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군대, 영국군
▲ 영국 근위병 교대식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전 세계 4분의 1에 달하는 영토와 인구를 차지했던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대영제국(Great British Empire)'입니다.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렸던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유럽은 물론, 아프리카와 아시아 그리고 남미까지. 전 세계에 걸쳐 많은 식민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해가 지지 않았던 것이죠. 시저의 로마와 나폴레옹의 프랑스가 그랬듯, 대영제국의 세계 통치의 근간에는 강력하고 규율 잡힌 군대가 있었습니다. 오늘은 화려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군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1921년 대영제국의 세력권을 나타낸 지도(붉은색 표시)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포클랜드 전쟁 : 영국군의 건재함을 확인하다
1982년 4월 2일, 아르헨티나는 영국이 100여 년 동안 점령하고 있던 포클랜드 섬을 공격합니다. 영국은 이에 맞서 항공모함 2척을 포함한 기동부대를 파견했고, 양국 간에 전쟁이 발발하게 됩니다. 그리고 12일 만에 영국군이 섬을 탈환, 아르헨티나는 항복을 선언합니다. 포클랜드 전쟁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유서 깊은 군사 강국인 영국의 건재를 세계 각국에 다시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은 실업난과 파운드화 절하로 인해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있었습니다. 영국은 또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로 꾸준히 군대 규모를 축소시키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아르헨티나 측에서는 ‘영국이 작은 섬 하나 때문에 군대를 파견하지 않을 것’, ‘파견하더라도 충분히 격퇴 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이것은 아르헨티나의 오판으로 판명 되었습니다. 포클랜드는 최근 인근 해안에서 엄청난 양의 석유가 발견되며 두 나라 사이의 ‘뜨거운 감자’로 다시 쟁점화 되기도 했습니다.
▲ 영국군의 상징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기반, 강한 군대
19세기 초반까지 영국은 대영제국이라 불렸습니다. 그 방대한 영토를 획득하고 관리하는 임무를 맡은 것이 바로 영국군이었습니다. 따라서 영국군은 열강들과의 항상 충돌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전 세계 식민지에서 매일 발생하는 크고 작은 전투에도 끊임없이 참여해야 했습니다. 이를 통해 영국군은 막대한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경험들은 대부분 ‘승리’의 달콤한 맛이었습니다. 유럽 전역을 휩쓸고 다니던 나폴레옹조차 트라팔가와 워털루에서 영국군에게 패배의 쓴 맛을 봐야만 했습니다.
20세기 이후의 전쟁에서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이른바 군사 강국들이 패배를 경험한 것에 비해, 영국은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습니다. 포클랜드 전쟁을 포함한 현대전에서 연승을 기록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소련의 붕괴로 영국군은 지속적으로 군사력을 감축해 왔습니다. 여기에 2010년 발생한 경제위기가 더해져 영국군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국군은 20만 5,330명의 상비군과 18만 2,000명의 예비군을 보유, 세계 5위의 군사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 영국해군의 강습상륙함 HMS 불웍(Bulwark)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가장 먼저 영국 해군(Royal Navy)은 전 세계 해군의 모델이 될 정도로 실력이 막강합니다. 전투함과 항공모함의 설계 등 군사 장비 분야에서부터 전략·전술, 복무수칙 등 시스템적인 분야까지 전 세계 해군은 영국 해군으로 부터 지대한 영향을 받았습니다.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주력 전투기였던 ‘스핏파이어(Spitfire)’(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보인 영국 공군(Royal Air Force)도 주목할 만 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에 의해 국경이 봉쇄당한 상황에서도 영국 공군은 독일의 공업도시들을 폭격했습니다. 이 같은 영국 공군의 활동이 히틀러의 몰락을 앞당겼음은 물론입니다. 영국 공군은 지금도 나토군 일원으로 맹활약하고 있습니다.
▲ 제2차 세계대전 중 사하라 사막에서 촬영된 SAS대원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전차와 특수부대로 대표되는 영국 육군(British Army) 또한 유명하죠. 현대 육군 전력의 핵심이 되는 전차가 영국에서 개발된 것이라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또 세계 최초의 특수부대인 영국의 공수특전단 SAS(Special Air Service)는 전 세계를 무대로 성공적인 작전들을 펼쳐 다른 나라 특수부대의 살아있는 교범이 되고 있습니다. 영국 육군은 공수특전단 외에도 올해로 창설 200주년을 맞은 네팔 구르카 용병이나 영국 해병대 코만도 등 특수전 활용 전문 병력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 지난 2011년 방한한 영국 육군 군악대 라이플 밴드(The Band and Bugles of the Rifles) (사진 출처 : 국방일보)
“우리는 여왕폐하를 위해 싸운다!”
영국군의 참모총장급 장성들은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습니다. 이는 영국군 최고위급 지휘관들이 곧 여왕의 기사라는 뜻입니다. 또한 영국 군인들은 국기나 국가에 대한 맹세 대신 ‘여왕에 대한 맹세’를 합니다. 결국 영국군은 여왕의 군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국방에 대한 실질적인 지휘는 총리의 조언과 함께 이뤄지지만,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은 명실상부 영국 육·해·공군의 통수권자로서 전쟁 선포 권한까지 지니고 있습니다.
▲ 지난 2011년 아파치 헬기 앞에 선 해리왕자의 모습 (사진 출처 : 국방일보)
영국 왕실의 권위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영국 왕실은 최소 한 명 이상의 왕실 남성이 현역으로 복무하는 전통을 유지함으로써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속적으로 실천해 왔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또한 공주 시절 국방군 소속으로 복무하기도 했습니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둘째 아들 앤드류(Andrew Windsor) 왕자는 헬기 조종사로 포클랜드 전쟁에 참전했으며, 무려 22년동안 해군에서 복무하고 지난 2001년 중령으로 전역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두 차례나 참전한 것으로 유명한 해리(Herry Windsor) 왕자는 올해 6월 10년 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그는 전역 이후에도 남아프리카 공화국 특수부대 ‘코로나’에 합류, 밀렵꾼 체포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통은 십자군 전쟁으로 유명한 ‘사자왕’ 리처드 1세 이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왕족과 같은 고위급 자제들부터 군 복무를 ‘명예’로 여긴다는 점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세계 고위직 공무원들이 배워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해리왕자는 전역 소감에서 “군 복무는 큰 영예(huge honer)”라고 밝히며 “형인 윌리엄 왕세손의 자녀인 조지 왕자와 샬럿 공주도 성인이 되면 입대하길 권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군대는 여왕을 위해 싸우고, 여왕 일가는 조국인 영국을 위해 싸운다.’ 이와 같은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무수한 전쟁 중에도 영국은 국민들의 단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바다로 둘러싸여 고립된 섬나라 영국이 오랜 역사의 풍랑 속에서도 온전히 강대국으로 자리잡아올 수 있었던 저력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 재향군인 기념일(Armed Forces Day)을 축하하는 아프가니스탄의 영국 육군 (Photo: PO(Phot) Burke/MOD)
지금까지 ‘대영제국’의 명예를 유지해 온 영국군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나치 독일의 전쟁에 대한 위협이 거셌던 1940년 6월 4일, 처칠은 대국민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우리는 항복하거나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싸울 것입니다.” 이것은 비단 처칠 혼자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오랜 역사에 걸쳐 왕과 여왕을 위해 싸워온 영국군 전체의 외침이자 맹세였을 것입니다. 명예를 중시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을 지켜온 영국군이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세계의 군대 영국편’을 마치겠습니다. 충성!
[동고동락]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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