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찬의 軍] '바다의 그림자' 잠수함 잡기 어려운 이유
209급 잠수함(자료사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
‘물의 깊이는 잴 수 있으나 사람의 마음은 측량하기 어렵다’는 뜻의 속담이지만 바다에 있는 잠수함을 잡는 대(對)잠수함전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수중은 햇빛이 거의 비치지 않는 ‘암흑 공간’이다. 수심 100m에서는 햇빛이 지상에서의 1% 수준에 불과해 눈앞이 보이지 않는다.
때문에 함정과 항공기는 음파를 사용해 잠수함을 탐지한다. 하지만 수온이나 염도 등에 따라 음파가 굴절되거나 거리가 충분히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수중은 ‘잠수함의 천국’으로 불리며, 잠수함을 잡기 위해 함정과 항공기는 물론 잠수함까지 투입하는 ‘소리 없는 전쟁’이 지금도 바다 밑에서 벌어지고 있다.
◆ 잠수함 한번 놓치면 추적 사실상 불가능
한반도에서 위기 상황이 고조되면 미 해군의 핵잠수함이 동해에 출현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가깝다.
이들은 마양도 등 북한 해군 기지에 있는 잠수함이 출항하면 이를 은밀히 추적하는 임무를 맡는다. 기지 인근 해저에 대기하기 때문에 영토 침범을 금지한 국제법에 어긋나지만 수중 세계에서는 통하지 않는 법률이다.
북한은 구소련의 로미오급과 상어급 등 각종 잠수함 70여척을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은 노후하고 속도가 느리지만 그만큼 바닷물을 헤치며 내는 소리가 작다. 따라서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의 잠수함 전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기지에 정박하거나 정비 중인 잠수함은 위성을 통해 감시가 가능하다. 하지만 출항해서 잠수하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함정과 항공기에 장착된 소나(음파탐지기)는 수십km 정도만 탐지가 가능하다.
한 번 놓치면 해군의 이지스함과 P-3C 같은 항공기를 모두 동원해도 북한 잠수함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때문에 냉전 시절 미국과 구소련은 서로의 전략 핵잠수함 기지 인근 해저에 잠수함을 대기시키고 출항하면 바로 추적하는 시스템을 가동해왔다.
북한의 상어급 잠수함.
설령 적 잠수함을 포착해도 추적을 지속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잠수함들은 함정이나 항공기에 포착되는 순간 이를 회피하는 전술을 사용한다. 회피 전술을 잘 사용하면 실제 잠수함인지 아니면 고래, 암반인지 판별하기 쉽지 않다.
가장 쉬운 방법은 깊은 물속으로 잠수해 거리를 멀리 유지하는 것이다. 거리가 멀수록 음파가 굴절돼 정확한 탐지가 어려운 약점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호버링(Hovering)도 종종 쓰이는 전술이다. 잠수함이 추진기를 끈 채 움직이지 않고 심도를 유지하는 전술로 헬기가 일정한 상공 위에 정지해 있는 것과 유사하다. 다만 잠수함의 경우 추진기를 사용하지 않아 소음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해저에 가라앉는 착저 전술도 유용하게 쓰인다. 바다의 바닥에 엎드린 형태로 머물러 있어 적 함정과 항공기를 피할 수 있지만 어뢰발사나 엔진 사용에 제한이 있는게 단점이다.
◆ 끝없는 훈련만이 탐지 확률 높여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나 다름없는 잠수함을 찾으려면 ‘끝없는 훈련’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해군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는 말처럼 잠수함 탐지에도 왕도는 없는 셈이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을 경험한 해군 역시 잠수함 탐지 훈련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천안함 피격 사건 이후 해군은 참모차장이 주관하는 ‘대잠전 수행능력 향상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잠전 대비태세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2012부터 통합 대잠수함전 훈련이 시작된다. 해군의 주력인 7기동전단과 1?2?3함대 소속 수상함정, 잠수함, 항공전력이 참가하는 작전사급 규모의 훈련으로 매년 2차례 실시하고 있다.
올해 역시 지난달 30일부터 오는 3일까지 제주 동방 해상에서 최대 규모의 한미 연합 대잠전훈련이 진행중이다.
훈련에는 이지스함 서애류성룡함을 비롯한 함정 12척, 잠수함 2척, 해군 P-3C 초계기, 링스 해상작전헬기, 미 해군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가 참가했다.
해군 구축함 `최영함`(자료사진)
미 해군 항공대의 최신 기종인 P-8은 북한 잠수함 도발에 대비한 한미 연합 해군의 강한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참가했다.
P-8 초계기는 터보프롭 엔진을 사용하는 P-3C와 달리 제트엔진을 사용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넓은 해역을 감시할 수 있다. 사거리 270km의 슬램-ER 공대지미사일을 탑재해 공격력도 강하다.
닷새간 주야간 구분 없이 진행되는 이번 훈련에서 양국 해군은 잠수함 탐색과 식별, 대잠 자유공방전, 적 잠수함 위협 상황을 가정한 선단호송, 대잠폭탄과 폭뢰 실사격을 한다.
훈련을 지휘하는 제7기동전단장 남동우 준장(진)은 “이번 훈련은 북한의 수중도발 위협을 추호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한미 해군의 의지를 과시하는 목적으로 진행된다”면서 “수중, 수상, 항공의 입체적인 대잠수함 작전능력을 한층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일보]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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