄을 날릴 야간 사격 계획이다.
대략 한 시간이나 30 분마다 발사하게 되는데 떨어질 곳을 저들은 예상치 못하게 한다.
밀림에있는 재수없는 원숭이 떼들이 떼죽음을 할 수 도 있을 것이고,
나루터(ferry)에서 VC가 배를 기다리다 박살이 나는 경우도 생기게 하는 것이 요란 사격이다.
적을 알고 쏜 다기 보다는 관측되지는 않으나 지형지물상 중요한 곳을 선정하고, 적이 기동이 많은 곳이거나, 그렇지 않다하더라도 적의 근처에 포를 쏘아서 늘 심리적으로 괴롭히려는 심리전이 요란 사격이다.
그러나 이런 요란 사격은 매복중인 우군인 보병부대원들이나 최전방 중대 방석에 있는 부대원들에게는
우군이 포를 지원해 준다는 생각에 푸근한 자장가처럼 들리는 소음이다.
“오늘은 남십자성이 보이지 않겠구나!” 하고 중얼 대며,
앵그리코팀인 일병 Hamilton의 고향이야기를 들었다.
사귀던 여자 친구와 사랑이야기며, 미식축구 Redsox 팀의 자랑 같은 시답잖은 이야기지만
그 친구의 흥을 돋워 신나게 들어주고 재미있어해야 한다.
안 그러면 미국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내 속셈인 영어공부에 손해를 볼까봐
가끔은 이해도 안 되는 데도 웃어주는 그런 상항이 기도하였다
나는 벙커 속에서 10시 가까이 되도록 조용히 책을 읽었다.
쓰다 남은 잔류전력을 사용하는 prc-9 무전기 배터리로 작은 전구에 불을 밝히고
책을 보는 순간은 놀라우리 만큼 집중이 잘 되는 시간이다.
바로 옆 통신병 벙커에서는 부스럭대며 종이 찢는 소리를 내는걸 보면 서재홍 상병이 편지를 쓰는 모양이다.
서 상병은 성격과 달리 편지에 그림까지 그려 넣는다. 그러자니 한두 장은 다시 쓰는 게 예사이다.
그 애인역시 비슷한 취미인지 언젠가 보니 약혼도 안한 사람들이 편지에는 애기 그림 까지 그려놓고
사랑 이야기를 쓴 걸 얼핏 보고는 혼자 웃었다. 참 재미있는 연인들이였다.
어느 벙커에선 낮을 목소리로 웃는 소리가 나는 모양인데 중대장 몰래 포커를 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그런걸. 굳이 야단칠 일을 아니라 고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글 : 예비역 해병중위 김세창
중대본부에서 준비해 간 재물과 맑은 술과 향불을 올려 절을 올리고....
영령에게 글을 일어가는.....祭를 지내는 모습
짜빈동을 찾아청룡 탐방대원들과 함께 당시 근무한 전우가 직접 祭를 올리고
출처 : 파월 제2진 청룡부대 포병관측장교 김세창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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