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빈동 전투의 잔상(8) - 월맹군 대대본부와 - "렁" (下)
이제 숨을 돌리고 다시 중대 지휘소로 기어들어오니
중대장과 3소대 이수현 소위가 있었다.
이미 이소위가 지휘하는 3소대전방이 돌파 당하여 양쪽 동서로 분리되었고,
4.2인지중포 포반 진지는 적군이 점령하여 격전 중이란다.
너무도 급박한 순간이었다.
접전소대가 양분되면 중대 지휘소가 노출되고 만다.
그런데도 다행히 중대 지휘소로 직접 접근할 접근로는 급경사 지역이 있어서
야간에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 우리에게는 천만다행인 지형의 잇점이 있었다.
그러나 잔여 소대원들이 누구의 지휘로 전투할 것인가.
중대장이 3소대장에게 재배치 명령을 하여 이 소위가 본대로 달려갔다.
그러나 중대 지휘소의 분위기는 사기가 극히 떨어지는 짧고 무서운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이때가 정말 무서우리만큼 무거운 정적과 혼돈이 있었던 시간이었다.
관측장교의 할 일은 무언가???
중대 최전방 저지선이 돌파 당했을 경우 역습(逆襲)이야 소대장 중대장이 할 일이지만,
내가 우선 할 일은 무어란 말인가?
중대 진지 최 근접 사격으로 적군의 추가 병력 투입을 최대한 저지하고 역습을 도우는 길 뿐이다.
대대 작전에 초유의 근접 전투라는 상황보고를 낱낱이 짧게 했다
드디어 이갑석 중령이 직접 명령한다.
"박스인 준비!"
이제 나도 죽을 각오로 임할 순간이다.
내가 쏜 대포에 내가 죽을 수도 있다는 각오로 임할 수밖에 없다.
정말, 이판사판인 공포의 포병사격임무이다.
.
적군과 아군이 뒤엉킨 지역이니 우군인 우리 해병의 안전에도 확실한 보장이 없는 전율의 포사격이었다.
-- 전 중대원!
-- 포탄발사 신호 직후 전원 호속으로 몸을 숨겨라!
-- 진내사격이다!
-- 박스인이다 !
전 중대원에게는 진내사격이라고 소리치는 수밖에 없다.
보병이 박스인(포병전술 음어(陰語))이라는 용어를 이해시킬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나도 긴급 지휘소에 몸을 숨기자 하늘에서 포탄 날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전원 호속으로! 호속으로!"
쓔--우욱
씨욱 씨육 쓔-우욱
그 순간 천지가 진동하는 소리가 난다
연거푸
짜짜창 쾅 쾅
짜짜창 쾅 쾅..... 짜짜창 쾅 쾅 짜짜창 쾅 쾅
............
피아가 정신이 없다
그것도 탄종을 HE탄 순발신관(고폭탄이 땅에 떨어진 후에 폭발)으로 쏘다가
VT신관(지상20미터 상공에서 자동 폭발하는 특수 탄종)으로 변경한 가혹한 포탄의 포사격이었다.
호 속에 있지 않은 사람은 숨을 곳도 없는 무서운 공중폭발 포탄 종류였다.
거의 철조망에서 100m이내까지 근접해서 순식간에
대대 하나발(한번에 24발이 동시 한 지역에 터지는 집단적인 집중사격법)로 포탄이 날아와 터졌다.
그리고 - 또 대대 하나발을 서너 차례나 하는 무서운 사격이다
이 좁은 11중대 진지 주변 100m 이내에 한번에 24발의 대포탄을 동시 쏘아댄다고 생각해 보자
진지내외의 피아간 그 폭음이나 섬광으로 천지가 무너져 내리는 순간, 순간들이다.
어찌 이리도 모험적인 사격이 실시되었나하는 이야기는
당시 청룡부대 작전참모 오윤진 중령(당시)과
3대대 부대대장 차수정소령(당시)의 상황을 다음처럼 설명하였다.
-- 11중대에서 포격소리만 희미하게 들리고 번쩍이는 섬광은 멀리서 보이는데,
-- 11중대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 모두 전사하는 건지 아니면 계속 저항하면서 승리로 전세가 변하는지 알 길이 없었다 -
오직 포병통신인 관측장교의 무전기만 교신이 되어
상황실에서 김중위의 보고가 전황 정보의 90%였다고 하니.
모험을 걸지 않을 수 있었겠나?
박스인 포탄 사격 후 다시 소총소리가 요란하였다
마치 우군의 포탄 지원 사격에 힘을 얻은 해병들의 고함 소리라도 들리는 듯하였다.
Antonin Dvorak Cello Concerto in B minor, Op.104
3악장 (Finale (Allegro Moderato))
Paul Tortelier, Cello
Andre Previn, Cond
London Symphony Orchestra
출처 : 파월 제2진 청룡부대 포병관측장교 김세창 선배님의 월남전 참전수기
'아! 청룡이여 제1권, 캄란에서 호이안까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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