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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억제전력의 진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머린코341(mc341) 2015. 5. 21. 17:18

핵억제전력의 진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II (D-5) 발사 동영상

 

핵무기의 등장으로 전쟁의 모습은 바뀌어 버렸다. 핵무기는 모든 것을 파괴시켜버리는 절대무기로서 어떤 재래식 무기보다도 강력하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처럼 핵무기 한 발로 도시 하나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은 물론이고, 구 소련이 만들었던 50MT급 수소폭탄 ‘차르 봄바(Tsar Bomba; Царь-бомба)’의 경우 무려 100km 떨어진 사람에게 3도 화상을 입힐 정도였다. 물론 핵무기란 것이 핵폭발을 일으키는 탄두만 있다고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핵탄두를 목표로 하는 국가까지 날려보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그런 수단의 대표적인 것 3가지를 ‘핵전력 삼위일체(Nuclear Triad)’라고 부른다. 그 3가지는 바로 전략핵 폭격기,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그리고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이다.

 

세계 최초는 나치의 SLBM

SLBM의 개발은 역시 미사일 기술의 발전과 관련이 깊다. 세계 최초의 SLBM 발사는 1955년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미 2차 세계대전 당시 미사일의 잠수함 발사를 기획한 이들이 있다. 미사일과 잠수함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던 나치 독일이었다. 2차대전 당시 독일은 미국 본토에 타격을 가하지 못했다. 공군은 전술작전 위주로 구성되어 장거리 폭격기가 없었고, 해군은 수상함 전력이 연합국에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잠수함에서만큼은 어느 나라보다도 앞선 기술을 가진 독일은 장점을 살릴 수 없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최초의 아이디어는 잠수함 갑판에서 로켓탄을 발사하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1942년 여름 U-511 잠수함이 부르프게레트(wurfgerat)41 로켓발사기를 장착하고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특히 시험결과 수중 15미터까지 잠수해서 발사해도 탄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U보트함대는 이제 드디어 미국을 공격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크릭스마리네(독일해군)는 이 계획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 않았고, 전쟁 후반으로 갈수록 연합군의 대잠작전능력이 강화되면서 미국 공격계획은 무산되었다. 그러나 1944년 여름 흑해 함대의 U보트 3척(U-9, U-19, U-24)이 소련의 항구를 로켓으로 공격하면서 최초의 실전투입도 기록했다고 한다.

 


▲ 독일은 2차대전 중에 U보트에 포병로켓탄을 장착하여 발사함으로써 세계 최초로 SLBM의 영역을 개척했다.

 

더욱 본격적인 SLBM도 준비되고 있었다. V-2 로켓을 잠수함에서 발사하여 미국의 뉴욕을 공격하겠다는 '프뤼프슈탄트XII' 계획이 진행되었다. V-2의 사거리가 320km 정도이니, U보트로 미국에 200km 지점 정도까지만 접근하면 공격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단 V-2는 U보트에 수납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잠수 컨테이너에 보관하여 XXI형 U보트가 견인해가야만 했다. 컨테이너 3개가 제작에 들어갔으나 이미 전쟁은 끝나가고 있었기에 오직 1개만이 완성되었으며 물론 시험발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이런 첩보를 입수하고 티어드롭 작전을 감행하여 대서양에 항모전단 4개를 투입하면서 U보트 사냥에 나섰다.

 

2차대전이 끝나자 나치독일의 견인식 잠수발사대는 소련에 의해 압수되었다. 그리하여 소련은 이를 역설계하여 스커드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골렘II’ 견인발사대를 완성했다. 골렘은 위스키급 잠수함에 의해 견인될 수 있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잠수함 자체에서 발사에 성공한 것은 바로 구소련의 줄루급 잠수함이었다. 1955년 9월 16일 B-67 잠수함이 R-11FM (NATO명: 스커드 A)을 발사함으로써 R-11은 세계 최초의 SLBM이 되었다. 그리고 1959년 소련은 R-13 SLBM (NATO명: SS-N-4 Sark) 줄루5급과 골프급 잠수함에 싣고 실전배치하게 되었다.

 


▲ 나치 독일의 기술을 빠르게 입수한 소련은 최초로 실전용 SLBM 개발에 성공한다. 사진은 골프급 B-92 잠수함에서 R-13 미사일이 발사되는 장면이다.

 

경쟁은 시작되었다

 

그러나 소련이 배치한 줄루와 골프급은 원자력 추진이 아니라 디젤-전기추진방식, 즉 재래식 미사일 잠수함(SSB)이었다. 작은 디젤잠수함에 미사일을 억지로 넣다보니 미사일 발사관이 잠망탑에 내장되는 형식이어서 커다란 잠망탑을 특징으로 한다. 탄도미사일을 쏘려면 잠수함을 수면 위로 부상시켜야만 한다. 게다가 R-13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600km에 불과했다. 미사일 발사관도 2개(줄루급)나 3개(골프급)가 전부였다. 요컨대 전략적인 가치는 지극히 제한되었다.

 

소련의 위협에 대하여 한발 늦은 미국은 빠르게 움직여야만 했다. 아이젠하워 정부는 이미 1954년부터 해군에게 해군용 ICBM의 개발을 재촉했지만 빠르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1955년 새롭게 해군참모총장으로 임명된 알레이 버크 제독은 SLBM의 개발을 독촉했다. 이에 따라 UGM-27 폴라리스(Polaris) 미사일이 개발되었다. 폴라리스는 본격적인 수중발사식 탄도미사일이었다. 최초의 모델인 폴라리스 A-1은 2단 로켓을 채용했으며 사정거리는 2천여 km에 이르렀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특징은 바로 고체연료를 채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액체연료보다 훨씬 더 안전할 뿐만 아니라 미사일 자체의 크기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 (좌) 미국의 폴라리스 미사일(사진)은 당시 러시아 SLBM과는 달리 수중에서 발사가 가능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이후 러시아도 수중발사 SLBM과 SSBN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였다. (우) 미국은 소련보다 먼저 원자력 추진 전략잠수함을 보유함으로써 SLBM 전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진은 SSBN-589 죠지 워싱턴의 진수장면이다.

 

폴라리스를 발사할 잠수함으로는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선정되었다. 미 해군은 스킵잭급 3번함 스콜피온으로 건조중이던 잠수함을 가져와서, 가운데 40m를 늘려서 무려 16개의 미사일 발사관을 장착했다. 한번 잠항으로 160여명이 6~70일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렇게 건조된 잠수함이 바로 '죠지 워싱턴(SSBN-598 George Washington)'함으로, 세계 최초의 원자력 추진 전략 잠수함(SSBN)이었다. 죠지워싱턴이 1959년 12월 진수되고 1960년 7월 20일 폴라리스 미사일의 발사시험에 성공함으로써 미국도 본격적인 SLBM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한편 이렇게 미국이 수중발사가 가능한 SLBM 16발을 장착한 SSBN을 배치하자, 소련도 역시 대응에 나섰다. 우선 수중발사 시스템 D-4와 사거리 1,300km급의 R-21(NATO명: SS-N-5 Serb)를 1960년 개발완료했고, 소련 최초의 SSBN인 호텔급을 배치했다. 그러나 호텔급은 골프급처럼 탑재하는 SLBM이 3발에 불과했으며, 동급 1번함인 K-19은 1961년 7월 4일 북대서양 그린란드 남방해역에서 훈련 중에 방사능 누출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한편 미사일의 사정거리도 개량되어 1968년부터 사거리 2,400km의 R-27(NATO명: SS-N-5 Serb)을 실전배치하였다. 그리고 1967년부터 미국처럼 16발의 미사일을 장착한 양키급 SSBN을 배치했다.
 
미소간 숙명의 대결

 


▲ 미국은 신형 트라이던트II SLBM을 무려 24발이나 수납하는 오하이오급을 1981년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다.

 

양키급이 배치되기 시작할 무렵, 미국은 이미 41척의 SSBN을 배치하였다. 또한 미사일의 개량도 거듭되어 1960년대말에는 사거리 4,600km의 폴라리스 A-3 미사일이 배치되었다. 특히 A-3는 3개의 자탄들이 동일한 목표물을 향하여 떨어지는 복수탄두방식(MRV)를 채용하였다. 게다가 미국은 NATO의 해군항이나 괌, 하와이 등의 전진기지를 마음대로 활용하면서 소련에 대한 핵초계임무를 수행했다. 이렇게 유리한 입장을 바탕으로 미국은 소련과 함께 SALT-I(Strategic Arms Limitation Treaty-I : 제1차 전략무기 제한조약)을 1972년 체결하여 양국이 보유하는 SLBM 발사관 수를 656개로 제한했다. 이는 미국이 이미 보유한 16발 SSBN 41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발사플랫폼의 수를 제한해 놓자, 이제 양국은 미사일 자체의 개량에 열을 올렸다. 특히 미국은 1971년 UGM-73 포세이돈(Poseidon) C-3 미사일을 배치했다. 포세이돈 미사일은 사거리는 폴라리스 A-3처럼 4,600km 급으로 동일하나, 최대 14개의 자탄으로 독립된 목표를 공격할 수 있는 MIRV(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 미사일)이었다. 즉 SSBN 한 척이 16발의 SLBM을 탑재하지만 실제로는 최대 224개의 목표에 대해서 공격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리고 1979년부터는 사거리가 7,600km로 증가된 UGM-96 트라이던트(Trident) I (C-4) 미사일이 실전배치되었다. 한편 소련은 미국을 따라잡기 바쁜 실정이었다. 1970년대 초반부터는 사거리가 7,700km로 증가한 R-29시리즈 미사일들을 배치하기 시작했고, 이에 맞춰 신형 SSBN 델타급을 1973년부터 배치하기 시작했다. 또한 다탄두 미사일도 개발이 가속되어 R-29R(SS-N-18) 시리즈도 1979년부터 배치되기 시작되었다.

 

이후 대표적인 변화가 일어난 것은 1981년으로, 미국과 소련은 같은 해에 신형 SSBN을 취역시켰다. 미국은 오하이오급을, 소련은 타이푼급을 배치한 것이다. 오하이오급은 배수량 18,700톤, 길이 170m에 이르는 거대한 전략원잠으로 무려 24발의 트라이던트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특히 오하이오급은 신형 트라이던트II (D-5) 미사일을 장착하는데, 미사일 자체의 길이는 다소 길어졌으나 사거리가 8,000km로 증가했고 탄두도 파괴력이 좋은 MIRV 8개를 장착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오하이오급은 18척이 만들어져, 아직까지도 미 해군의 주력 SSBN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 소련도 최초의 고체연료 SLBM인 R-39 미사일 20발을 탑재하는 타이푼급을 역시 1981년부터 배치했다. 타이푼은 무려 4만8천톤의 배수량을 자랑하여 역사상 가장 큰 잠수함으로 기록된다.

 

물론 소련도 델타4급 이후의 새로운 잠수함을 개발했다. 바로 타이푼급이다. 수중배수량이 무려 48,000톤에 이르러 여태껏 만들어진 잠수함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덩치는 가장 크지만 미사일 발사관은 20개로 오하이오보다는 작고, 미사일로는 드디어 소련 최초의 고체연료 SLBM인 R-39 리프(SS-N-20 Sturgeon)를 장착했다. R-39 미사일은 고체연료식 3단 로켓으로 사거리 8,300km에 MIRV 10개를 탑재했다. 타이푼급은 모두 8척이 계획되었지만 실제로는 6척이 만들어졌으며,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운용하다가 현재는 오직 1척만이 현역을 지키고 있다. 물론 러시아도 SLBM의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많은 SSBN인 델타4급에서는 R-29RMU 시네바(SS-N-23 Skiff)라는 신형 미사일이 2007년부터 배치되었다. 액체연료방식이지만 사거리가 무려 11,500km를 넘는다. 또한 러시아는 신형 SSBN 보레이급 3척을 건조하여 2013년부터 실전배치중이며, 보레이급에서는 신형 SLBM인 RSM-56 불라바(Bulava)를 채용하였다. 불라바의 사거리는 무려 1만 km에 이른다.



▲ 소련 붕괴 후 러시아는 기존의 SSBN을 유지하기도 버거웠으나, 이제 보레이급 잠수함(좌)과 불라바 SLBM(우)을 배치하면서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SLBM 전력의 의의

 

SLBM이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역시 제2격(second strike) 능력이다. 지상의 ICBM은 적의 미사일이나 공습으로 파괴될 가능성이 높지만, 심해에서 이동하는 SLBM은 생존성이 높다. 그리하여 적국의 선제공격으로 본토의 ICBM 반격이 불가능하더라도 잠수함에서 SLBM을 발사하여 적에게 보복하는 능력을 보유함으로써 적으로 하여금 함부로 공격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SLBM은 수심 20~50m에서 발사되므로 사전에 발사준비여부를 알기도 어렵다. 특히 소련에 비하여 ICBM과 전략폭격기의 숫자가 부족한 미국의 경우에는 SLBM 분야에서 우세를 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냉전 이후 미소간 대결의 칼날이 무뎌지면서 더 이상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러시아는 예산부족으로 SSBN을 차례로 폐기했고, 미국도 오하이오급 4척을 순항미사일 발사용으로 개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나 이란, 시리아 등 국가들에서 핵개발의 정황이 드러나자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에서는 다시 핵 문제가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게다가 러시아와 중국의 SLBM 개발도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까지 K-15라는 자국산 SLBM을 개발했다.

 


▲ 북한도 2015년 5월9일 노동신문을 통해 북극성1호라는 SLBM의 시험발사를 공개했다.

 

이제 SLBM은 다른 나라의 얘기가 아니게 되었다. 북한은 지난 2015년 5월9일 노동신문을 통하여 ‘북극성-1’호라는 잠수함탄도탄 발사의 시험성공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의 신형 신포급 잠수함에서 직접 발사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여러 정황상 현재로서는 수중사출 후 점화시험에 불과하며, 작은 배수량의 신포급으로는 아직 본격적인 운용은 무리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SLBM의 위협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SLBM이란 근본적으로 핵탑재를 전제로 하는 무기이다. 단 한 발만으로도 한반도와 같이 좁은 공간에서는 치명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우리 국방당국이 확고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기를 기대한다.

 

글  양욱 | 군사전문가양욱은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한 뒤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컨설팅과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민간군사서비스{Private Military Service} 기업인 인텔엣지(주)의 대표이사이다. 또한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선임연구위원이자 공군 정책자문위원, 해군 발전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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