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 成敗, 소프트웨어가 좌우한다
"연동(連動) 소프트웨어 개발비로 401억원을 달라."
지난 2002년 공군 주력 KF-16 전투기에 신형 정밀 유도 폭탄인 합동직격탄(JDAM)을 장착하려 했을 때 미 제조업체가 우리 군 당국에 한 말이다.
합동직격탄은 기존 재래식 '멍텅구리' 폭탄에 비교적 싼 유도장치를 달아 정확도를 크게 높여줄 수 있는 무기다. 공군 입장에선 어떻게든 도입해야 할 무기였지만 미 업체가 부른 비용이 너무 많았다.
군 당국은 공군 항공SW(소프트웨어)지원소에 분석을 의뢰했다. 지원소는 각종 자료 분석을 통해 자체 개발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뒤 2008년부터 3년간 97억원의 예산으로 독자 연동 SW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미 업체가 요구한 것에 비해 304억원의 예산을 절감한 것이다.
1997년 창설된 공군 항공SW지원소는 우리 군에서 유일하게 외국산 SW를 우리 실정에 맞게 개조하는 부대다.
100여명의 인력으로 구성된 이 부대가 항공기 SW 개조로 지난 18년간 절감한 예산은 약 36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현대 무기 체계에서 첨단 전자장비 등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SW의 비중과 역할도 비약적으로 커지고 있다.
전투기가 수행하는 임무 중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F-4 '팬텀'은 8%에 불과했지만 F-16 45%, F-22 80%로 높아졌다.
우리 군이 차기 전투기로 도입할 F-35 스텔스기는 무려 90%에 달한다. 미군 분석에 따르면 군사·항공 분야의 SW 개발 비용도 지난 2002년 전체 개발 비용의 39.7%였지만 5년 뒤엔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51.4%였다.
전투기 설계의 무게중심도 하드웨어(HW)에서 SW로 바뀌고 있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세계 최강인 미군은 엄청난 규모의 SW 연구소를 운용하고 있다. 미 육군은 4300여명, 공군은 2500여명 규모의 전문 인력을 갖고 있다.
최근 미국 측이 KFX(한국형 전투기) 개발과 관련된 4개 기술의 이전을 거부해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그 핵심도 SW 문제다.
우리가 미국 측에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은 것은 AESA(위상배열) 레이더 등 4개 장비 자체가 아니라 이들 장비의 체계 통합 기술들이다.
체계 통합 기술은 전투기와 장비를 연결하는 SW 기술이다. 국방부와 방사청은 차선책으로 유럽·이스라엘 업체 등으로부터 기술 지원을 받아 우리 힘으로 이 기술들을 개발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 정말 우리 군이 이 기술들 개발 성공을 자신할 만한 역량을 갖고 있을까? 이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문 인력과 조직이 턱없이 부족하고 SW의 중요성에 대한 군 수뇌부의 인식도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개선책으로 일부 전문가는 기존 공군 항공SW지원소를 국방부 차원으로 승격해 '무기체계 SW센터'로 확대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간 분야 SW 조직과 인력을 최대한 아웃소싱해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KFX 논란으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사실상 경질됐다. KFX는 단군 이래 최대라는 20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실패해선 안 될 국가적 과제를 성공하려면 군 SW 개발 시스템을 점검하고 강화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조선닷컴]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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