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이 지향하고 있는 핵억제전략의 유형
박대광 daekwang@kida.re.kr
2015년 5월 9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언론매체들은 “김정은 제1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새로 개발한 전략잠수함탄도탄의 시험발사를 진행하였고 전략잠수함에서의 탄도탄 수중발사기술을 완성했다”고 주장하였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중” 사출시험이 사실일 경우, 이는 2012년 1월에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정령 등을 통해 표명했던 “핵탄두 운반수단의 다양화” 계획이 단순한 수사(rhetoric) 차원의 위협이 아니었음을 방증해 준다. 또한 이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 불발 이유 중의 하나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 문제와 관련된 북러 간의 견해차 때문이라는 언론보도의 신빙성을 방증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1.
이러한 측면에서 북한 SLBM 시험발사 사태의 군사적 의미를 평가해 볼 필요성이 있다. 전통적 핵억제전략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SLBM 개발은 김정은 정권이 현존 핵능력의 양적·질적 강화뿐만 아니라 향후 보다 공세적인 대남 핵전교리(Nuclear War-fighting doctrine)를 채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상황이 가시화된다면,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한 바와 같이 현재 우리 군이 추진하고 있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중심의 북핵 대응체계의 실효성에 대한 재검토는 물론, 향후 예상되는 “남북 간 전략적 불균형 심화”에 대응할 수 있기 위한 정책방안의 적극적 모색 또한 불가피해 질 수밖에 없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북한이 자체의 핵능력과 관련된 주요 법령, 성명, 정치적 수사 등을 통해 표출한 언술들과 전통적 핵억제전략을 구성하는 핵심적 특징들을 상호 비교분석함으로써 김정은 정권이 궁극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핵억제전략의 유형을 평가하고자 한다2.
전통적 핵억제전략의 유형과 핵심 특징
전통적 핵억제전략은 핵억제력의 태세(態勢)를 중심으로 구분할 경우, 최소억제(Minimum Deterrence), 최대억제(Maximum Deterrence), 제한억제(Limited Deterrence)의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최소억제전략은 수 개의 적대국 도시(대가치. counter-value)에 대해 적대국이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소수(수 개~수십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신뢰성 있는 억제가 가능하다는 인식에 기초하여 억제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이에 반해 최대억제전략은 핵보유국 간에는 선제타격의 공포가 상존하기 때문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그 자체로부터 자동적으로 억제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또한 “적대국이 감당할 수 없는 대가치 피해”의 수준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우월한 전쟁수행(war-fighting) 및 전쟁승리(war-winning) 능력을 가져야만 억제가 작동한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따라서 최대억제전략은 위기 시, 적의 핵전력을 우선적으로 제거하고 자신의 손실은 최대한 회피할 수 있는 선제타격의 이점에 기반을 둔 핵교전 능력과 핵전쟁에서의 완전한 승리를 통해 억제를 달성하려는 개념이다.
한편 제한억제전략은 최대억제전략에서 추구하는 것보다는 다소 제한된 핵교전 능력을 바탕으로 한다. 즉, 모든 수준(전술~전략)의 전쟁에서의 완전한 승리보다는 적의 승리를 거부하는 데 필요한 정도의 대군사(counter-force) 및 대가치 표적에 대한 공격능력만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상술한 바와 같은 인식론적 기반에 의거하여 각각의 전략 유형에서는 전력구조 정책, 선언적 정책, 운용정책 등의 측면에서 서로 차별화된 세부적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핵심적 특징을 요약해 보면 다음의 표와 같다.
김정은 정권 출범 후 표명된 북한의 핵억제전략 관련 주요 정책적 언술
북한은 2012년 1월 1일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정령 제2916호를 필두로 5월 21일자 노동신문에 이르기까지 5개월여의 기간 동안 김정은 시대의 북한이 지향하고 있는 핵억제전략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정책적 언술들을 파상적으로 표출하였다.
이후 2015년 5월 현재까지 북한이 대내외적으로 표방한 핵정책 관련 언술들은 그와 거의 대동소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2012년 5월까지의 북한자료들을 중심으로 핵심 내용을 조사하였으며 이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김정은 정권의 핵억제전략 유형 평가
전술한 북한의 정책적 언술들을 기존의 핵억제전략 유형별 세부 정책요소들에 단순 대입하여 비교·평가해 보면 다음의 표와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비록 표면적이기는 하지만 제한억제 또는 최악의 경우 최대억제의 핵전략을 지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금번 북한의 SLBM 사출시험 사태 역시 그러한 최종목표를 향한 군사적 정책과정의 일환으로 평가해 볼 수 있다. 핵탄두 운반수단의 다양화는 다종·다량의 핵탄두 보유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 북한이 그 동안 자행해 온 대남·대미 핵전쟁 위협, 선제 핵타격 위협 또한 제한억제 또는 최대억제의 전략을 염두에 둔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점에서도 이러한 평가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물론 북한의 현 여건을 고려해 볼 때 - 핵전력 증강을 위한 핵물질 생산능력과 경제적 기반의 미약성, 국제사회의 제재 지속 등 -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성과를 단기간 내에 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물질적 측면의 조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은 정권의 의지일 수 있다. 북한이 공개한 SLBM 수중 사출시험 사진의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김정은 정권이 최소억제전략을 넘어서는 핵전략을 지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만약 북한이 자평한 바와 같이, SLBM 수중 사출시험에 성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북한 자체의 다양한 제약조건들을 극복할 수 있는 틈새를 찾아내어 활용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으로서 핵전력 증강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강력한 의지의 산물로 평가해야만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제한억제 또는 최대억제의 핵전략 추진을 향한 김정은 정권의 의지를 좌절시키기 위한 보다 강화된 국제적 공조체제의 구축이 요구된다. 핵전력의 증강은 기본적으로 핵탄두의 양적 증산을 위한 물질적, 경제적 기반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로 북한으로의 물질적, 경제적 자원 유입을 원천봉쇄할 수 있기 위한 보다 정교하고 치밀한 국제적 정보공조와 행동공조 체제의 강화 노력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 본 문서는 연구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국방연구원의 공식입장은 아님을 밝혀 둡니다.
1. 『서울신문』, 2015년 5월 11일.
2. 북한의 핵개발은 핵억제력의 강화를 위한 것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수용하여 이를 전제로 하였다. 그러나 이는 분석의 목적을 위한 전제에 불과할 뿐, 북한이 핵무기의 사용을 배제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을 아니라는 점을 밝혀둔다.
3. 비핵수단에 의해서도 국가의 생존을 담보하기 어려운 약소국의 경우에는 상대방의 비핵공격에 대응하여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4. 인내정책(ride out policy)이란 적대국의 핵공격이 종료된 이후에 보복공격을 수행하는 것으로서 “적대국의 공격이 진행 중이라는 경보상황 하에서 핵무기를 발사하는 행위(LOW: Launch-on-Warning)” 및 “적대국의 첫 번째 미사일이 자국 영토에서 폭발한 이후에 핵무기를 발사하는 행위(LUA: Launch-under-Attack)"을 모두 거부하는 것을 의미한다.
5. 제한억제전략 또한 핵무기의 사용은 최고통치자의 승인 하에서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이와 같이 추정하였다.
6. 3월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3월 31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 4월 1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7차 회의에서 채택된 법령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 제3조(핵억제력과 핵보복타격력을 질량적으로 강화); 4월 11일 김정은 당 제1비서 추대 1돌 경축 중앙보고대회 등.
7. “제국주의가 ICBM을 보유하면 우리도 보유해야 하며, 우주무기로 위협한다면 우주무기로 공포를 주어야 한다”라고 주장하였다. 2월 14일 평양방송/노동신문; 4월 4일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 4월 26일 중앙통신/노동신문.
8. 1월 1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정령 제2916호’; 1월 24일 국방위 성명; 4월 24일 인민군 창건 81주년 기념 중앙보고대회; 5월 1일 노동신문 등.
9. 4월 3일 조평통 서기국 보도 제1028호
10. 4월 1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11. 2월 12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 2월 14일 3차 핵실험 성공 경축 평양시 군민연환대회; 2월 19일 중앙통신/노동신문; 3월 7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 3월 8일 조선평화옹호전국민족위 비망록; 3월 21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4월 13일 중앙통신/노동신문.
12. 4월 4일 총참모부 대변인 담화.
13. 3월 7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지지 평양시 군민연환대회.
14. 2월 14일 3차 핵실험 성공 경축 평양시 군민연환대회.
15. 3월 5일 최고사령부 대변인 성명.
16. 3월 30일 정부, 정당, 단체 특별성명.
17. 『노동신문』2015년 5월 21일.
18. 제3차 핵실험은 미국의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대응조치의 일환(2월 19일 ‘UN헌장 및 기구역할 강화 특별위 회의’ 북 대표 연설 등);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 제1조(핵무기는 정당방위 수단).
19.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 제5조(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
20. “자위적 핵보유국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하여” 제4조(핵무기는 최고사령관만이 그 사용을 승인), 제6조(핵무기의 안정성 보장); 김정은이 비준한 화력타격계획에 따라 미제와 그 추종세력들을 단호하고 무자비하게 징벌(4월 14일 김일성 생일 101돌 경축 중앙보고대회).
[한국국방연구원] 2015.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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