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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전역 후에도 먹고 싶은 군대 음식 '건빵'의 진화

머린코341(mc341) 2015. 12. 13. 18:12

[박수찬의 軍] 전역 후에도 먹고 싶은 군대 음식 '건빵'의 진화

  

군용 건빵.

  

우리나라에서 건빵과 군대는 서로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한민국 성인 남자라면 대부분 엄지손가락 크기의 군용 건빵에 대한 기억을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다.

 

훈련소에 입소한 직후 ‘군용’이라는 마크가 찍힌 건빵을 받아 한 입 먹는 순간의 그 맛은 목이 막히는 느낌과 함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남긴다.

 

고된 훈련을 받던 도중 허기를 채우기 위해 건빵을 먹다가 목이 메어 수통의 물을 마시면서 눈물이 핑 돌던 순간, 훈련 종료 후 지친 몸을 이끌고 복귀 행군에 나서면서 먹는 별사탕은 피로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묘약’이었다.

 

낯선 환경에서 작업과 병영 생활에 지친 이등병이나 일병들이 배고픔을 이겨내기 위해 으슥한 곳에 숨어서 먹었던 ‘눈물 젖은 건빵’은 중장년층이라면 대부분 경험했을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은 다양한 부식이 제공되고 있어 건빵의 비중이 줄어들었다고 하나 지금도 장병들이 전역 후에도 먹고 싶은 군대 음식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우리가 아는 건빵은 2차 대전 당시 모습

 

건빵의 시초는 서양의 비스킷에서 유래했다. 발효 빵과 달리 건빵은 보존성이 높고 휴대하기 편리해 19세기부터 군대나 선박에서 비상식량으로 쓰였다.

 

현재의 건빵 모양은 2차 세계대전 무렵 일본군이 전투식량으로 개량한 것이다. 일본군은 청일전쟁, 러일전쟁을 거치며 서양의 비스킷을 작고 간편하게 개량한 건빵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일본군은 북만주의 혹한에서부터 동남아의 열대지역에서까지 건빵을 보급할 수 있었다. 우리 군 장병들이 먹는 건빵 역시 여기서 유래한다.

 

현재 군 장병들이 먹고 있는 건빵은 한 봉지에 100g(434칼로리)이 들어있다. 원재료는 밀가루와 쌀가루가 각각 30%, 설탕 14%가 함유되어 있으며 옥수수전분, 계란, 탈지분유 등이 포함된다.

 

영양분은 탄수화물이 10%, 단백질과 지방이 각각 5%, 포화지방이 8%, 나트륨이 3% 정도 함유되어 있다. 반면 트랜스지방과 콜레스테롤은 들어있지 않다.

 

건빵은 윗면에 두 개의 구멍이 뚫려있다. 이 구멍들은 건빵을 굽는 과정에서 내부의 수증기를 빼기 위해 만들어졌다. 구멍이 많으면 건빵의 모양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은 만들지 않는다.

 

건빵의 맛은 담백하고 건조한 느낌이다. 화학 첨가제나 설탕, 소금이 많이 함유된 일반 과자에 비하면 ‘웰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조하다 보니 몇 개만 먹어도 금방 목이 막힌다. 물과 함께 먹으면 다행이지만 유사시 물이 부족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장병들에게 지급되는 `쌀건빵`. 안에 별사탕이 함께 들어있다.

  

건빵 봉지 안에 별사탕이 들어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건빵 한 봉지에 9~10개 정도 들어가는 별사탕은 100% 설탕으로 만들어진다. 입 안의 침샘을 자극해 침을 분비하게 만들어 건빵을 부드럽게 먹을 수 있도록 해준다.

 

오래 전에 군에서 복무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었던 이야기도 별사탕에서 유래한다.

 

신병이 부대에 전입하면 고참이 건빵의 별사탕을 신병에게 먹으라고 준다. 오랜만에 단맛을 본 신병이 행복감에 젖어 있을 때, 고참이 한 마디 던진다. “그 별사탕, 정력 감퇴제야”

 

이같은 ‘괴담’은 옛날에 건빵에 들어갈 별사탕을 만들 때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좁쌀을 넣은 것에서 유래한다. 좁쌀을 넣고 그 위에 설탕을 입혔는데, 그것을 본 장병들이 ‘정력 감퇴제’가 들어있다고 소문을 내면서 생긴 루머다.

 

◆ 어떻게 하면 건빵을 맛있게 먹을까

 

건빵은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그 맛을 더해가고 있다. 1980년대 임관한 군 관계자는 “그 당시에 먹었던 건빵은 밀가루 반죽 기술의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말 그대로 빵’에 가까웠고, 봉지 크기도 컸다”며 “지금은 예전에 비해 봉지 크기가 작아졌지만 기술의 발달로 맛은 그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목이 막히기 일쑤인 건빵을 그대로 먹기란 힘든 법. 따라서 장병들은 시대에 관계없이 병영 안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총동원해 건빵을 조금이라도 맛있게 먹으려고 애썼다.

 

1980년대에 군 생활을 한 예비역은 “당시에는 재료 구하기도 쉽지 않아 건빵을 물에 불려 먹었다”며 “훈련을 마치고 복귀 행군할 때 기름에 튀긴 건빵을 설탕을 뿌려 나눠줬는데, 그 맛이 정말 일품이었다”고 회상했다.

  

훈련중인 육군 신병들. 군용 건빵을 처음 먹는 것도 이 시기이다.

  

건빵을 기름에 튀기는 방식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돈까스 등 튀김 음식의 비중이 늘면서 조리병들이 건빵을 튀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일명 ‘건플래이크’도 자주 쓰인다.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우유를 활용한 것으로, 건빵을 잘게 부순 다음 우유에 말아서 먹는 방법이다. 고소한 시리얼을 먹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아침에 간단하게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PX에 있는 전자레인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눅눅해진 건빵을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 넣고 돌리면 바삭해진다. 이 건빵을 잼이나 요플레 등에 찍어 먹으면 별미가 된다.

 

예전에는 건빵을 군대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 일반인들이 건빵을 먹으려면 군에 입대한 장병들에게 부탁해서 한 봉지 얻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군 체험 예능 프로그램 MBC ‘진짜 사나이’가 방영되면서 인터넷 쇼핑몰에서도 건빵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됐다.

 

군 장병들과 고락을 함께 하며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는 건빵. 건빵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군 생활을 마친 예비역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오늘 이 순간에도 건빵은 대한민국 병영에서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바꿔가며 장병들의 배고픔을 채워주고 있다.

 

[세계일보] 2015.12.12.