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빈동 전투의 잔상(7) - 월맹군 대대본부와 - "렁" (中)
미국 전쟁영화 "Platoon"에서 지원해준 우군 포에 1개 소대의 반이나 죽던 장면은
포병 전술 교범에 활용될 중요한 교훈이 되는 장면이 아닌가?
그 폭음과 위력을 이 얼마나 무서운가?
포탄이 연속해서 자기 근처에 터지면,
적도 움찔하여 잠시 동안 소총사격이 뜸해지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기 때문에 "떴다 OP! " 라는 전문이 오면
포탄이 날아오는 비과(飛過)시간(약20내지30초)을 참작해 엎드려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포탄이 “쓔우~욱”하며 머리 위를 지나는 순간 머리를 들어야한다.
포탄의 섬광을 보지 않고 음향만으로 우군 포탄 탄착을 확인하면 부정확하기 때문이다.
이때가 제일 위험하다. 아군 포에 내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디어 원하는 가장 중요 목표에 근접하여 포탄이 명중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정말 시원하게 원하는 곳에 터지고 말았다.
수정하기 서너 차례를 하였다 모두 마음에 흡족하였다.
(당시 9살이던 렁을 - 3차 탐방 전우들께서 찾아주시니 - 그도 이제 49살이 되었읍니다)
그런데 이제 연속되는 지역의 마지막으로 쏠 곳이 어디란 말인가 !!
마지막 집중포격대상은 “렁“네 집일대가 아닌가?
아차, 어쩔 것인가?
가녀린 “렁”의 눈망울이,
겁 많은 “꿔어영”의 퀭한 눈과
“마이에“의 깡마른 표정이 그들의 공포에 떠는 표정과 함께 떠오른다.
그리도 나를 따르고 무척이나 나를 좋아하던 아이,
노루처럼 어리고 순박한 9살 여자 아이가 렁이다.
그 “렁“의 공포에 쌓인 비명이 들리는듯하다.
“조정(adjust)” - 내 입에서 명령이 입에서 나오다 말고,
나는 무전기 핸드셑을 놓았다.
“어쩔 건가 ?”
“어찌해야 되나 ?”
“어찌해야 되나?”
불과 10여초 동안이지만
그렇게 망설이기를 수백 번 .......?
그 순간만은 숨 막히는 적막만이 흐를 뿐이었다.
포대에서 다음 명령을 기다리느라 모든 무전기 일체가 침묵이 흐른다.
포성도, 무전기 소리도 어떤 소리도 낼 수 없는 침묵이다
이것이 사격요청을 위한 관측소와 포대 간에게 주어진 최우선권이자 규정이기 때문이다.
(렁과 그의 부모가 결국은 나의 기도대로 도망가서 아직 살아있다는 소식에 40년 메인 가슴을 쓸었읍니다)
이 때다.
--“렁“아 그 곳에 있다면 도망이라도 가거라!
-- 제발 피하여다오 이 짧은 시간이지만 가거라! 멀리 가라!
순간의 고민이지만
하늘이 주는 천우(天佑)의 영감을 기대하고 하늘의 소리를 기다렸다고나 할까?
갑자기 며칠 전에 읽은 소설 그린베레(Green Berets)한 구절이 떠오른다.
“마을 근처에서 vietcong이 매복을 하거나,
전투준비를 할 때는 가족과 주민을 소개(疏開)하는 관례가 있다.
갑자기 조용하거나 침묵이 가득한 마을을 정찰할 때에는
사전에 상당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 는 경고가 떠올랐다.
-- 그렇다 “렁”과 그의 가족은 자기 집에서 멀리 이탈하였다고 간주하자!!
-- 거기다 1 소대 - 신 소위 부대가 얼마나 위급한 풍전등화(風前燈火)같은가 !
장교가 무얼 물어도 대답할 새도 없이 방아쇠만을 당겨야하는 1소대원을 살려야 한다.
(천자봉 후배님과 머릴 맞대고 - 2차 답사기 짜빈동 가는길에 - 짜빈동 위치를 변경 확인했읍니다)
“렁“네 집 주변에
마지막 포탄을 날리자!, 포탄을 날려라!
“좌로 둘백 줄이기 하나백 효력사”
“꽈다당“ ”차째쨍“
첫탄이 어마어마 하게 총알이 날라오던 소총과 공용화기의 섬광이 났던 바로 그 주변에서 터졌다
다시
“줄이기 오공 효력사”
“더하기 하나백 효력사”
"줄이기 오공 효력사“
거푸 한 장소에 4회나 반복 사격이었다.
너무도 가까운 탄착이라 그 굉음이 하도 대단하여
우리 부대원도 다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으면서도 이를 참고 감행한 어려운 모험이었다.
생각해 보자 105미리 포탄 한발의 위력은 직경 50메타 안에 있는 인마살상 75%이다.
포대 하나발이면 다불유(W)나 소문자엠(m)자 모양 끝자리에 6발이 터지면
살상유효 면적은 가로 200미터 X 세로100미터 범위 내가 유효하다.
그 안에 있는 적은 거의가 전멸이거나 전투능력 상실이다.
불과 4분이 채 안 되는 시간에 한곳을 4번이나 짓이겨 놓았는데,
더구나 목표물 근처에 토치카 가 없었으니
적들의 괴멸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이다. 이곳 임무 끝내야 하였다.
어느 누구라도 제 정신으로 그곳에 서 삶을 지탱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 !!
당시 체포된 포로진술 ("렁“네 집에서 다리가 절단 된 채로 생포 되었음)에 따르면
이 탄착지점에서 최전방 월맹군 대대지휘소가 완전 괴멸되었다고 확인 되었다.
출처 : 파월 제2진 청룡부대 포병관측장교 김세창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해병대 장교 글 > 해간33기 김세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빈동 전투의 잔상(9) - 비장(悲壯)의 투혼으로 !!! (0) | 2015.04.02 |
---|---|
짜빈동 전투의 잔상(8) - 월맹군 대대본부와 - "렁" (下) (0) | 2015.03.16 |
짜빈동 전투의 잔상(6) - 월맹군 대대본부와 - "렁" (上) (0) | 2015.03.16 |
짜빈동 전투의 잔상(5) - 검은 그림자의 미친 물결 (下) (0) | 2015.03.14 |
짜빈동 전투의 잔상(4) - 검은 그림자의 미친 물결 (上) (0) | 2015.03.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