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빈동 전투의 잔상(5) - 검은 그림자의 미친 물결 (下)
우람한 체구의 3소대 3분대장 배장춘 하사가 있는 그쪽 방향이 돌파당한 것 같다는 소식과
역습작전 투입하러 나갔다는 말을 들었던 것 도 잠시 /
지휘소내에서 전화소리가 요란하였다
누가 전화를 받는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말소리가 안 들린다.
제1소대 신원배소대장이 긴급지원 요청이라 고한다.
모두들 자기 앞 가림하기도 힘들건만 무슨 소리냐?
중대장은 - "그래 알았어!" - 소리만 하고 어찌할 바를 결정하지 못하는 듯하였다.
다른 소대병력을 뺄 수 도 없었다.
중대장이 말을 안 해도 내게 지원을 강화할 것을 요구할 밖에 없었다.
당연히 내 몫인걸 내 가 더 잘 안다.
통신병 서재홍 상병에게
"자리 지켜! 통신망 깨지면 우리 죽는다. 알아!?"
고함 치고는 혼자 뛰쳐나왔다 1소대 방향으로 가기위해서 취한 조치였다.
직선거리로 뛰어가면 10초면 될 거리이다.
그러나 지휘소 밖에 나오자마자 지휘소 반대쪽에 서 적 포탄이 터진다.
어찌나 큰지 폭음에 무척 놀랐다.
그런데 하나씩 떨어지는 포탄이 아니고 서너 발이 거의 동시에 지휘소 주변을 맹타한다.
탄막에 들어있다는 직감이 다시 들었다
나오자마자 교통호에 엎드렸다.
본능적으로 입을 반쯤 벌리고, 무전기를 직접 울러 메고서 혼자서 기어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오리걸음이었지만 서너 발자국을 움직이자니 걸어갈 수가 없었다,
바위위로 난 형식적인 교통호였다 낮게 패인 곳은 깊이 20-30센티나 될까?
한 번에 뛰어 나가면 1-2초안에 닿을 거리인데 머리를 들 수가 없다.
철모에 부딪치는 돌조각과 모래가 어찌나 세게 때리는지 천둥소리보다 크다.
불과 1~2미터 거리처럼 가까운 거리에서 터지는 것 처럼 느껴진다.
아니 바로 옆 지상에서 터지나 보다
머리와 목덜미로 따가운 흙모래가 와르륵 와르르 쏟아져 살에 와 닿고
포탄 터진 화약 연기인 초연(硝煙)의 매개한 냄새로 숨을 쉴 수도 없었다.
포병특유의 버릇으로 고막이 터지는 것을 예방하려고 입을 반쯤 벌리고 포복을 하려니
입안에 모래와 매연이 함께 들어와 구역질도 나고 모래가 입안에서 흙이 지분거린다.
그러나 앞으로 전진 해야만 하였다.
소대장 신원배 소위가 얼마나 애탈까?
불과 수 초나 걸렸을까? 마지막 고개에서 뒹굴어 깊은 교통호 속으로 굴러들어가니
갑자기 소총예광탄이 요란한 불꽃처럼 수십 발이 직선을 그며 우리 진지 쪽으로 쏟아져 다가왔다.
오리걸음으로 내려가다 3소대 와 1소대 분기점에 이르니 웬 병사 두 서너 명과 조우하게 되었다.
"너희들 빨리 소속 분대로 가! 어서 어서! "
"후퇴할 곳이 어디 있냐?"
고래고래 소리를 치르고 1소대 쪽으로 돌아서니 유개호 속으로 진입하게 되어 있었다.
어두운 참호 속에 무언가 발에 걸려서 넘어 졌다.
반쯤 엉거주춤한 자세로 소대원들이 사격을 하기도 하고
벽에 기대서서 총구만 내민 채 사격하는 병사도 있었다.
가만히 머리를 숙이고 있는 듯 한자는 M1 실탄 장전하고 있는 병사뿐이다.
그런 초긴장한 1소대원들의 다리에 걸려 넘어 진 것이다.
"소대장 어디 있어?"
대원 : "몰라 !" "몰라!"
"뭐 몰라?" (그렇다 내가 잘못이지.)
적을 코앞에 두고 응급 사격을 하는 이들이 내 계급이 보이겠나?
누구인지 알기나 아나?
또 실제로 소대장의 정확한 위치를 정확히 부하들조차 알지를 못하였다.
아니 대답할 틈도 없는 처지였다.
교통호에서 머리를 낮추고 빨리 지나가면서 간간히 총안(銃眼)밖을 보니
적의 공격 이 얼마나 치열한지 그 상태가 보였다.
세상에 이리도 많은 실탄이 우리를 향해 올 수 있을까?
상상을 초월하는 총알 이 빗발치듯한다.
아니 빨간 천을 펼쳐 놓은 듯하였다.
어찌 이리도 많은 적탄이 내 쪽에 다가올 수 있나?
또 내다보아도 전방에 가득히 새빨간 불줄기로 가득하게 보이였다
실제 눈에 보이는 건 예광탄이다. 예광탄 말고 실제의 실탄은 얼마나 될까?
적어도 5배가 된다고 가정해도 무서운, 정말 무시무시한 총알 세례인 게 틀림없었다.
총알이 교통호 토치카 벽면에 부닥치는 소리 또한 상상을 할 수가 없이 소란 그 자체였다.
신 소위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집중사격! 집중사격!"
"정문초소입구의 바위 뒤에까지 적이 왔다 ."
"바위다! 바위! 유탄 발사기 유탄 발사기 가져와!"
아무래도 적 공격 부대의 총알이 머리위로 높이 지나는걸 보면
적들은 어두워서 조준사격을 거의 못하는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1소대 쪽은 포탄 조명탄이 거리가 멀어서 희미하기 때문에
아군의 위치 파악이 제대로 추측하기가 힘든가보다.
내가 소리쳤다
"야 !! - 신 소위 주공이 어디야 어디 ???"
신 소위는 손가락으로 지시를 하였다.
"우물집 주변" "우물 집 주변 !!!!!"
출처 : 파월 제2진 청룡부대 포병관측장교 김세창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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