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룡 기자의 밀리터리 리포트]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KF-X 사업 핵심쟁점 엔진에서 레이더로
고성능 능동주사배열(AESA) 레이더 등 미국 정부의 4가지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한국형 전투기 개발사업(KF-X)이 차질을 빚는 가운데, 국산 전투기 개발에 또 하나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도사리고 있다는 말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한국형 전투기의 미사일 등 무장의 국산화 문제입니다. 국산 전투기 개발에서 레이더와 센서 등 임무장비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미사일, 정밀유도폭탄 등 무장통합기술까지 확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KF-X 사업의 핵심쟁점은 엔진에서 레이더로 옮아가고 있고, 머지않아 무장 국산화 문제로 옮겨갈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습니다. 지난해 5월 10일 청와대 주철기 외보안보수석 주관의 KF-X 대책회의에서 공군과 방사청 관계자, 민간전문가 등이 모여 KF-X 전투기의 형상, 즉 엔진을 쌍발로 할 것인지, 단발로 할 것인지를 결정했습니다. 결국 격론을 벌인 끝에 참석자들은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인도네시아가 550억 원을 들여 국제 공동탐색 개발한 C-103 쌍발엔진 형상으로 결정하면서 엔진에 대한 논란을 진화했습니다.
셀렉스가 KFX 사업에 제안한 빅센(Vixen) 1000E 레이더(왼쪽)와 항공기 장착시 와이어 프레임 이미지.
목하 레이더 개발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합니다. 하루에도 수십건씩 KF-X의 책임론부터 시작해서 AESA 레이더 국내 개발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즉 한국항공우주산업(KAI)는 AESA 레이더 제작사인 미 노스롭그라만에서 레이더를 ‘블랙박스’ 형태로 직구매해 2025년 개발 목표 시한을 맞추려 하고 있고, 동시에 순차적으로 국산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은 영국의 셀렉스와 이스라엘의 엘타, 그리고 스웨덴의 사브의 레이더를 염두에 두는 모양입니다. 유럽의 레이더 기술은 미국의 노스롭그라만과 레이시온을 제외하고는 영국과 프랑스가 그 뒤를 잇고 있고, 스웨덴과 이스라엘이 뒤를 추격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자국 개발의 라팔 전투기에 장착하는 RBE-2를 개발했으나, 아직 완전한 AESA 레이더로 판정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프랑스는 2002년 차세대전투기(F-X) 1차 사업 때 라팔이 F-15K에 아깝게 패하면서 애초부터 한국 시장에 관심을 잃은 상황이라는 분석입니다.
지난해 7월 말 기자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시 크루(Crewe) 로드에 있는 셀렉스(Selex ES) 본사를 찾아 첨단 AESA 레이더 생산시설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영국의 셀렉스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독일과 도버해협에서 ‘전파전쟁’을 벌이면서 레이더 기술을 향상시켰고, 지금도 세계 최고 수준의 레이더 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셀렉스는 유로파이터에 장착된 ‘캡터-E(Captor-E)’ AESA 레이더의 축소형이라고 볼 수 있는 ‘빅센 1000’을 ‘반제품’ 형태로 제공해 면허생산을 통해 프로그래밍 파일을 활용하는 방법을 전수할 용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셀렉스가 제안하는 ‘빅센 1000’ 레이더는 와이드 필드 오브 리가드(wide field of regard) 면에서 미국 노스롭그루먼의 세이버(SABR, 미 공군 F-16 장착)와 레이시온의 레이서(Racer)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유한 레이더입니다.
‘빅센 1000E’ 레이더와 기존 AESA 레이더와의 Wide Field of Regard 비교 이미지.
한국은 2007년경 FA-50에 셀렉스의 AESA 레이더인 ‘빅센 500E’를 장착하려고 했으나, FA-50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록히드 마틴이 공동생산한 T-50 고등훈련기를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반대로 좌절된 적이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 공군이 보유한 최강의 전투기 F-15K에 실린 APG-63(V)1 레이더, KF-16에 탑재된 APG-68 레이더는 기계식입니다.
이에 반해 스웨덴의 사브와 이스라엘의 엘타는 전자식 레이더인 AESA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신 이스라엘의 경우 기계식 레이더(EL/M-2032)를 제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 측에 공동개발을 제안하는 겁니다. ADD는 오는 11월초 기자회견을 통해 셀렉스와 사브, 두 회사의 싸움을 지켜본 후 결국 이스라엘 엘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것이란 풍문도 떠돌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이스라엘이 공동개발로 기술이전을 쉽게 해줄 파트너로 보이기 때문일 겁니다..
F-35 첨단 무장 못하면 '깡통 비행기'와 뭐가 다른가?
그렇다면 한국의 AESA 레이더 제작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와 있을까요. 한국에서는 현재 ADD와 LIG넥스원이 AESA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현재 1차 탐색개발에 이어 2차 탐색개발이 진행 중이고, 2차 탐색개발에는 최근 스웨덴 사브가 참여해 지술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ADD와 LIG넥스윈은 2013년 6월 KF-X용으로 만든 AESA 레이더 시제품을 발표했는데, LIG넥스원 관계자가 “한국형 AESA는 동시에 20개의 목표물을 추적할 수 있고, 20개의 적기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언급한 것처럼 기계적 부분에서는 완성단계에 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AESA 레이더의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소스코드를 몰라 전자신호를 일반신호로 시현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 스마트폰에 비유하면, 하드웨어는 삼성이 만들지만 구동소프트웨어는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생산업체인 MBDA가 내놓은 메테오(meteor) 최신예 공대공 미사일. F-35에 장착된다. 공대지 미사일 타우러스 생산업체인 MBDA가 내놓은 메테오(meteor) 최신예 공대공 미사일. F-35에 장착된다.그러나 전문가들은 레이더 소동이 지나갈 때쯤이면 전투기의 미사일 등 무장 국산화에 대한 문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ㆍ방위산업 전시회(ADEX)는 그 예고편이었습니다.
F-15K에 장착할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 생산업체인 유럽 미사일 개발업체 MBDA가 공대공 미사일 '메테오(Meteor)'를 판촉하고 있었고, 영국 BAE시스템즈의 유도무기 시스템 APKWS(Advanced Precision Kill Weapon System), 노르웨이의 콩스버그(Kongsberg)는 F-35의 내부 무장창(무장창 1곳당 1기)과 항공기 외부 무장장착대(파일런)에 적합하도록 설계된 유일한 공대지 미사일 JSM(Joint Strike Missile)을 공군 관계자들에게 열심히 설명했습니다. 특히 터키는 자국 공군이 F-4, F-16에 장착한 공대지 순항미사일 SOM(Stand-Off Missile)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한국은 항공기 무장 기술에 관한 한 초보 국가입니다. KF-X 사업을 추진하면서 항공기 업체는 100% 국산화를 외치지만, 함대함 순항미사일 해성을 공대지 미사일로 전환하는 작업, 최대사거리 70km인 한국형 GPS 유도폭탄 'KGGB'를 개발한 것을 빼곤, 공대공 미사일에 대한 시도는 꿈도 꾸지 못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 항공기와 무장을 미션플래닝에 의해 인티그레이션(통합)해야 하는 과제가 남습니다.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인 셈입니다.
일본산 공대함 미사일인 ASM-2 미사일 4발을 장착하고 비행중인 F-2 전투기. 일본산 공대함 미사일인 ASM-2 미사일 4발을 장착하고 비행중인 F-2 전투기.
일본은 어떨까요. 일본은 1989년 F-2 지원전투기를 미·일 공동으로 개발하면서 F-16C 전투기를 기반으로 비록 엔진은 GE 엔진을 사용했으나, AESA 레이더 기술을 비롯한 핵심 기술들을 미국의 ‘구박’을 받아가며 모두 확보했습니다. 미소 냉전의 시기도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일본은 소련 상륙부대의 일본 열도 침략을 막기 위해 최신형 공대함 미사일 ASM-2를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첨단 공대공 미사일 AAM-4/5 시리즈도 개발했습니다.
대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만은 자체 개발해 150여대 생산한 국산전투기 경국호(經國號,IDF)에 장착할 공대공 미사일을 이미 1997년 개발했습니다. 능동유도방식 미사일인 천검(天劍)Ⅱ 공대공 미사일은 사정거리 70~80㎞ 정도입니다. 대만공군이 이 미사일을 대량생산키로 한 것은 미국으로부터 첨단 중거리 공대공미사일(AMRAAM)의 도입이 실패로 돌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서울에어쇼 상공을 주름잡는 F-22 랩터도 결국 무장이 전투기의 성능을 말해줍니다. 2001년 차기전투기(F-X) 1차 사업에서 보잉의 F-15K, 프랑스 다소사의 라팔, 에어버스의 유로파이터 경쟁을 펼쳤으나, 유로파이터는 무장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가장 먼저 탈락했습니다.
최종 결선에서 라팔이 F-15K에 밀린 것도 결국 라팔이 공대지 공격능력이 F-15K의 슬램이알(SLAM-ER)에 밀리는 바람에 탈락했다고 합니다. F-X 3차 사업 작전요구성능(ROC)에서 스텔스 성능을 중시하는 바람에 비록 F-15K가 탈락했지만, 최종 승자가 된 F-35도 첨단 무장을 싣지 못한다면 한낱 ‘깡통 비행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조선일보] 20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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