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논문] 이란 핵 협상 타결과 북핵문제 해결 방안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국제 협상에서 7년만인 2014년 11월 24일 중간 합의가 도출된 뒤, 지난 2015년 4월 2일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과 이란이 핵심 쟁점에 또다시 합의를 이루어 포괄적공동행동계획(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ion:JCPOA)을 발표했다.
이 합의로 이란은 상당 기간 동안 핵 무기 개발을 유예하고 핵 개발 능력 통제 및 국제 사찰을 받기로 하였으며(‘제한적 핵 주권’수용), 그 대가로 P5+1은 이란에게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장하고 국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란이 36년간의 경제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소 10년의 ‘핵 족쇄’를 수용했다는 평가이다.
물론 양측은 이란 핵 활동 제한의 이행방법과 국제제재 해제의 조건과 시기 등에 대해 2015년 6월 30일을 목표로 구체적인 최종 합의안 도출을 위한 어려운 협상을 또 다시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더구나 오바마 행정부는 미 의회와 보수 진영의 견제뿐 아니라 맹방 이스라엘의 반대를 극복해야 하고, 이란 지도부 역시 혁명수비대 및 강경보수파들의 핵 보유 의지를 무마해야 할 것이므로 협상의 최종 타결을 장담하기는 아직 어려운 상황이다.
이 합의로 이란은 상당 기간 동안 핵 무기 개발을 유예하고 핵 개발 능력 통제 및 국제 사찰을 받기로 하였으며‘( 제한적 핵 주권’수용), 그 대가로 P5+1은 이란에게 핵의 평화적 이용권을 보장하고 국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했다.
어쨌든 오바마 행정부가 적성국들인 미얀마와 쿠바에 이어 이란과도 관계를 정상화하고 있으므로, 자연히 우리의 관심은 미국이 또 다른 적성국이자 이란처럼 핵을 개발하고 있는 북한과도 대화를 시작하고 북핵문제 해결에 나설 것인가에 쏠릴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본고는 미국의 전략에서 이란과 북한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살펴보고, 북핵문제에 대한 북·미 양측의 전략적 의도를 중심으로 북핵협상을 전망해 본 뒤, 한국의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미국의 전략에서 이란-북한의 유사성과 차이점
이란과 북한은 모두 미국의 적성국으로서 상당한 유사성을 가질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국제정치나 미국의 국가전략 차원에서는 상당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의 접근이 미국의 대북 접근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한국의 국가전략에 주는 함의도 단선적이지 않다.
먼저 북한이 한국전쟁 이후 내내 미국의 적국이었던 것처럼 이란도 1979년 호메이니 회교혁명과 미국 외교관 인질 억류 사건 이후 반미 테러를 지원하면서 미국의 중동지역 숙적으로 지내왔다.
자연히 양국은 모두 미국의 제재도 받고 있다.
핵이나 미사일 개발에서 수준 차이는 있더라도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게 정면으로 도전해온 것도 공통점이다.
이에 따라 클린턴 행정부는 이 두 나라를 ‘불량국가’라는 동일 범주의 국가로 상대해왔고, 부시대통령은 아예 이라크와 함께 이들을 ‘악의 축’국가로 지명했다.
특히 이 두 나라는 서로 핵과 미사일의 기술과 물자를 교류하면서 WMD 개발에 협력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국제전략 인식과 평가에서 양국은 큰 차이를 보인다.
먼저 미국의 협상 동기면에서 이란은 1979년 이전 미국의 중동정책의 거점협력국이었고 지역 국제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견국이며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 보유국이므로 국제정치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관계를 개선하면 엄청난 이득을 주는 국가이다.
특히 이란은 현재 미국의 주적인 IS를 적으로 간주하므로 IS 타도를 위한 협력을 모색할 수 있는 나라이다.
반면 북한은 지역 약소국이고 미국과 공동의 적을 상정하기 어려운데다 자원빈국이므로 경제적 관심마저 끌기 어려운 나라이다.
핵 개발 포기 유도 협상의 성공 가능성도 북한이 이란보다 훨씬 낮다고 인식된다.
우선 이란은 핵 개발의 평화적, 산업적 이용 목적을 분명히 밝히고 NPT회원국인 반면, 북한은 NPT를 탈퇴한데다 핵보유를 헌법에 규정하고 핵-경제 병진노선을 맹렬히 추구하고 있으므로 핵보유 열망국으로 인식된다.
그만큼 핵 보유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이다.
핵 개발수준에서도 이란은 농축 초기단계로 평가되지만 북한은 이미 핵 실험을 세 차례나 감행했고 우라늄 농축 시설을 맹가동하고 있으며 장거리 미사일까지 시험하고 있으므로 사실상 핵 능력을 이미 보유했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따라서 합의가 도출되더라도 핵무기와 물질 및 프로그램 폐기 등 비핵화를 위한 작업 및 검증도 월등 더 어려울 것이다.
핵 포기 대가도 이란에게는 제재를 해제해주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북한에게는 안보까지 보장해 주어야 하는 어려움이 추가된다.
이란도 미국이 신뢰하기는 어려운 상대이지만, 북한은 이미 1994년 제네바 핵합의, 2005년 9·19공동선언, 2007년 2·13 합의, 2012년 2·29합의 등 여러 북·미 핵 합의를 어겨 신뢰를 명백히 훼손했고,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핵 없는 세상’을 천명하는 시점에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전략적으로 정면으로 도전하고 인신 모욕을 가하기도 하여 오바마 대통령이 정서적으로도 대화를 하고싶지 않게 만들었다.
특히 과거 북한이 미국과의 합의를 여러 차례 어긴 것을 거론하면서 미 공화당이나 보수진영에서 북한에게 또 다시 속지말라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에 그간 이룬 외교적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도 오바마가 쉽게 협상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미국으로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동아시아 정책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즉 북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북한의 위협이 크게 감소되므로 한국이 미국이 원하는 반중 노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북핵문제가 남아 있으면 한국이나 일본을 ‘반중’동맹의 틀 속에서 통제하면서 중국에 대한 전략적 포위와 압박을 보다 쉽고 저렴하게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으로서는 북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동아시아 정책에서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북한과의 협상에 적극성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즉 북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북한의 위협이 크게 감소되므로 한국이 미국이 원하는 반중 노선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할 수 있다.
◆ 북한의 계산
북핵 협상이 재개되기조차 어려운 이유는 미국 뿐 아니라 북한도 선뜻‘진지한’협상에 나서지 않으려 한다는 데 있다.
먼저 김정은은 조금만 더 버티면 핵의 실전능력을 사실상 보유할 수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이 우방국인 러시아에게 전략적 지원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초강대국으로 성장중인 중국은 북한을 미국에 대한 완충 방파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으므로 북한은 비록 현재 북·중관계가 껄끄럽지만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는 못할 거라고 계산하고 버틸 가능성이 크다.
또한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합의나 제네바 핵합의, 9·19 공동성명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을 한국 정부나 미국 탓으로 돌리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와 임기 말에 새로운 합의를 도출해보아야 차기 미 행정부가 과연 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인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을 수 있다.
전략적으로도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면 선군정치의 표상이 사라지게 되어 군부의 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고, 핵 없이 재래식 군사력만 가지고는 한국군과 단독으로 맞붙어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므로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전략적으로도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면 선군정치의 표상이 사라지게 되어 군부의 충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고, 핵 없이 재래식 군사력만 가지고는 한국군과 단독으로 맞붙어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므로 쉽게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면에서도 이란이 서방의 제재만 해제되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는 반면, 북한은 자급자족 경제체제를 운영해와 대외 의존도가 크지 않으므로 핵 포기 대가로 막대한 대외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핵 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 북핵 협상 전망과 한국의 대응방안
이처럼 미국과 북한 모두 북핵문제 해결에 나설 의지가 크지 않은데다 그간 6자회담의 의장으로서 북·미간 중재자 역할을 했던 중국도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이나 의욕을 거의 상실한 듯이 보이므로 6자회담 등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더구나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미국의 후원을 업고 집단적 자위권을 내세워 미·일동맹을 강화하는 한편 재무장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고 있어 미·중 및 중·일 갈등이 고조될 수 있으며, 미국의 한국내 사드 배치 움직임 등으로 한·중 및 한·러 관계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북핵문제 해결 분위기나 여건이 형성되기 보다는 오히려 미·일동맹 대 중·러 전략적동반자연대 간 대립이 고조되고 있어 북핵문제 협상은 주요 국제 관심사가 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 물질을 생산하고 무기화를 진척시키며 운반수단인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문제는 북한의 대외 교역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이 북한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지는 않은데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추락하기보다는 비록 완만하지만 호전 추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북한은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는 상황을 재평가하고 대응책을 마련·시행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이 상태가 지속되어 머지않아 북한이 사실상의 핵 실전능력을 보유하게 되면 우리는 전략적 곤경에 처해 상시적이고 극단적인 안보 불안을 겪을 수밖에 없고 비핵국인 우리는 미국과 주변 강국들의 선의에 더욱 의존해야 하며 막대한 외교비용도 치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북한의 대외 교역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이 북한과 불편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의미심장한 경제제재를 가하고 있지는 않은데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추락하기보다는 비록 완만하지만 호전 추세를 보이고 있으므로 북한은 국제제재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 먼저 우리는 북한의 핵 보유를 막아야하는 책무와 소명을 남에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
북한의 핵보유로 어느 나라도 우리만큼 큰 피해를 입지는 않으므로 이를 막으려고 적극적인 성의를 보이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문제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단지 북한이 이를 북·미간에 해결할 문제로 보므로 현실적으로 남북회담에서 이를 풀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다자 국제회담을 주도해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첫 단계로 우리는 시급한 북한의 핵 고도화를 막기 위해 어느 형태로든 북한과의 회담을 재개하면서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시켜야 한다.
그 다음 단계로 우리는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개선하면서 북·미가 타협할 수 있는 제안을 마련하여 미국과 북한에게 제시한다.
또한 핵 포기 이후의 북한의 안보딜레마를 고려하면 북한은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되어야 핵을 포기할 것이 예상되므로, 그 당사자로 간주되는 중국과도 우리의 제안을 협의하여야 한다.
정리하면, 우리가 북한의 단계적인 핵 포기의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안보보장 또는 한반도 평화체제, 대북 경제 지원,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단계적으로 결합시켜 정리한 제안을 미국 및 중국과 상의해 공동안을 만들어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공동제안의 핵심은 북한의 핵 포기 및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 보장 그리고 상호안보 및 단계적 동시행동이 될 것이다.
첫째, 이번 이란과의 핵 합의를 모델로 삼아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대가로 9·19 공동성명에 규정되고 이란 핵 합의의 기반이 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을 북한에게 인정해 주고 당연히 한국도 이를 누려야 한다.
둘째, 상호안보 논리에 의거하여 북한 핵 포기 이후 북한 군사력과 한국군 및 주한미군의 군사력간 균형 유지에 합의하고 이를 국제적으로 보장한다.
우리가 북한의 단계적인 핵 포기의 대가로 제공할 수 있는 안보보장 또는 한반도 평화체제, 대북 경제 지원, 북·미관계 정상화 등을 단계적으로 결합시켜 정리한 제안을 미국 및 중국과 상의해 공동안을 만들어 북한에 제시해야 한다.
또한 이번 협상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를 가지고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회담 대표를 이란과의 협상처럼 장관급으로 격상하는 것도 제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이 로하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가진 것이 양측간 신뢰 증진과 협상 동기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되므로,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오바마 대통령에게 김정은과 전화 통화를 가질 것을 권유해 이것이 성사된다면 북핵 문제 해결에 결정적인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끝으로 북한이 3국 공동제안을 반드시 수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이를 거절할 경우 한·미·중 3국이 공동으로 취할 대북 제재안도 작성하여 북한에게 동시에 제시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출처] 세종연구소. 정세와 정책 2015-05. 2015년05월07일.
[저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리] 아침안개. 2015.5.8.
http://citrain64.blog.me/22035404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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