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빈동 전투의 잔상(3) - 전운의 징조.
꿈결인가 싶은데 작은 폭음이 몇 번 들리고
거의 동시에 요란한 소총사격소리가 들렸다.
순간적으로 집어든 방탄복과 철모를 쓰고 뛰쳐나오며 야광시게를 보았다.
11시 10분이 조금 지난 것 같았다.
1소대인가 3소대인가 분간이 안 간다.
4.2인치 포대 앞 부근인 듯 조명지뢰가 터져있었고,
중대 지휘소의 중대장 정경진 대위는 런닝셔츠 위에
방탄복만 걸치고 수 미상의 적이 접근하였다고 설명하였다.
2명의 VC가 철망 앞에 죽어있고
그 중 한명은 철조망에 걸쳐 진채 사살되어있는 것이 내 눈을 확인되었다.
도대체 어두워서 적 상황을 알 수 가 없었다.
조명탄을 쏘아 올렸다.
800미터 상공에서 차례로 터져 낙하산을 타고 흔들흔들 거리며 차례로 내려오고 있다.
장난 꾸러기들의 불꽃 놀이처럼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4개의 조명탄이 내려오는데
바람이 불어오니까 대각선을 그리며 내려온다.
맨 먼저 아래로 내려오던 조명탄이 스르르 꺼지고
그 순간 최고의 상공에서 또 새 조명탄이 터지고를 되풀이 한다.
안개비가 내리고 조명탄이 낙하 하면서 조명이 흔들리니 나무 그림자도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고
바위 그림자도 사람처럼 이동하는 듯이 병사들을 착각을 하게 한다.
한 15분정도 소란을 피우다 싱겁게 상황 끝 명령이 하달되었다.
그런데 언제나 별난 바보는 있는 법인가 보다.
“나도 적에게 사격하였다. 적을 사살하였다!”
“야 !나도 정말 열심히 싸웠다 !” 라고 혼자서 총을 들고 외쳤다.
상황, 끝. 명령이 내린 후에 어느 하사관(?)인가 소리치고 있었다.
“에라 미친놈아!!!”
“그리도 훈장이 탐이 나드냐?”
모두들 웃으며 자신들의 벙커로 돌아간다.
안개가 다소 약해져 있어도 희미한 초승달 조차도 없는 밤이다.
달님도 그 덜 떨어진 친구를 보기 싫어서였을까? 오늘밤에는 얼굴을 안 보이신다.
그랬다 모두들 긴장은 되었지만, 중대 상황실에서는 심각한 긴장감은 없었고
중대장이 소대장들에게 근무 철저 특별지시라는 간단한 명령뿐인 듯하였다.
언제나 특별지시는 그게 그거다.
이날 군화를 신은 채 취침하라는 별난 지시가 있기는 하였지만,
근무병이외는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내 벙커 지붕아래 서까래와 샌드백사이 틈바귀로
나무 긁는 소리가 다글락 대그락하고 제법 큰 들쥐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신경이 거슬렸다.
날이 새면 저놈의 쥐를 기필코 잡아야지 하면서 다시 깊은 잠에 취하였나보다.
철모와 방탄복, 권총을 다독이고 예비 무전기감도를 잠시 확인하고서....
출처 : 파월 제2진 청룡부대 포병관측장교 김세창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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