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주유소’ 공중급유기 도입전쟁? 1조5000억 예산 투입…
보잉 에어버스 이스라엘 3파전 (프리미엄조선, 2015.04.22)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대북 감시ㆍ정찰을 위해 공중급유기는 시급한 전력이다. 솔직히 전투기 10대 사오는 것보다 급유기 한 대가 더 시급하다. 급유기는 공군 전력이 아니라 국가전략 무기체계이기 때문이다.”
충남 서산의 제20전투비행단에 근무하는 KF-16 파일럿 박모 중령의 말이다.
공군의 20년 숙원인 공중급유기 도입 사업(KC-X)이 4월말 가격입찰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지면서 우리도 조만간 ‘하늘의 주유소’ 라는 공중급유기 보유국 대열에 낄 전망이다. 방위사업청은 다음 주까지 가격 입찰을 마친 다음,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6월까지 최종 기종을 선정한다.
후보 기종은 유럽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의 A330 MRTT, 미국 보잉사의 KC-46A,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MMTT 등 3개다. 2018년부터 4대를 도입하는데, 사업 예산은 1조4880억 원이라고 한다. 현재 미국 보잉사의 KC-46A와 유럽 에어버스사의 A330 MRTT가 불꽃 튀는 2파전 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중급유기 유저인 공군은 어떤 기종을 원할까. 공군이 원하는 급유기는 작전 요구 성능(ROC)을 충족시키는 ‘놈’이 선정될 것이다. 게다가 동맹국과의 공유성(共有性)을 위해 원활한 후속 군수지원이 가능해야 하고, 상호운용성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시애틀 보잉공장에서 시험비행중인 보잉의 차세대 공중급유기 KC-46A(위), KC-46A와 2파전을 벌이고 있는 유럽 에어버스사의 A330 MRTT.
공중급유 방식은 ‘플라잉 붐(Flying boom)’과 ‘프로브 앤드 드로그(Probe & Drogue)’의 두 종류가 있다. ‘플라잉 붐’은 급유기 뒤편에 장착된 막대기형의 붐을 급유 받는 항공기 동체에 부착된 수유구(受油口)에 찔러 넣는 방식이다. 미 공군만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분당 1200갤런 이상의 항공유를 신속하게 주유할 수 있다. ‘프로브 앤드 드로그’는 급유기에서 줄이 달린 깔때기 모양의 드로그를 늘어뜨려주면, 급유 받는 비행기가 뾰족한 프로브를 찔러 넣어 급유하는 방식이다.
라팔이나 유로파이터 등 유럽 전투기들이 사용하는 주유 방식으로, 붐 방식보다 급유 속도는 느리지만 2대 이상 동시 급유도 가능하다. 한 전직 공군 고위 장성은 “현재 한국 공군 주력기들이 ‘플라잉 붐’ 방식만 쓰고 있다는 것도 선정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면서 “65년 동안 2000여대의 공중급유기를 생산한 보잉사와 30여대를 판매한 대형 다목적 급유기인 에어버스사 간의 치열한 한판 승부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사실, 공중급유기가 우리 공군에 필요한가 하는 논란은 이전부터 있었다. 종심(縱深)이 좁은 한반도 전장에서 막대한 도입비용과 유지비를 들여가며 급유기를 운용해야 하느냐는 반론이 그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급유기 전력은 공군 차원이 아니라 국가전략 무기체계로 최대한 빨리 전력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도 우리보다 국토면적이 작은 나라들도 보유하고 있다며 그 필요성을 주장해 왔다.
공군은 공중급유기 도입 이유로 우선 주력 전투기들이 독도나 이어도에서 작전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짧다는 점을 든다. F-15K의 경우, 324㎞ 떨어진 독도에서 30분, 527㎞ 떨어진 이어도에서 20분밖에 작전을 할 수 없다. KF-16은 5~10분 정도다. 반면 일본은 KC-767 공중급유기 4대를 보유하고 있어 24시간 작전과 재난구호 해외임무를 성공리에 수행하고 있다.
일본 항공자위대는 2009년부터 4대의 KC-767 급유기를 운용 중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공중급유기를 도입하면 공군의 전투반경을 동북아 전체로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을 발사 이전에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 시스템’도 완성하게 된다. 킬체인의 핵심 전력은 F-15K에 장착하는 사정거리 500km의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TAURUS)’로서 여기에 공중급유기가 더해지면서 비로소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다. 타우러스 미사일을 장착한 F-15K 전투기 60대는 유사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에 맞서 동해안 지역을 24시간 교대로 선회하며 공중 대기할 것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공중급유기이다. 공군은 공중급유기가 없는 상황에서도 공중급유 훈련은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29일부터 10월 17일까지 19일간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 Alaska) 훈련에 처음으로 KF-16 전투기가 참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9월 29일 미국 태평양공군사령부가 주관하는 레드플래그 알래스카(Red Flag Alaska) 훈련에 참가한 한국 공군의 KF-16 전투기가 미 공군 공중급유기 KC-135R 로부터 공중급유를 받고 있다.
공중급유기의 위력은 실전에서 입증되고 있다. 1986년 4월 5일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베를린 디스코텍 폭발물 테러의 배후로 카다피를 지목, 공습작전을 승인했다.
같은 달 15일 영국에서 이륙한 F-111기 9대가 KC-135E의 공중급유를 받으며 지브롤터해협을 건너 카다피 관저 밥 알아지지아를 공격했다. ‘엘도라도 캐니언’으로 명명된 이 작전으로 카다피의 철옹성은 치명상을 입었고, 카다피는 15개월 된 수양딸의 사망에 전율했다.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폭발사건 때 전두환(全斗煥) 대통령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급거 귀국하는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도 우리 공군 전투기들의 작전반경 한계 때문에 미군 전투기들이 조기경보기를 앞세워 대통령을 엄호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공중급유기는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약 30개 국가에서 운용 중으로 실제 한국에 비해 국토면적이 작거나 공군력 규모가 유사한 이스라엘, 터키, 싱가포르, 네덜란드 등도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공중급유기의 왕국이다. 영국 항공업계 주간지 ‘플라이트 인터내셔널’이 최근 웹 사이트에 공개한 2013년도 세계 공군력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 공군은 530여대의 KC-135와 60여대의 KC-10 등 총 600여대의 공중급유기를 미 본토에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공중급유기의 78%(595대)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IL-76 수송기를 개조한 IL-78 급유기를 20대 보유해, 미국에 비하면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다. 지금까지 미 국방성이 미 공군에 도입한 공중급유기는 총 2000여 대로 집계된다.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미국 공중급유기의 역사는 보잉 공중급유기의 역사다. 오른쪽 사진은 1956년 7월 18일 워싱턴주 렌턴의 보잉공장에서 열린 KC-135 급유기 롤아웃 행사 모습. Dash-80(위)과 B-52 폭격기가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곳에 원폭을 투하하며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했던 미국은 새로운 적 소련을 맞아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1949년 전략폭격기를 보유했던 소련은 핵실험에 성공하며 미국을 긴장시켰다. 1947년 육군항공군(US Army Air Forces)을 공군으로 격상시킨 미국은 B-50/36 프로펠러 엔진의 전략핵폭격기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보잉사의 KB-29 공중급유기 116대를 함께 배치했다.
KB-29 공중급유기는 최초의 실용 공중급유기로, 미국은 전략핵폭격기의 항속거리 확장으로 소련의 ICBM 개발 직전까지 핵 투사 능력 면에서 소련을 압도한다.
미국은 1951년부터 최초로 제트엔진을 장착한 장거리 폭격기 B-47을 2,032대 배치했다. 그러나 B-47은 전투 행동반경이 3,795km(최대)에 불과했다.
미국은 B-47을 위한 공중급유기가 필요했다. 미국 정부는 보잉에 신형 공중급유기 제작을 의뢰했고, 보잉은 C-97 수송기를 개조해 KC-97 공중급유기를 만들었다. 자그마치 그 생산대수가 811대였다.
그러나 미국은 프로펠러 공중급유기 KC-97의 비행속도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제트폭격기 B-47이 프로펠러 공중급유기 KC-97에 접근하려면 속도를 상당히 낮춰야 했기 때문에 자칫하면 폭격기가 실속(失速)으로 추락할 우려가 있었다.
결국 미 공군은 프로펠러 공중급유기를 단종시키고, 대신 제트엔진을 장착한 공중급유기를 제작하기로 했다. 더욱이 전략핵폭격기의 결정판인 B-52 배치를 눈앞에 두면서 미국은 더욱 제트엔진 급유기 제작을 서두른다. 1957년 드디어 양산형 보잉 KC-135A 공중급유기가 탄생했다. 미국은 KC-135A를 731대나 생산했다. B-52 전략폭격기를 1962년까지 744대를 만들었으니, 거의 1 대 1로 급유를 한 셈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보유한 공중급유기 IL-78. 구공산권의 주력 공중급유기다.
미국의 공중급유기는 그 보유대수를 떠나 현재 전 세계에 군사력을 투사하고 있는 미국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B-52H 폭격기와 KC-135R 공중급유기는 지금도 전 세계를 상대로 작전비행중이며, 향후 2030년대까지 운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1980년대 미 공군은 B-1B 전략폭격기를 100대 양산하면서 KC-10 공중급유기를 60대 제작했다. 현재 B-2 스텔스 전략폭격기를 포함해 미군 전투기의 공중급유를 책임지는 역할은 KC-135R/T가 전담하고 있다. 프랑스 공군조차 보잉의 KC-135 급유기를 1964년부터 지금까지 12대를 운용하고 있다.
향후 미국은 공중급유기 운용전략으로 차세대 스텔스전투기 F-35와 KC-46와 짝을 이뤄 핵전쟁 개전초기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이웃나라 일본의 항공자위대는 2009년부터 4대의 KC-767 급유기를 운용중이다. 자위대는 이를 8대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 등 영토분쟁 지역의 체공시간을 늘려 중국 항공기의 요격능력을 키운다는 의미다. 2013년 12월 13일 일본 정부는 ‘신방위계획대강’에 공중급유기 추가도입 의지를 담았다.
일본은 사실상 동체 제원이 같은 조기경보기 E-767, 급유기 KC-767을 운영하는 까닭에 사실상 보잉의 KC-46을 내정한 상태로 급유기 도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도 일본을 능가하는 공중급유 능력을 갖추고 있다.
러시아제 IL-78 8대, 폭격기 H-6를 개조한 H-6U 급유기 10대 등을 1990년대부터 실전 배치했다. IL-78은 양 날개 하단과 동체 뒷부분에 설치된 급유 노즐 3개로 연료를 공급한다.
우리 공군은 급유기 예산확보가 어렵자, 수년 전 ‘불곰사업’으로 IL-78 도입을 검토하기도 했다.
향후 미 국방성의 공중급유기 운용전략은 기존 전투기는 KC-135로 커버하고, 차세대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차세대 공중급유기 KC-46와 짝을 이뤄 핵전쟁 개전초기 상황에 대처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KC-46을 179대 제작해 2018년부터 실전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과연 첫 번째 ‘해외 고객’이 될 수 있을지, ‘하늘의 주유소’ 선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출처 : 프리미엄조선, 오동룡 조선뉴스프레스 월간조선부 차장 gomsi@chosun.com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21/2015042103265.html
'★군사소식칼럼 > 군사·안보 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산 비리 몸통 된 해군 (0) | 2015.05.01 |
---|---|
한반도의 核겨울: 소름끼치는 순간이 오고 말았다 (0) | 2015.04.28 |
국방중기계획 예산 낭비요인 없애야 (0) | 2015.04.22 |
“썩은 해군엔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뿐! (0) | 2015.04.22 |
해군, 충무공 정신으로 환골탈태하라 (0) | 2015.04.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