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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해군엔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뿐!

머린코341(mc341) 2015. 4. 22. 19:41

“썩은 해군엔 패배”가 기다리고 있을 뿐! (주간조선 2352호, 2015.04.13)

 
 
▲ 빙산 비리에 연루돼 구속된 정옥근 전 해군 참모총장. photo 연합


2015년은 대한민국 해군 수난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통영함 사건에서 촉발된 방산비리 수사과정에서 전직 해군 총장이 2명이나 구속되었다. 방산비리 수사에서 드러난 검은돈 총액 1981억원 가운데 1707억원, 즉 86%가 넘는 금액을 해군이 차지할 정도로 방산비리에서 해군이 차지하는 비율은 컸다. 작금의 상황을 두고 정호섭 해군 참모총장은 해군이 ‘도둑놈’으로 손가락질받는다며 통탄하기에 이르렀다.
  
   어군탐지기를 군용 소나랍시고 납품한 것이 발각된 통영함 비리는 그야말로 ‘방위산업의 세월호’였다. 소나는 수상레이더와 함께 군함의 눈에 해당한다. 소나는 음파탐지기다. 어군탐지기(fishery sonar)도 사실 소나의 한 종류이지만 군용 소나는 어군탐지기와는 달리 다양한 주파수 대역에서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군용 소나를 제작하는 회사는 몇 개 되지 않는다. 텔레다인, 콩스버그, L-3, 아틀라스, 탈레스 등등 세계 해군이 사용하는 유명 소나 업체는 한정적이다. 그 가운데 한국 해군이 소나를 구매했던 H사라는 업체는 없다. 더욱이 놀라운 건 H사로부터 구매한 소나 자체는 미국 W사의 제품으로, W사는 민수용 저가 소나를 만드는 업체다. 결국 한국 해군은 주요 해군에 제품 판매를 한 적도 없는 무명의 업체로부터 소나를 구매한 셈이다.
  
   더욱 어이가 없는 것은 소나 비리가 통영함 한 척에 그친 게 아니란 점이다. 통영함은 원래 낡은 구조함인 평택급 2척을 대체하기 위하여 만들어졌다. 통영함 말고도 한 척 더 건조된 구조함이 ‘광양함’인데, 이 배의 소나 또한 H사 제품을 납품받을 예정이다. H사는 구조함 이외에 소해함까지도 일괄납품계약을 했다. 이렇게 되면 해군의 구조함 2척과 소해함 3척, 도합 5척의 함정이 ‘장님’이 된다. 게다가 이미 물품대금의 60%를 지급해버린 데다가, H사는 물품대금의 반환을 거부하고 있어서 해외소송을 진행해야만 한다.
  
   이런 불합리한 결정의 배후에는 얼마 전 구속된 정옥근 전 총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사업자를 결정하던 당시는 정옥근 전 총장 재임기였다. 정 전 총장은 이명박 대통령 정부 출범 후 임명된 해군의 수장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내내 외치던 것이 방산비리의 척결인데, 척결에 앞장을 서도 시원치 않을 총장이 비리의 몸통이 됐다.
   
   정옥근씨의 비리 의혹은 그가 해군 총장으로 재임하던 당시에도 제기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해군 장교의 양심선언’ 사건이었다.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군납비리와 관련하여 김영수 해군 소령이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불공정한 수의계약의 문제점을 신고하였으나 해군 헌병 수사는 물론이고 국방부 검찰단의 수사조차 진행되지 못하자 김 소령이 결국 방송을 통해 내부고발을 했다. 국방부는 재수사를 통하여 장교·부사관·군무원 4명을 구속기소하고, 나머지 관련자 수십여 명을 입건하여 사법처리하면서 사건을 종결했었다.
  
   당시 사건이 불거지자 정옥근 전 총장은 “지금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 일신을 위해서 책임 없는 말을 하는 그런 사람의 말을 빌려서 그것이 마치 사실인 양 해군이 매도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상황을 평가절하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그 사이에 공금을 빼돌리고 있었다. 그는 2008년 8월 초부터 재임기간이 끝나던 2010년 3월까지 모두 27차례에 걸쳐 해군복지기금 5억2670만원을 횡령했다. 장병격려금과 시설보수비 등 해군의 복지를 위해 쓰라고 국방부에서 따로 챙겨준 돈을 횡령한 것이다.
  
   그의 잘못된 행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해군의 전력증강사업과 관련된 대기업을 상대로 장사를 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서 밝혀낸 내용에 따르면, 정 전 총장은 유도탄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 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으로부터 모두 7억7000만원을 받아챙겼다. 2008년 10월 해군이 개최한 국제관함식 행사 때 요트 대회를 개최했는데, 자신의 장남이 운영하는 회사가 대회를 주최하도록 하면서 광고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 전 총장이 먼저 뇌물을 달라고 회사에 요구했다는 점이다. 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결정권자에게 뇌물을 주는 보통 뇌물사건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그야말로 참모총장이라는 자리를 적극 활용하여 ‘장사’에 나선 것이다. 이쯤되면 ‘군인으로서의 신분을 망각하고 자기 일신을 위해서’ 행동했던 것이 누구였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정 전 총장이 한 일이 더욱 문제되는 것은 후유증이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해군은 자신이 만든 군함으로 바다에 나가서 적과 싸워 이겨야만 한다. 내가 만든 배로 내가 싸운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군사과학기술이 날로 발전하는 현대에서는 그만큼 최신 함정이 필요하고, 평소에 이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많아야 한다. 특히 군함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보통 어떤 배를 만들겠다고 준비하고 건조하기까지 무려 10여년의 시간이 걸린다. 그리고 그 배를 보통 30년 가깝게 사용한다. 즉 정 전 총장이 뿌린 비리의 씨앗이 앞으로 최소 10년에서 최대 40년까지 한국 해군을 괴롭힐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로비를 통해 수주한 업체가 만든 군함은 지금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STX는 윤영하급 미사일고속함(PKG) 2번함에서부터 5번함까지 건조를 맡았다. 바로 이 배들이 계속 문제를 일으켰다. 2번함인 한상국함부터 장착된 국산 제트추진기의 결함으로 직진주행이 불가능해 갈지자로 달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재는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전력화가 무려 1년 이상 연기되었다. 문제가 있는 업체라면 배제시키면 그만인데, 줄줄이 계약을 해놓았으니 어쩔 수 없이 진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 STX에서 건조한 윤영하급 미사일고속함. photo 연합


   여기서 끝이 아니다. 2014년 10월 7일 해군 고속함이 NLL(북방한계선)을 남하한 북한 경비정을 격퇴하던 중 주포인 76㎜ 포와 부포인 40㎜포에 모두 불발탄이 걸리면서 사격불능 상태에 빠졌다. 고속함을 지원하기 위해서 참수리 고속정 편대가 긴급출동하기까지 했다. 이 배가 바로 STX가 건조했던 3번함 조천형함이었다. 고속함이란 제2연평해전의 교훈으로 참수리 고속정을 지원하기 위해서 만든 함정이다. 그런데 제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지원 대상에게 도움을 받았다. 당시의 상황이 본격적인 교전이었다면 해군 장병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었다.
  
   또 있다. 올해 1월 21일에는 고속함 한 척에서 수병 한 명이 크게 다치는 일까지 생기고야 말았다. STX가 만든 4번함인 황도현함이었다. 76㎜ 함포가 오작동을 일으킨 이후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안전수칙에 따른 행동을 못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해도, 결국 문제의 원인은 불량 함포이다. 문제를 일으킨 함포들은 도입한 지 20년이 넘은 재생함포였는데, 충분한 기술적 검증이나 사후지원체계를 갖춰놓지 않았다. 당시에는 비용을 절감한 사례라면서 자랑했지만, 실전에서 문제가 될 결정을 한 것이다. 바로 정옥근 전 총장의 해군이 내린 결정이다.
  
   2010년 3월 19일 정옥근 전 총장이 물러나고 일주일 만에 해군은 천안함 폭침을 당하게 되었다. 천안함과 방산비리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익을 앞세운 리더가 해군에 끼친 피해는 단순히 뇌물이나 예산낭비에 그치지 않고, 한국군 장병들의 목숨과 우리 국가안보 문제와 직결된다. 물론 절대다수의 해군 장병들은 험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바다를 지키기 위해 일선에 서 있다. 그러나 수뇌부에서 총장이 잘못을 저지를 경우 이를 제지할 수 있는 수단이 있을까?
  
   배에서는 함장(captain)이 절대권력자이다. 배가 출항하여 영해를 벗어나면 배 자체가 그 나라의 영토가 되며, 그 배의 함장은 대통령이자 국회의장이자 대법원장이 된다. 선상반란이 있으면 전·평시 상관없이 심지어는 즉결처분도 할 수 있다. 즉 배와 함장은 동격이다. 이런 ‘함장문화’는 해군의 문화적 기반이기도 하다. 이런 함장문화를 잘 활용하면 해군은 육군이나 공군보다 더욱 단결하여 업무를 추진하는 원동력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 전 총장처럼 남용되는 경우가 문제이다. 훌륭한 함장이 배를 이끌지 못할 경우, 배는 좌초하거나 침몰한다. ‘난파선 해군’이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호섭 현 해군 참모총장이 지난 4월 2일 방위사업청에서 해군 관계자들을 모아놓고 훈시를 했다고 한다. 극소수의 욕심과 잘못으로 해군의 위상이 바닥으로 떨어진 것을 통탄했다. 즉 비리의 관문이 될 수 있는 방사청의 사업관리부서들을 주의하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해군 특유의 선후배 간의 끈끈한 관계나, 혹은 이전에 같은 배를 탔던 ‘함장’에게 약한 실무자가 있으면 언제나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해군은 수백억~수천억원짜리 군함을 매년 한두 척씩은 만들어야만 한다. 당연히 외부의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핵심은 해군으로서의 명예심을 가져야 하고 그런 명예를 더럽히는 자들을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춰야 한다. 즉 리더십과 의사결정에 대한 감시와 견제과정이 필요하게 된다. 특정지역이나 고교 출신이 진급 등에서 이익을 보고 있지는 않은지, 비리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가능한 제도를 갖추고 있는지 등등을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그리고 해군으로서의 명예가 무엇인지 다시금 되새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서 역사를 다시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부터 120여년 전 청일전쟁 당시를 돌이켜보자. 청나라 해군은 일본처럼 유럽에서 군함과 무기를 사들여 전력은 비슷했다. 그러나 일본군의 엄정한 군기에 비해 청나라 군대는 부패했다. 결국 청나라는 일본에 패배했다. 110년 전 러일전쟁도 마찬가지다. 당시 러시아의 발틱함대는 세계 최고였던 영국 해군 못지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귀족사회의 부패였다. 함장을 능력이 아니라 귀족인지 여부로 선정하다 보니, 함대 이동 시 대형을 유지하지 못하는 함정까지 나올 정도였다. 부패한 해군은 반드시 지게 된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준다.
  
   또 다른 역사의 교훈도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으로 진출한 국가가 강성하며, 해양을 지배하는 국가가 당대의 최강대국이 된다는 것이다. 바다로 나감으로써 16세기의 스페인은 신대륙까지 차지했고, 18~19세기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을 건설했다. 그리고 ‘마한(Alfred T Mahan)주의’에 바탕하여 강대한 해군력을 갖춘 미국은 20세기부터 해상을 지배해왔다.
  
   일본도 해군의 중요성을 깨닫고 메이지유신 초기 때부터 막강한 해군 건설을 시작했다. 2차 대전 당시 참패로 끝나기는 했으나 미국과 한판 승부를 벌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제 중국이 항공모함을 건조하면서 다시 해양패권을 노리고 있다. 한편 북한은 수많은 잠수함으로 우리 해상에 비대칭 위협을 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잠수함에서 탄도미사일까지 발사하겠다며 우리를 위협한다. 해상 경쟁이 가장 치열해지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우리 해군이 정신을 차려야만 할 때이다.
  
   현장에 서 있는 청년 장교들은 피 끓는 젊음을 바쳐 조국을 위해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모 재벌가의 딸까지도 해군 장교로 입대하여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다시금 대한민국의 강대함이 전 세계 바다로 펼칠 수 있도록 해군이 힘을 내야만 할 때이다. 한국 해군이 진정 ‘바다로 세계로’ 나갈 수 있도록 이제 함장들이 정신을 차려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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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간조선,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연구위원
         http://weekly.chosun.com/client/news/viw.asp?nNewsNumb=002352100009&ctcd=C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